•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박종원 "영화처럼 읽었다" 이범주 "감정에 더 몰입" [문화人터뷰]

등록 2026.04.15 16:51:28수정 2026.04.15 18:04:2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오페라 도전 박종원 "영화나 오페라, 예술적 속성 같아"

이범주 "사랑이라는 열병을 앓았던 시절 떠올랐으면"

국립오페라단 올해 첫 공연…23~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국립오페라단 오페라 '베르테르' 박종원 연출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 회의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4.14.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국립오페라단 오페라 '베르테르' 박종원 연출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 회의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4.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영화 '구로아리랑'(1989),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1992) 등을 연출한 박종원(65) 감독이 오페라 연출에 도전했다. 국립오페라단의 올해 첫 작품 '베르테르'를 통해 영화적 서사와 이미지 문법을 무대로 옮겼다.

지난 14일 오페라 연습을 마친 뒤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박 감독과 베르테르 역의 테너 이범주를 만났다.

오는 23~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이번 작품은 프랑스 작곡가 쥘 마스네의 대표작으로,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원작으로 한다. 순수한 청년 베르테르가 약혼자가 있는 여인 샤를로트를 사랑하게 되며 겪는 비극을 그린다.

박 감독이 오페라 연출을 맡게 된 계기는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립오페라단의 제안을 받은 그는 창작 오페라를 물색하던 중 '베르테르'를 접했고, 이 작품에서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봤다.

"해석의 여지가 있는 의미 있는 작품을 맡고 싶었죠. 대본을 읽어보니 충분히 새롭게 풀어낼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국립오페라단 오페라 '베르테르' 박종원(오른쪽) 연출과 베르테르 역의 테너 이범주가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 회의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4.14.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국립오페라단 오페라 '베르테르' 박종원(오른쪽) 연출과 베르테르 역의 테너 이범주가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 회의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4.14. [email protected]


다만 박 감독은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비극적 서사에만 집중하지 않았다. 그는 사랑에 흔들리는 한 인간으로서의 베르테르, 그리고 그 안에 남아 있는 '순수함'에 자신만의 해석을 더했다.

"욕망이 극대화되고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발달해 있는 현재 우리는 순수함을 잃어버렸습니다. '베르테르'는 그 순수한 감정을 다시 떠올리게 합니다."

박 감독은 내러티브와 이미지에 연출의 방점을 찍었다. 영화와 오페라를 다른 장르로 보지 않는다는 그의 시선은 무대 곳곳에 녹아들었다. 그는 "영화나 오페라나, 예술의 영역 안에 있다는 점에서 같은 속성을 갖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마스네의 악보를 영화의 콘티로 읽어냈다. 아리아의 리듬을 영화의 컷과 샷 전환처럼 받아들인 것이다.

 "성악가가 아리아를 노래할 때 프레이즈(phrase)마다 감정이 변하고, 악보의 쉼표나 피아니시모 등 용어가 영화의 샷과 비슷합니다. 베르테르의 속마음이 아리아를 통해서 드러나고, 음악의 선율과 함께 조절되는 템포를 영화의 한 테이크처럼 가져갔죠."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국립오페라단 오페라 '베르테르' 베르테르 역의 테너 이범주가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 회의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4.14.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국립오페라단 오페라 '베르테르' 베르테르 역의 테너 이범주가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 회의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4.14. [email protected]


이 같은 영화적 접근은 시각 장치에서도 두드러진다.

전막에 등장하는 보리수나무는 자연과 아이를 사랑하는 순수한 베르테르를 상징한다. 극이 전개될수록 앙상하게 변해가는 나무의 모습은 인물의 심리적 붕괴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또 인물의 내면을 형상화하기 위해 무용수를 '아바타'로 설정했다. 각 막마다 등장하는 무용수는 베르테르의 내면에 숨겨진 욕망과 본능, 요동치는 감정을 신체 언어로 풀어낸다. 이는 원작에는 없는 설정이다.

인물 해석을 위해 박 감독은 정식 연습에 앞서 이범주와 여러 차례 만나 베르테르라는 인물을 함께 분석했다. 대면은 물론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서도 인물의 감정선과 설정을 세밀하게 다듬어갔다.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국립오페라단 오페라 '베르테르' 박종원 연출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 회의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4.14.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국립오페라단 오페라 '베르테르' 박종원 연출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 회의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4.14. [email protected]


이범주는 이를 두고 "처음 접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그는 "기존에 오페라에서 노래에 더 신경을 썼다면 이번에는 감정과 연기적인 부분에 훨씬 더 몰입하게 됐다"며 "(박 감독이)감정선을 매우 세밀하게 짚어주시면서도 왜 그렇게 표현해야 하는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줬다"고 말했다.

이범주는 이번 작품이 단순히 사랑의 좌절과 죽음으로만 읽히지 않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한 사람의 내면을 어떻게 바꾸는지, 그 열병을 지나온 각자의 시간을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영화적 감각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연출 방식은 현장에서도 화제가 됐다. 이범주는 웃으며 "이 작품은 오페라를 영화로 만들어도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박 감독도 "카메라와 콘티만 갖추면 두 차례의 런스루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화답했다.

한국영화아카데미 후배인 봉준호 감독 역시 그의 오페라 데뷔 소식에 기대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박종원은 이번 작업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

"처음 제안을 수락할  때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오페라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너무 재미있더군요. 기회가 된다면 또 도전하려고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