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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철거에 길고양이 어디로…안전이소 의무화 목소리 커져

등록 2026.08.25 16:52:09수정 2026.08.25 17:25:47

국회에 특별법 제정 청원…동의율 44%

조사·예산 근거 마련 촉구…위반 시 제재

동물보호단체, 관련 대책 요구 기자회견

"사전 계획 시 많은 생명 살릴 수 있어"

[서울=뉴시스] 재개발이 진행 중인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에 서식하는 길고양이 사진. 2026.08.25. (사진=용산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재개발이 진행 중인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에 서식하는 길고양이 사진. 2026.08.25. (사진=용산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연희 기자 = 서울 등 수도권 도심 곳곳에서 대규모 재개발·재건축이 추진되는 가운데 길고양이와 들개 등 길동물의 안전이소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비사업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나무뿐만 아니라 동물에 대한 실태조사와 구호 조치도 필수 절차로 자리 잡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25일 국회전자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재개발·재건축 지역 길고양이 구조 및 안전 이소 의무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에 관한 청원'이 2만2000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은 ▲재개발·재건축 사업 승인 전 길고양이 서식 실태조사 의무화 ▲착공 전 구조 및 안전 이소 계획 수립 및 시행 의무화 ▲시행사와 지자체가 구조·이소를 위해 동물보호단체 및 전문가와 협력 ▲구조·이소에 필요한 비용을 국가와 지자체가 지원할 근거 마련 ▲보호조치 없이 공사를 강행하거나 법적 의무를 위반한 경우 제재 등을 법률로 규정할 것을 촉구했다.

현행법에는 정비사업을 시행하기 전 길고양이 등 동물을 구조하거나 안전한 장소로 이소해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상당수 동물이 희생되는 일을 막자는 취지다.

현재 정비사업 현장의 기존 수목에 대해서는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현황조사를 실시하고 보호할 수목을 이전하는 것과 같이 길동물도 보호조치를 수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청원인 최모씨는 "재개발을 막기 위한 법이 아니라 개발 과정에서 불필요한 생명 피해를 예방하고 사람과 동물이 함께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도시가 새로 바뀌는 과정에서 살아있는 생명이 희생돼서는 안 된다"고 청원 이유를 밝혔다.

해당 청원은 동의기간인 오는 9월3일까지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관련 상임위원회 심의를 받게 된다. 동의율은 44% 수준이다.

동물보호단체는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현장에서 지자체와 시공사, 조합 등이 나서서 길고양이를 비롯한 길동물을 보호할 것을 수년간 촉구해 왔다. 지난해 들어 서울 용산구 보광동 재개발이 추진되던 한남3구역에서 활동가들의 움직임이 주목을 받았다.

지난 1월에는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백사마을에서 인근 주민이 길고양이 피해를 이유로 공사 중지를 신청하면서 이슈가 됐다.

당시 하계동 주민 김모씨는 시공사인 GS건설에 "철거 공사 과정에서 이미 수많은 고양이가 매몰됐거나 희생됐고, 지금도 200여 마리 길고양이가 방치된 상태"라며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서울=뉴시스] 한국동물보호연합 회원들이 지난 2024년 9월1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길고양이 보호센터와 안전이소 및 TNR 확대 실시 촉구'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DB) 2026.08.25.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한국동물보호연합 회원들이 지난 2024년 9월1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길고양이 보호센터와 안전이소 및 TNR 확대 실시 촉구'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DB) 2026.08.25. [email protected]

그러나 법원은 공사 중지 가처분을 기각하고 시공사 승소 판결을 내렸다. 시공사가 공사 현장에 서식하는 고양이들에 대한 보호 대책을 실시한데다, 추가로 생존에 위협이 될 만한 구체적인 위험이 있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후에도 재개발·재건축을 위한 철거 이전에 길고양이 보호조치를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졌다. 유기견은 들개가 되어 무리를 지은 채 주민들이 떠난 빈 마을을 떠돌고, 길고양이는 살던 지역을 떠나지 못하는 영역동물인 만큼 미리 보호조치가 없으면 잔해에 깔려 매몰되거나 로드킬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지자체도 조례를 마련하거나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는 재개발 현장에 임시급식소 설치, 가림막 펜스 설치에서 동물 이동통로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경기도 광명시는 재개발 지역 길고양이를 위해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도 공사장 가림막 하단에 생태통로를 마련해 탈출을 유도하고 있다.  부산에서도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 공사 현장의 길고양이들을 임시 보호시설로 50여 마리 이동시킨 바 있다. 재개발 공사 마무리 후 원래 서식지에 방사할 방침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3월 개정한 길고양이 돌봄 가이드라인에 재개발 지역의 길고양이 이동 절차와 철거 작업 전 점검사항, 고립공간 개방, 대피 유도방법 등이 담겼다.

한국동물보호연합, 전국재개발동물구호연대 등 동물보호단체 연대는 오는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길동물 구조 및 안전이소 대책을 촉구할 방침이다.

이들은 "사전에 충분히 조사하고 철거 일정과 정보를 공유하며 구조·안전이소 계획을 마련한다면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며 관리처분과 이주, 철거에 앞서 길고양이 구조 및 안전이소 계획을 의무적으로 수립하고 필요한 비용을 공공기관과 정비사업 주체가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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