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무너지고 법정된 교실…"엄벌주의론 교육 못 해"
등록 2026.08.25 20:50:26수정 2026.08.25 21:08:24
'교육공동체 신뢰 회복 국민운동' 첫 토론회
"신뢰 무너진 교실…규제·행정만 촘촘해져"
"학폭예방법·아동학대처벌법, 교육 어렵게 해"
"엄벌주의 탈피해 교육적 논의 여건 마련해야"
![[서울=뉴시스] 25일 오후 교육시민단체 교육의봄은 '교육공동체 신뢰 붕괴 및 사법화의 역사적 경로를 탐색한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교육의봄 제공) 2026.08.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8/25/NISI20260825_0002221209_web.jpg?rnd=20260825203301)
[서울=뉴시스] 25일 오후 교육시민단체 교육의봄은 '교육공동체 신뢰 붕괴 및 사법화의 역사적 경로를 탐색한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교육의봄 제공) 2026.08.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정예빈 기자 = 학생 간 사소한 다툼이 학교폭력 신고로,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가 아동학대 신고로 이어지는 등 교육공동체의 신뢰 붕괴가 심각해지자 교육단체들이 실태 파악과 정책적·실천적 대안 모색에 나섰다.
교육단체들은 사회 전반에 팽배한 엄벌주의로 교육적 담론이 약화되고 그 자리를 처벌 담론이 대신하면서 교육공동체 간 갈등이 폭증하고 신뢰가 붕괴되며 사법화가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현 상황을 극복하고자 학교폭력예방법·아동학대처벌법 등 제도의 한계를 진단하고, 교육적 회복을 통해 교육공동체 신뢰를 회복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25일 오후 교육시민단체 교육의봄은 '교육공동체 신뢰 붕괴 및 사법화의 역사적 경로를 탐색한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앞서 교육의봄·좋은교사운동·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 12개 단체는 지난 6월 16일 '교육공동체 신뢰 회복 국민운동'을 출범했다.
국민운동은 교육공동체 신뢰 위기를 타개하고자 올해 12월까지 8회에 걸쳐 연속 토론회를 진행한다. 첫 순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김성천 교육부 장관 정책보좌관, 김용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 이재영 한국평화교육훈련원장, 박영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이 참석해 발제를 맡았다.
'입법화·사법화·행정화' 낳은 갈등…'조정·성찰·회복'은 약화
신뢰 자산이 무너진 지금의 학교를 황폐해진 공공재에 비유하며, 신뢰 붕괴가 교육의 입법화·사법화·행정화를 촉진한다고 진단했다. 김성천 정책보좌관은 "교육을 어장·산림·지하수와 같은 하나의 공유제로 봤을 때 지금 우리 교육은 고갈돼 가고 있고, 번아웃으로 이어지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며 "오늘날 우리 교육은 신뢰가 매우 낮아 거래·감시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고, 못 믿으니 계속 촘촘한 규제와 행정의 논리가 들어온다. 결국 교육의 입법화·사법화·행정화 현상이 촉진되고, 자치는 축소될 수밖에 없는 위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해방 직후부터 늘 존재했던 교육을 둘러싼 갈등이 교육적 중재와 성찰의 기능을 약화시켰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 정책보좌관은 "한국 사회 교육의 역사는 사실 갈등의 역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갈등의 과정 속에서 어느 순간 교육의 조정, 중재, 회복, 성찰의 기능은 점점 축소됐다"고 말했다.
1995년 5·31 교육개혁으로 학생과 학부모가 '소비자'로 자리잡으면서 교육공동체의 신뢰가 약화되고 사법화가 심화됐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혁이 필연적으로 교사와 학부모 간 대립적 관계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김용 교수는 "신자유주의 교육개혁은 기본적으로 교사를 '지대 추구자(rent seeker)'로 상정하는 것"이라며 "이는 교사를 자기 이익을 챙기는 사람으로 보는 것이고, 자연스럽게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가 대립적으로 변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25일 오후 교육시민단체 교육의봄은 '교육공동체 신뢰 붕괴 및 사법화의 역사적 경로를 탐색한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교육의봄 제공) 2026.08.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8/25/NISI20260825_0002221210_web.jpg?rnd=20260825203342)
[서울=뉴시스] 25일 오후 교육시민단체 교육의봄은 '교육공동체 신뢰 붕괴 및 사법화의 역사적 경로를 탐색한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교육의봄 제공) 2026.08.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교육 방해하는 '엄벌주의'…"학폭예방법·아동학대처벌법 부작용 커"
특히 학교폭력예방법과 아동학대처벌법의 한계가 교육공동체의 회복적 정의를 가로막고 교육력을 실종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비극적 사건이 발생하면 여론이 악화돼 엄벌하는 정책과 입법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소송 폭증과 교육력 붕괴를 야기해 결국 또 다른 비극을 낳는 악순환을 낳는다는 것이다.
이재영 원장은 "2012년 학폭법 개정이 학생과 학생 사이의 갈등을 사법의 영역으로 옮겼다면, 2014년 아동학대처벌법은 교사와 학생 사이의 관계 자체를 사법의 영역으로 옮겼다"고 했다.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학교폭력예방법이 지나치게 응징적이고 구조적으로 사법화를 낳을 수밖에 없다는 한계도 짚었다.
이 원장은 "학교 내 징계 처분을 받은 학생에게 그 기록을 통해 입시와 취업이라는 인생 전체에 걸친 2차 처벌을 부과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소년법보다 더 응징적인 조치"라며 "학생부 기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인 대학 입시와 직결되는데 자녀의 입시에 불이익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학부모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결과를 무효화시키려 나서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학교폭력예방법 도입 후 관련 소송이 폭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원장이 제시한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학교폭력위원회 징계 결정에 불복해 학교나 교사를 상대로 제기된 행정소송은 2012년 60건에서 2018년에는 661건으로 급증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구조 속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이다. 이 원장은 "이 정책은 학생에게 '잘못했으면 책임을 져라'가 아니라 '잘못했으면 걸리지 마라, 걸렸으면 부인하라'를 가르쳤다"며 "책임의 출발점이어야 할 '인정'이 회피해야 할 최악의 선택이 되는 순간 교육은 성립할 수 없다"고 했다.
박영환 위원장도 "불편하게 하고 나쁜 짓을 했으면 미안해하고, 피해를 받은 사람은 회복하면 되는데 지금 가해자는 반성할 수 없고 피해자는 회복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며 "사회와 어른들에 대한 인식을 대단히 왜곡시키는 엄청난 지점"이라고 우려했다.
가정 내 학대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아동학대처벌법이 학교에서 악용되면서 부작용이 극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2023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집계된 교원 대상 아동학대 신고 1870건 가운데 종결된 993건의 90.4%는 '무혐의'로 나타났다.
무분별한 신고는 보신주의, 즉 방어적 교육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교원들의 불안감도 매우 높은 상황이다. 전교조가 올해 5월 7일부터 12일까지 전국 교사 19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사 현실 긴급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7.2%가 정당한 생활지도나 교육 활동이 아동학대 신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박 위원장은 "아동학대처벌법은 쟁점인 영역을 신고의 영역으로 옮겼다"고 비판했다.
"교육적 논의 여건 만들어야…대중 분노에 편승한 입법은 경계"
이 원장은 "인정과 사과, 피해 회복을 위한 자발적 책임을 잘하면 관용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그 관용은 용서하고 무조건 봐주자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졌기 때문에 실수는 했지만 사회 구성원으로 함께 역할을 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주변화된 학부모 정책을 개편해 학부모를 학교 공동체 참여 주체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정책보좌관은 "공적 관심을 가진 학부모 리더들이 있다면 이들을 잘 키워 성장을 지원해 나가면서 학교 안팎의 역할과 학교 공동체의 참여 주체로 전환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학부모회라는 공적 기구를 통해 민원을 중화하고 교내 3주체 간의 소통 채널을 보장해 나가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중의 분노에 편승한 입법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 정책보좌관은 "특정 사안이 발생했을 때 대중의 분노는 정책의 창을 열게 하는 에너지가 될 수 있지만 교육이 갖는 고유한 의미를 퇴색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관계와 소통, 신뢰와 공동체의 가치를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특정한 법률 시행령 매뉴얼이 가져올 현장의 변화를 충분히 고려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학교폭력 조치사항의 학생부 기재 폐지, 교육당국의 현장 지원 강화 등 대안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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