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아내'라는 굴레…수십 년 인내한 끝에 내놓은 대답 [문화人터뷰]
등록 2026.09.04 17:49:21수정 2026.09.04 18:04:28
모파상 소설 원작 '의자 고치는 여인' 18일 개막
"지고지순한 사랑 없어…아날로그 더 그리워해"
'오세훈 아내' 꼬리표…"색안경에 억울하기도"
"내 천직은 선생, 제자들 위해 계속 연극하게 돼"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송현옥 극단 물결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서울파트너스하우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배우자인 송 대표가 연출을 맡은 연극 '의자 고치는 여인'이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 광진구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공연한다. 프랑스 문학의 거장 기드 모파상의 동명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평생 한 남자만을 향해 조건 없는 헌신을 바친 여인의 55년에 걸친 삶을 그린다. 2026.09.04. kmn@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9/02/NISI20260902_0021420057_web.jpg?rnd=20260902130538)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송현옥 극단 물결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서울파트너스하우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배우자인 송 대표가 연출을 맡은 연극 '의자 고치는 여인'이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 광진구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공연한다. 프랑스 문학의 거장 기드 모파상의 동명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평생 한 남자만을 향해 조건 없는 헌신을 바친 여인의 55년에 걸친 삶을 그린다. 2026.09.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이 여인은 행복했을까요, 불행했을까요. 그 삶은 의미가 있었을까요."
송현옥(65) 연출이 연극 '의자 고치는 여인'을 통해 아무런 대가 없이 55년 동안 한 남자만을 사랑한 여인의 삶에 질문을 던진다.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서울파트너스하우스에서 만난 송 연출은 "나에게 그렇게 살라고 한다면 살 수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이 여인을 이해한다"며 "이 삶을 관객들은 어떻게 볼지, 그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55년 한 사람만 사랑한 여인…"그녀는 행복했을까요"
극단 물결을 이끌어 오며 고전을 오늘의 시선으로 해석하는 작업에 관심을 가져온 송 연출은 평소 좋아하던 모파상을 집어들었다.
"단편소설은 짧지만 우리로 하여금 더 많은 생각을 스스로 할 수 있게 해요. 그런 점이 제 연극관과도 맞았죠."
무대에서는 여인이 고쳐온 의자와 남자가 일하는 약국의 유리병을 대비시켰다. 거칠고 투박한 나무를 다루며 살아온 여인에게 유리병으로 가득한 약국의 세계는 현실과 환상처럼 대비된다.
"유리병은 영롱하고 아름답지만 깨지기 쉽잖아요. 어쩌면 그 여인이 동경한 것도 그런 환상이었을지 몰라요. 그렇지만 인간이 살아가는 데는 환상도 필요한 것 아닐까요."
모든 것이 빠르게 바뀌는 요즘, 긴 세월 한 사람만 바라보는 여인의 사랑은 낯설게 다가온다. 송 연출은 오히려 그런 사랑이 지금의 관객에게 사랑받는 이유라고 봤다.
"요즘은 지고지순한 사랑이 거의 없죠. AI(인공지능) 시대에서는 인간적인 걸 잃어간다는 불안과 소외감을 가질 수 있어요. 오히려 아날로그적인 걸 더 그리워하고 추구하게 되죠. 이 여인의 사랑도 그런 것 같아요."
연극과 무용, 상징적인 오브제를 결합하고 배우의 몸과 움직임을 중시하는 것도 송 연출의 연극적 특징이다. 그는 "말이 없는 부분에 말을 만들어 넣는 게 아니라 몸의 언어로 표현하는 데 적합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송현옥 극단 물결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서울파트너스하우스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배우자인 송 대표가 연출을 맡은 연극 '의자 고치는 여인'이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 광진구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공연한다. 프랑스 문학의 거장 기드 모파상의 동명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평생 한 남자만을 향해 조건 없는 헌신을 바친 여인의 55년에 걸친 삶을 그린다. 2026.09.04. kmn@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9/02/NISI20260902_0021420062_web.jpg?rnd=20260902130619)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송현옥 극단 물결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서울파트너스하우스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배우자인 송 대표가 연출을 맡은 연극 '의자 고치는 여인'이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 광진구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공연한다. 프랑스 문학의 거장 기드 모파상의 동명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평생 한 남자만을 향해 조건 없는 헌신을 바친 여인의 55년에 걸친 삶을 그린다. 2026.09.04. [email protected]
"정치인 아내 불쌍하다면, 연극하는 부인 남편도 대단"
몸과 움직임을 중시하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며 오랜 시간 연출가로 활동해왔지만, 그에게는 늘 '오세훈 서울시장의 아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송 연출은 "벗고 싶었던 굴레였지만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세월이 됐다"고 털어놨다.
"처음에는 안타깝고 억울하기도 했죠. 20년 넘게 연출을 해도 연극계에서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이 있었으니까요. 지금은 받아들이고, 기대를 하지 않게 됐달까요. 저를 찾아주시는 관객과 제 제자들을 생각하면서 연극을 해요. 제자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연극이 있다 생각하거든요."
자신의 연극이 국내에서 온전히 평가받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느끼던 시기도 있었다. 그런 마음을 내려놓게 한 계기 중 하나는 해외 무대에서 인정받은 경험이었다.
막심 고리키의 고전을 재해석한 '밑바닥에서'는 2018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유스 시어터에 초청된 데 이어 이듬해 고리키 국제 연극 페스티벌 개막작으로 선정되는 등 해외 무대에 잇달아 올랐다.
당시 국내에서는 배우의 움직임을 두고 "무용을 한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러시아의 한 극장장은 "배우가 하는 모든 것은 액팅"이라며 송 연출의 작업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그 말에 굉장히 위안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안톤 체호프를 수십 년간 연구한 러시아의 한 학자가 자신이 연출한 '5분간의 청혼'을 본 뒤 체호프의 무의식을 새롭게 생각하게 됐다며 고맙다는 말을 건넨 일도 있었다.
"그 말에 펑펑 울었어요. 그때 모든 한이 풀렸죠."
그 경험은 자신이 추구해온 연극에 대한 확신으로 이어졌다.
"그때부터는 믿음을 가지고, 내가 옳다고 믿는 연극을 해요. 연극은 다양성이 있잖아요. 사실주의 연극도 훌륭하고, 실험주의 연극도 훌륭해요. 그 가운데 저도 제가 맡은 부분을 계속하면 된다는 믿음이 생겼어요."
정치인의 배우자이면서 연극인으로 자신의 길을 이어온 데는 서로의 일을 존중해온 부부 관계도 한몫했다.
송 연출은 "'남편이 정치하는 부인이 제일 불쌍하다고 생각하면, 부인이 연극하는 걸 봐주는 남편도 대단하다'는 말을 늘 한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항상 격려해주는 게 고마우니, 나도 남편을 응원하고 격려하게 된다"고 했다.
오 시장은 송 연출의 공연 팬이기도 하다.
"남편은 제 연극 스타일을 좋아하는 팬이에요. 공연을 보고 내가 해설해주는 걸 더 좋아해요."
이번 작품에는 딸 오주원도 배우로 함께한다. 무용을 전공한 오주원은 고등학생 때부터 송 연출의 작품에서 춤과 움직임을 맡았고 이후 연기로 영역을 넓혔다. 송 연출은 딸을 자신의 "페르소나"라고 표현했다.
"딸이 더 힘들 거예요. 배우들은 힘들면 연출 욕도 하면서 버티는데, 딸은 배우이면서 연출 딸이잖아요. 대신 배우들을 대표해서 저한테 잔소리를 많이 해요."(웃음)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과 부인 송현옥 교수가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세빛섬에서 열린 서울시 주한대사 초청 춘계인사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03.03. jhope@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3/03/03/NISI20230303_0019811587_web.jpg?rnd=20230303175148)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과 부인 송현옥 교수가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세빛섬에서 열린 서울시 주한대사 초청 춘계인사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03.03. [email protected]
"연극, 돈도 명예도 못 얻지만 좋으니 계속할 밖에"
연극을 계속하게 하는 또 다른 힘은 학생들이다. 송 연출은 서경대 전임강사를 거쳐 2005년부터 세종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저는 천직이 선생이라고 여기고 살았어요. 연출가이기 전에 제 1의 직업은 선생님이어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제자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연극이 있고, 가르쳐줘야 된다는 사명감이 있어요."
다음 작품도 준비 중이다. 유엔 인권기구에서 활동해온 서창록 고려대 교수의 경험에서 영감을 얻은 창작물로, 내년 3월께 선보일 예정이다. 유엔 인권기구의 역할과 한계에서 출발해 서로 다른 '기억'의 문제를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같은 사건도 각자 입장에 따라 다르게 기억하잖아요. 역사도 결국 기억을 만드는 일이고요. 정치 역시 기억을 만드는 전략의 싸움이라고 볼 수 있죠. 그 문제를 관객들과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도 송현옥 연출이 만들고 싶은 연극은 명확하다.
"계속해서 무엇인가를 시도하고 싶어요. 그리고 관객들이 극장을 나설 때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고요."

연극 '의자 고치는 여인' 포스터. (극단 물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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