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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서 만난 183cm 다정한 증권맨…알고 보니 수십억 챙겨 튄 전과 4범 사기꾼

등록 2026.09.13 00:10:00

사진 MBC 실화탐사대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 MBC 실화탐사대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종민 기자 = 자신을 유명 증권사 임원이나 투자 전문가로 속여 다수 여성에게 접근한 뒤 수십억원을 챙겨 달아난 40대 남성에 대해 경찰이 추적에 나섰다.

MBC 실화탐사대 최근 방송에 따르면, 피의자 전재현 씨(가명)는 독서모임이나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다가갔다. 키 183cm에 깔끔한 차림을 한 전 씨는 호주 유학파 출신 증권사 부장이나 선물거래 전문가라고 신분을 속였다. 그는 피해자들과 하루에도 수십 차례 통화하며 세심하게 챙겨주는 태도로 신뢰를 얻었다. "너를 약혼자로 올릴 테니 회사 지원 신용카드로 카드값을 대주겠다"라며 결혼을 약속하기도 했다.

교제가 시작되자 전 씨는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차명 주식이 걸려 추징금을 내야 한다"라거나 "거래처 계약금이 부족하다"라는 구실을 내세웠다. 여성들이 돈이 없다고 하면 대출이나 가상화폐 계좌 개설을 강요했다. 피해자 강 씨는 "주식을 사서 차명으로 걸렸는데 이득 본 금액의 5배에 달하는 추징금을 맞았다고 했다"라며 "솔직히 큰 돈이고 그 돈을 돌려받고 싶어서 옆에 있으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 씨는 이렇게 마련한 돈으로 인터넷 도박을 시작했고, 손실이 커지자 피해자에게 해외 원정 도박까지 요구했다. 피해자 강 씨는 "카드값이 2000만원, 3000만원씩 나왔다"라며 "자기는 경찰 추적을 받고 있으니 나더러 싱가포르로 가라고 했다"라고 전했다. 강 씨는 1000만원을 들고 싱가포르 카지노로 건너가 룰렛 배팅을 했으나 대부분의 돈을 잃었다.

전 씨는 한 피해자에게서 빼앗은 돈을 다른 피해자에게 조금씩 전하는 돌려막기 수법을 썼다. 피해자 우 씨는 "이 여자가 돈 없다고 징징거리면 이쪽으로 주고, 저 여자가 없다고 하면 저쪽에 조금 줬다"라며 "죽지 않을 만큼 찔끔찔끔 주면서 피해자들 돈으로 돌려막았다"라고 밝혔다. 돈을 요구하면 전 씨는 "죽고 싶다 진짜, 어떻게 먹은 돈인데"라며 감정에 호소하거나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다.

피해자들이 전 씨가 다닌다던 증권사를 직접 방문하면서 그의 거짓이 밝혀졌다. 해당 회사에는 전 씨가 근무한 적이 없었고 명함도 가짜였다. 피해를 입은 여성만 최소 8명이며, 피해 금액은 30억원을 넘어섰다. 전 씨는 자신의 친모 명의 통장과 휴대폰까지 범행에 이용해 모친마저 신용불량자로 만들었다. 전 씨의 모친은 "나를 만신창이로 해놓고 갔다"라며 "지가 죄를 짓고 갔으면 죄를 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 씨는 과거에도 같은 수법으로 처벌받은 전과 4범이었다. 2019년에도 여성 4명에게 1억9000만원 가량을 뜯어내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수감 당시 일기장에는 "다신 징역 살지 말자"라고 적었으나 출소 직후 또다시 가명으로 범행을 이어갔다. 피해자 이 씨는 "강남경찰서에 가서 보니 나 말고 여자친구가 그때 당시에 본 사람만 4명이었다"라며 "그때 이미 전과 4범인 걸 알게 됐다"라고 증언했다.

전문가들은 피의자가 범행 행위 자체에서 만족감을 얻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 과정에서 쾌감을 느끼는 행위 중독 성향이 강하다"라며 "돈의 유무는 나중 문제고 이걸 계속해야 쾌락을 느끼기 때문에 빨리 잡지 않으면 피해자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지명수배가 내려진 상태에서도 전 씨의 행방이 파악되지 않자 경찰 수사는 수사 중지 상태에 놓이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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