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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지가 AI·로봇 거점으로…35년 표류 새만금 개발 '착착'[르포]

등록 2026.09.14 12:00:00

현대차 로봇제조공장·AI데이터센터 예정 부지 둘러보니

매립률 35년간 41.8% 답보에 공공주도 선회·용지 전환

내년 기업투자 지원 예산 5배↑…"산업구조 고도화 계기"

현대차 투자 뒤 문의 늘고 中기업 타진…젠슨 황도 관심

[군산=뉴시스] 현대차그룹의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와 로봇제조공장이 들어설 전북 군산 새만금 1산업단지 7공구 부지에서는 지반 시추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군산=뉴시스] 현대차그룹의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와 로봇제조공장이 들어설 전북 군산 새만금 1산업단지 7공구 부지에서는 지반 시추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군산=뉴시스] 변해정 기자 = 지난 11일 찾은 전북 군산시 새만금 1산업단지 7~8공구 부지는 지반을 굴착하면서 지층 상태를 확인하는 시추조사가 한창이었다. 바다를 메워 만든 이 곳은 헐벗은 황무지에 가까웠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의 미래를 품은 땅이다.

현대차는 새만금에 5년간 9조원을 투자해 인공지능(AI)·로봇·수소 에너지를 망라한 혁신성장거점을 구축하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번 투자는 35년간 표류하며 실패한 지역개발 사업의 상징으로 전락할 뻔한 새만금 사업의 활로를 열었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는 남다르다.

35년 영욕의 새만금 '활기'…현대차 투자 발맞춰 공사 순항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인 새만금은 전북 군산·김제·부안 앞바다에 세계에서 가장 긴 33.9㎞의 방조제를 쌓아 여의도의 140배가 넘는 국토를 넓히는 대규모 간척 사업이다.

1987년 노태우 당시 대선 후보의 공약으로 출발해 1991년 11월 첫 삽을 떴지만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개발 구상이 바뀌며 진척 없이 흐지부지돼 왔다. 현재까지 매립률은 41.8%에 그친다. 이재명 대통령조차 지난해 12월 새만금개발청 업무보고 당시 "이것도 일종의 희망고문 아니냐"라고 말했을 정도다.


[서울=뉴시스]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투자 계획안. (자료= 새만금개발청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투자 계획안. (자료= 새만금개발청 제공) [email protected]

그러나 현대차의 '통 큰' 결단으로 새만금 개발이 새 동력을 얻었다.

현대차와 정부 및 전북특별자치도가 체결한 투자협약(MOU)에 따르면 오는 2029년까지 9조원을 들여 새만금 부지 112만4000㎡(약 34만평)에 AI·로봇·수소에너지 거점을 구축한다. 새만금이 첨단 기술이 융합된 미래 도시로 거듭나게 되는 셈이다.

전체 투자의 64.4%(5조8000억원)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인 AI 데이터센터는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장급 초대형 연산 능력을 갖춘 100㎿급 대형 인프라다. 연간 2만대 이상 양산하게 될 로봇제조공장과 함께 1산단 7공구에 들어설 예정이다.

7공구는 현재 매립이 완료된 상태로, 현대차는 이달 AI 데이터센터 건축 심의 절차에 착수해 연내 허가를 완료하고 내년 3월 착공하는 게 목표다.

7공구 바로 옆 8공구는 현재 항만 준설시 나온 준설토를 이용해 바다를 메워 땅을 만드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내년 말 매립을 끝마치면 태양광 발전시설과 수소 생산시설이 착공에 들어가 2029년 완공한다. 새만금개발청은 에너지용지로 전환한 농업용지 3공구를 육상태양광 부지로 제공하며 현대차는 이 곳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이들 시설에 공급하게 된다.

이와 함께 약 1조원을 들여 200㎿급 수전해 플랜트를 구축하고 이 곳에서 생산된 수소를 활용하는 AI 수소 시티도 조성한다.

[군산=뉴시스] 현대차그룹의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와 로봇제조공장이 들어설 전북 군산 새만금 1산업단지 7공구 부지. photo@newsis.com

[군산=뉴시스] 현대차그룹의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와 로봇제조공장이 들어설 전북 군산 새만금 1산업단지 7공구 부지. [email protected]

中기업 몰려온다…새만금청 '투자 유치·정주 지원' 총력

새만금청은 새만금에 다시 찾아온 기회를 살리기 위해 과감한 지원에 약속했다.

문성요 새만금청장은 지난 10일 전북 부안군 국립새만금간척박물관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예산을 통해 기업투자 기반을 확충하고 새만금 기본계획(MP)을 통해 새만금을 새롭게 설계해서 현대차를 비롯한 기업들의 실제 투자가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예산안으로 올해보다 74억원(3.4%) 늘어난 총 2222억원(일반회계 2166억원·기후대응기금 56억원)을 편성했다. 특히 기업 투자 지원 예산을 올해 46억원에서 내년 265억원으로 477%(219억원) 늘려 잡았다.

매립 목표 시기를 15년 앞당기고 민간 투자유치 중심의 개발 방식을 공공 주도로 바꾸는 내용의 MP 변경안은 다음달 새만금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MP에는 현대차의 투자가 실제 착공과 연관 기업 유치로 이어질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방안도 담겼는데 법인세·관세 감면과 메가특구 지정, 재생에너지 100% 사용(RE100) 선도산업단지 조성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뉴시스] 문성요 새만금개발청장이 지난 10일 전북 부안군 국립새만금간척박물관에서 가진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문성요 새만금개발청장이 지난 10일 전북 부안군 국립새만금간척박물관에서 가진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현대차 투자를 기폭제 삼아 국내·외 유망한 첨단기업을 적극 유치하겠다는 것인데 의미 있는 변화들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중국 상무부가 이끌고 기업 20여 곳이 참여한 새만금 투자조사단이 새만금을 찾아 투자 여건을 살펴봤다. 앞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새만금을 'AI 밸리'로 부르며 투자 가치가 높게 평가했다.

문 청장은 "현대차 투자 결정 이후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 투자유치 활동이 활발해졌다"며 "AI 등 미래산업 분야 국내 기업들이 많이 타진해 오고 있고 중국 기업도 물류·운송 등 업종이 다양하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 외) 다른 나라는 아직까지 접촉한 사례는 없지만 투자 의향이 있다면 적극 유치할 생각"이라며 "현대차의 투자는 새만금의 산업 구조를 한 단계 고도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산=뉴시스] 한성숙 국무총리와 문성요 새만금개발청장은 지난 7월 24일 전북 군산시 새만금 국가산단 7공구를 방문해 이원택 전북특별자치도지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군산=뉴시스] 한성숙 국무총리와 문성요 새만금개발청장은 지난 7월 24일 전북 군산시 새만금 국가산단 7공구를 방문해 이원택 전북특별자치도지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신뢰·실행력에 성패 달려…관할권 갈등·특혜 논란 '숙제'

새만금의 성공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하다.

역대 정권마다 부침을 거듭했던 역사가 가장 먼저 거론된다.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 과정에서 기업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정치적 흥정거리로 전락한다면 과거의 전철을 또 밟게 된다. 정부가 국무총리 주재 '새만금·전북 대혁신 태스크포스(TF)'란 강력한 추진체계를 가동한 것은 정권이나 부처 상황에 따라 사업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함에 있다.

특정 기업의 투자에 맞춰 새만금 토지이용계획을 조정한다는 점에서 특혜 논란이 제기될 수 있고 이를 둘러싼 지역 주민의 수용성 확보도 중요하다. 현대차 투자가 유발하는 경제 효과는 약 16조원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지역 경제와 직접 연결되지 않아 지역민이 체감하는 개발 효과가 제한적이라면 갈등 발생은 불 보듯 뻔하다. 김창기 새만금청 계획총괄과장은 "새만금 사업이 지연돼 온 만큼 확실히 실행될 수 있게 해달라는 지역민 요구가 많다"고 전했다.

기업 활동을 지탱할 인력 수급과 기반시설 확충 역시 선결 과제다. 현대차 혁신성장거점이 완성되면 최대 7만1000명의 직·간접 고용 효과가 발생하지만 지역 인력만으로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수변도시는 1만9000세대 약 4만명이 살 수 있는 규모로 군산 등 기존 도시의 장기 임대와 주택 특별공급이 불가피하고 교육·의료·교통 여건도 아직은 열악하다.

또 새만금 관할권을 둘러싼 인접 자치단체 간 갈등이 새만금 투자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장창석 새만금청 기획재정담당관은 "지자체 간 갈등 문제를 중앙정부가 직접 관여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지자체 내 특별지방자치단체연합 형태로의 통합을 꾀하고 있고 정부가 중재 노력의 일환으로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청장은 "기업이 실제로 새만금에 들어와 사업을 시작하려면 산업용지 뿐 아니라 전력, 용수, 교통 등 여러 여건들이 종합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면서 "새만금 내부만의 성장이 아닌 주변 도시와 연계한 광역적인 성장과 함께 환경·개발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새만금을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군산=뉴시스] 현대차그룹의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와 로봇제조공장이 들어설 전북 군산 새만금 1산업단지 7공구 부지. photo@newsis.com

[군산=뉴시스] 현대차그룹의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와 로봇제조공장이 들어설 전북 군산 새만금 1산업단지 7공구 부지.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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