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 엉덩이에 굳은살 박였나

김태희(30)는 명실상부한 애마처녀다. 경마와 승마에 두루 통하는 기승실력을 갖췄다. ‘독선생’ 2명의 특별과외 덕분이다. 과천 서울경마공원 한국마사회(KRA) 승마훈련원의 최종필 차장급 교관, 제주 경주마육성목장의 황경도 과장급 교관이 7월말까지 5개월간 김태희에게 공을 들였다. 최 교관은 승마, 황 교관은 경주마술을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경마기수는 말잔등이에서 엉덩이를 들고 있으려 애쓴다. ‘몽키 스타일’ 기승술이다. 기수 데뷔 전 양성소에서 호되게 당한 아픔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성소에서는 먼저 승마를 배운다. 안장 위에서 엉덩이를 들썩들썩하는 게 승마라 아래가 헐 뿐더러 염증도 생기므로 생리대나 기저귀를 바지 속에 넣고 말을 타는 후보생이 많다. 초보시절 뜨거운 맛을 본 탓에 기수는 경주마 새벽훈련 때도 엉덩이를 안장에서 멀리하려고 노력한다.
엉덩이는 무사해지지만 다른 부위에 이상이 나타난다.앉은 것도, 선 것도 아닌 엉거주춤한 자세를 유지하느라 허리가 아프다.허리디스크 수술을 받고 6개월씩 말을 못타는 기수도 있다.옷 안에 허리 압박붕대를 두른 기수도 적지 않다.무릎도 성치 못하다.안장에 스쳐 살갗이 벗겨졌다가 아무는 일이 반복되면서 기수의 무릎은 자연스럽게 각질처럼 바뀐다.두 손은 권투선수 주먹 같다.특히, 고삐를 눌러 잡는 손끝은 거의 발뒤꿈치처럼 굳어진 상태다.
승마 시작 처음 한 달은 몹시 괴롭다. 등, 어깨, 허벅지 부위가 놀란다. 평소 사용하지 않는 근육들이다. 김태희도 “말과 엉덩이의 마찰이 심하다보니 피도 나고 멍도 들고 해 육체적으로도 고생을 많이 했다”고털어놓았다.
낙마에 대한 두려움도 몹시 크다. 게다가 김태희는 2005년 영화 ‘중천’ 촬영 중 낙마사고의 충격을 기억하고 있다. 베테랑 교관이 김태희를 전담하고, 헬기가 지나가도 미동도 않는 둔감한 순둥이를 김태희 승마연습용으로 배정한 이유다. 이렇게 김태희는 서서히 과거의 낙마 트라우마에서 벗어났다.
1개월간 하드 트레이닝을 마칠 무렵 김태희의 승마수준은 같은 기간의 보통 수강생들보다 3개월 이상 앞서기에 이르렀다. 아침 일찍 나와 독하게 매달린 결실이다. 배우들 가운데 말 타기에 관한한 최고가 됐다.
김태희는 16일 개봉하는 ‘그랑프리’에 경마기수로 나온다. 김태희의 기수복은 박태종(45)의 것이다. 박태종은 한국경마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영화 이름과 김태희의 옷을 보면 스포일러가 따로 없다.
김태희는 제주목장의 승마교육용 말 2마리와 인마일체를 이뤘다. 똑 닮은 데다 순하다는 것이 공통점인 마필들이다. 호주산 거세마 ‘에스키’(11)를 주로 탔다. 극중 배역명은 ‘탐라’다.
모든 장면을 홀로 소화해낸 것은 아니다. 300회 이상 레이스를 치른 유미라(26) 기수가 대역이다. 그래도 김태희는 기승장면의 30% 정도를 실제로 해냈다. 함완식(32) 양희진(34) 원정일(36) 윤태혁(31) 이기회(32) 기수도 출연, 리얼리티를 더했다.
경마영화는 대개 건전하다. 좌절한 기수가 역시 버림받은 경주마와 함께 와신상담, 절치부심하다가 인생역전에 성공한다는 줄거리가 흔하다. ‘각설탕’(2006)이 그랬고, 이번 ‘그랑프리’도 대강은 유사하다. 안 그러면 KRA가 ‘그랑프리’에 돈을 댔을 리 없다. 순제작비 35억원, 마케팅비 20억원, 합 55억원을 들인 이 영화에 KRA는 20억원을 투자했다.
‘아동 사이즈’인 김태희는 그러나 포션이 빼어나다. 작다는 느낌이 덜하다. 기수로서 최적의 신체조건이다.
문화부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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