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대물<58>1개 5만원 초대형 명품콘돔

◇제12화 콘돔회사<58회>
수치심도 모르는 여자라고 생각해야 옳겠지만, 하류는 석연치 않은 그들 회사에 대해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죄송합니다. 사실 꼭 처리해야 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 그때까지는 어떤 일도 할 수 없음을 양해 바랍니다.”
정중한 거절이었다. 아주 짧은 순간에 미스 콘돔의 마케팅 담당 강 팀장과 하류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답변이 돌아왔다.
“사흘 후, 우리 만나기로 하죠.”
일방적인 약속을 정하고 강 팀장은 전화를 끊었다. 샤워를 하고 나오던 형만이가 물었다.
“용건이 뭐야? 출근 하래냐?”
“강 팀장… 잘 아냐?”
“이름은 강혜연이고… 나이는 32인가? 화끈하고 섹시하고, 아이큐도 수준이상이고… 3개 국어 정도는 쉽게 하는 커리어우먼이지. 왜?”
“너의 회사에서 개발했다는 특대형 220㎜ 콘돔을 실험해 달라더군. 약간 맛이 간 노처녀 아냐?”
“오, 그래…맞아 이거로구나!”
도형만은 서랍을 뒤지더니 특대형 콘돔이라는 걸 꺼냈다. 보기에도 흉물스러운 크기였다.
“요즘 새끼들이 실리콘으로 자기 거시기를 부풀리기도 하고, 구슬인지 다마인지 디립다 박아서 이런 싸이즈가 탄생한 거야.”
“그런 건 자기 물건에 콤플렉스 있는 위인들이나 하는 짓이지.”
형만이가 특대형을 가지고 달려들었다.
“내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이걸 사용할 수 있는 건 주변에 너 뿐인 것 같다. 한 번 해봐라!”
“비켜 이 미친 새끼!”
형만이는 물러날 기세가 아니었다. 하류의 바지를 붙잡고 늘어졌다.
“야, 이게 보통 콘돔인줄 알아? 이놈은 천연 피막 콘돔이란 건데 양의 창자로 만든 콘돔이야. 콘돔의 소재인 고무가 살로 바뀐 혁명적 아이템이지! 바로 명품 콘돔 베네통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된 220㎜ 초대형 사이즈로 개당 5만원 하는 명품이란 말이다!”
하류가 매달리는 형만을 발로 걷어찼다.
“명품은 내 대물이야! 바로 제비의 칼이란 말이다!”
정확히 사흘 후에 그녀, 미스 콘돔의 마케팅 팀장 강혜연이 찾아왔다. 날짜는 예고했지만 시간과 장소를 약속하지 않았는데 형만이 출근한 후 방문한 것이다.
“자료를 좀 가져 왔어요.”
“난 필요 없다고 했습니다.”
“아니요.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글쎄… 난 초대형 콘돔이 전혀 쓸모없는 사람이라니까요.”
강 팀장이 내미는 이동식 서류함의 겉에는 핑크 색의 하트위에 코팅 된 네잎클로버가 고정돼 한 구석에 스티커처럼 붙어 있었다. 하트와 네잎클로버는 앙상블을 이루며 따분한 서류함을 사랑과 행운을 연관 지어 주었다. 그 서류 상자에 콘돔이 들어 있을 거라는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거긴 종이학 하나가 우두커니 들어 있었다. 그리고 내용을 알 수 없는 서류가 빼꼭했다. 처음 보는 어린 아이 사진과 소형 장난감도 들어 있었다.
“이건…?”
하류는 파일을 살펴보다가 소름이 전신에 끼쳐옴을 느꼈다. 거기에는 낭만제비 학제비의 평생 행적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신상정보는 물론이고 그의 양물이 서지 않게 된 동기까지도 완벽히 기록된 자료다. 대관절 이러한 정보를 어떻게 수집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류가 원하고 있다는 걸 어떤 경로로 알아낼 수 있었을까? 그저 경이로울 뿐이었다. 과연 그들은 평범하지 않았다.
“당신들은 누구요?”
강 팀장이 사르르 미소를 짓는다. 하류의 예감은 적중했다. 그들 회사에는 불가사의한 그 무언가가 존재했다.
“이 정도면 내게 사이즈를 확인시켜주는 대가는 되는 거죠?”
여인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왔다. 하류는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최도치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생전 처음으로 강력한 상대와 마주 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집요하고 파괴적이며, 영민하고 공권력을 소유한 자이다. 특수부 소속 폭력계 검사 하도야가 신공주파의 말대가리를 총질해 즉사하게 만들었다는 보고를 받은 건 이틀 전이었다. 그는 말대가리를 쏘아 죽였지만 정당방위로 사건은 종결되어질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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