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도가니, 도가니 하니 도가니탕이 생각나더라

공유(32)와 정유미(28)가 주연한 사회고발 영화 ‘도가니’의 황동혁(40) 감독은 개봉 전 “처음 ‘도가니’를 만든다고 하니 요리 소재 영화로 알더라”고 고백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누구나 ‘도가니’하면 ‘먹는 도가니’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도가니는 소의 무릎 관절을 이루는 물렁뼈와 주변의 투명하고 젤라틴 같은 힘줄을 말한다. 칼슘, 무기질, 인, 콜라겐 등이 다량으로 함유돼 피부 재생, 노화 방지, 골다공증이나 관절염 예방 등에 특효가 있다고 한다. 주로 탕과 수육으로 먹는다. ‘설렁탕’보다는 한 수 높게, ‘꼬리 곰탕’보다는 낮게 치부된다.
‘도가니’가 영화를 넘어 사회 현상, 신드롬이 돼버린 지금은 오히려 도가니가 음식이라는 게 낯설게 느껴질 정도다. 영화 ‘도가니’를 보며 분노했다면, 이번에는 진짜 도가니를 맛있게 씹으며 마음을 가라 앉혀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에서 도가니 탕과 수육을 맛있게 하는 곳으로 첫손 꼽히는 곳은 ‘대성집’(02-735-4259)이다. 종로구 교북동 87번지 한 자리에서 50년을 이어오고 있다.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3번 출구에서 독립문 사거리 방향으로 200여m 걸어가다 꿈이있는약국과 연세내과 사이 골목으로 우회전한 뒤 20m 가량 가서 나오는 골목에서 다시 우회전하면 만날 수 있다. 간판이 골목 곳곳에 붙어 있어 찾기 쉽다.
가게는 홀과 방으로 이뤄져 있다. 가게가 번창하면서 옆집으로 가게가 계속 확대되면서 내부 구조가 조금 복잡하다. 홀은 20여석에 불과해 손님들은 대부분 방에 안게 된다. 서울 사대문 안 유서 깊은 맛집들이 다 그렇듯 이 집도 세련된 인테리어와는 거리가 멀다. 허름하다고 말하는 게 옳다. 그래도 어떠랴, 도가니 맛만 좋으면 되지…. 게다가 실내가 상당히 깨끗해 흡족하다.

‘도가니 탕’(9000원)을 시켰다. 반찬인 김치, 깍두기, 생마늘 고추장 장아찌가 먼저 나오고 잠시 후 공기밥과 함께 뚝배기에 담긴 탕이 나온다. 국물은 뽀얗기는 하나 진하지 않고 다소 맑은 편이다.
테이블 한쪽에 소금, 후추, 고춧가루 등 양념통들이 놓여 있지만 국물 본연의 맛을 느껴 보기 위해 아무 양념 없이 한 숟가락을 떠서 입에 넣어 봤다. 빛깔만 진한 국물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강변하듯 감칠맛 그 자체였다. 도가니 뼈를 밤새 장작으로 끓여낸 덕이다.
이번에는 탕 안에 고기가 얼마나 들어있나 보기 위해 숟가락으로 탕을 저어봤다. 뭔가가 걸리는 게 많이 들어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일단 젓가락으로 하나를 집어 봤다. 요즘 말로 ‘왕건이’(큰 건더기)가 나왔다. 이 정도면 대만족이다 싶어서 본격적인 식사에 들어갔다.
고기를 한 점 들어 양념장에 살짝 찍은 다음 입에 넣었다. 그 맛이 한 마디로 감동의 도가니다. 쫀득쫀득, 야들야들 입 안 가득 행복감이 뭉게구름처럼 피어났다. 특히, 스지의 경우 상당수 특급호텔 뷔페의 경우에도 너무 끓인 탓인지 젤리처럼 입에 들러 붙어 식감이 좋지 않은데 이 집은 그 정도를 잘 조절해서 전혀 불편함 없이 먹을 수 있다.
숟가락을 저을 때마다 큼지막한 고기가 끝 없이 건져지는 게 무려 10개 남짓이다. 사람에 따라 많이 먹으면 느끼해질 수도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게 반찬이다. 아삭아삭한 깍두기나 새콤한 마늘 장아찌를 먹으면 입이 개운해진다. 마늘 장아찌는 익힌 것이 아니어서 마늘 특유의 알싸한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고기를 좋아한다면 아예 ‘도가니 수육’(2만원)을 주문하는 것이 좋다. 큼직한 접시 가득 도가니 고기가 나오고 국물이 무한 리필되므로 배불리 먹을 수 있다.
도가니 탕의 그늘에 가리긴 했지만 도가니탕 국물에 된장으로 맛을 내고 큼직한 선지 한 덩어리를 넣어 끓인 ‘선지 해장국’(5000원)도 맛 좋고 내용물이 알차 인기다.
도가니(스지 포함), 선지 모두 국내산 한우, 육우를 사용한다. 전용 주차장이 있어 편리하다.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 일요일은 쉰다.
문화부 차장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