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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교수 성학, 부풀어 오르는 음낭

등록 2011.10.22 07:11:00수정 2016.12.27 22:5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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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안세영 교수(경희대 한의대 신계내과학) '성학'<66>  한의학에서는 융폐(&#30275;閉), 소변불통(小便不通), 임병(淋病) 등의 병증이 전립선비대증에 해당한다. 소변불통은 문자 그대로 소변이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고, 임병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나무에서 물이 떨어지는 형상을 모방해서 소변을 찔끔거리며 배뇨 시 통증이 수반되는 병증인데, 융폐란 도대체 무엇일까?

【서울=뉴시스】안세영 교수(경희대 한의대 신계내과학) '성학'<66>

 한의학에서는 융폐(癃閉), 소변불통(小便不通), 임병(淋病) 등의 병증이 전립선비대증에 해당한다. 소변불통은 문자 그대로 소변이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고, 임병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나무에서 물이 떨어지는 형상을 모방해서 소변을 찔끔거리며 배뇨 시 통증이 수반되는 병증인데, 융폐란 도대체 무엇일까?

 ‘융(癃)’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우선 ‘융병(癃病)은 노병야(老病也), 피병야(罷病也)’라 해서 노인성 질환임을 표방한다.

 ‘노병야(老病也)’는 어렵지 않게 노인병이라 생각할 수 있는데, ‘피병야(罷病也)’란 또 무엇인가? 이 역시 자전을 빌려 설명해 보자. 피(罷)를 찾아보면 ‘마칠 파[了也요야], 귀양보낼 패[遣囚견수], 고달플 피[困極罷弊근극파폐]’ 등의 세 가지 음(音)과 훈(訓)이 나오는데, 융폐를 설명할 때의 피병은 세 번째의 고달프다는 의미다. 따라서 피병(罷病)은 나이 들어 얻은 고달픈 병임을 알 수 있다.

 너무 전문적이고 어렵다는 느낌을 받은 독자들을 위해 융(癃)에 대한 두 번째 설명을 덧붙인다. 융(癃)이란 글자는 ‘병질 부(疒)’에 ‘솟을 융(隆)’이 결합된 것이니, 요곡배륭(腰曲背隆)의 뜻이다. 즉 허리는 굽고 등은 불쑥 튀어나온 노인의 형상을 묘사한 것이다. 훨씬 쉽게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융(癃)이란 글자만으로도 우리는 노인성 질환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폐(閉)란 무엇을 뜻할까? 폐(閉)는 문(門)을 손[手=才]으로 빗장을 걸어 막는 것이니, 이런 상황이 비뇨기에 도입되면 요로(尿路)가 어떤 이유로 인해 막히는 소변불통(小便不通)을 뜻한다.

 이상의 융과 폐에 대한 설명을 종합하면, 융폐(癃閉)란 노인이 돼 소변의 통로가 원활하지 못한 까닭에 겪는 배뇨곤란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융폐증(癃閉證)은 그 증상의 경중(輕重)을 구분해서 융과 폐로 나누기도 한다. 즉 융은 소변이 시원치 않고 방울방울 떨어져서 그렇지 1일 총 소변량에는 변동이 없는 비교적 가벼운 상태를 뜻하고, 폐는 오줌이 방광으로부터 흘러 넘쳐 똑똑 떨어지는 것으로 방광 내에 잔뇨가 가득 찬 비교적 심한 상태를 뜻한다. 요즘이야 카테터(cathter)라는 고무호스를 요도를 통해 집어넣음으로써 방광 안의 오줌을 밖으로 빼내는 게 너무도 일반적인 처치방법이지만, 옛날에는 이 방법도 쉽지 않았을 테니, 소변이 도통 나오지 않는 폐(閉)는 무척 위급하게 생각했다. 물론 문헌을 찾아보면 고무호스 대신 대롱 모양의 파[蔥총]를 사용해서 도뇨(導尿)했다는 기록도 나오지만 이 또한 쉽지 않았으리라!

 융폐증의 약물요법은 노인은 정혈(精血)을 보충하는 보정혈(補精血)과 소변의 배출을 이롭게 하는 이수(利水)의 방법을 혼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는 ‘노인혈쇠(老因血衰: 늙는 것은 인체 내 정혈(精血)의 기능이 쇠약해지기 때문이다)’ 라는 한의학 고유의 노쇠 이론에 바탕한 까닭인데, 저자도 이를 응용해서 임상에서 꽤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론적으로만 따지면 결체조직이 모여 비대해진 전립선이 어떤 약물을 사용해도 현저히 줄어들지 않을 텐데, 수술을 권유받았다는 환자들이라도 임상증상만큼은 뚜렷하게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근간에는 이를 수치화, 통계화, 객관화시키는 작업의 일환으로 치료 전후 전립선 크기를 초음파진단기를 이용해 측정하기도 하고, 또 국제 전립선 증상 점수(IPSS: International Prostate Symptom Score)를 기록하기도 한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을 떠올려가며….

 오십 고개를 지나 소변줄기가 약하고 배뇨 시 인위적으로 복압을 증가시켜야 하는 남성, 또 야간에 밤잠을 설칠 정도로 화장실을 자주 찾는 남성은 일단 전립선비대증을 의심하고 적극적인 진료를 받아야 한다. 앞서 지적한 대로 헛기침의 위엄(?)에만 의존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당구(撞球)를 즐기는 사람들은 ‘물다마’라는 소제목을 보고, ‘실력은 100 정도밖에 안 되면서 150 친다고 떠들어대나 보다’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는 남성의 ‘긴따마’에 물이 들어찬 음낭수종(陰囊水腫: hydrocele)을 빗댄 것이다.

 음낭수종은 고환 고유의 협막강(莢膜腔) 속에 액체가 고여 음낭이 부풀어 오른 것으로 심하면 성인 머리만큼 커지기도 한다. 급성의 경우는 외상, 부고환염, 고환염, 고환종양 등의 합병증으로 많이 발생하고, 만성의 경우는 흔히 뚜렷한 이유 없이 담황색의 액체가 음낭에 서서히 고여서 발생한다.

 만성 음낭수종은 이렇게 잠행적으로 진행하는 특징 때문에 상당량의 액체가 저류되기 전까지는 환자 자신도 자각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때문에 우연한 기회에 고환에서 유연한 무통성(無痛性) 종류(腫瘤)가 만져진다는 사실을 깨닫고서야 음낭수종임을 알게 되며, 증상은 고환의 내용물이 무거워짐에 따라 발생하는 땅기는 느낌과 불쾌감 등이 고작이다.

 예민한 남성들은 고환부위에 약간의 견인감(牽引感)이나 불쾌감만 있어도 자신의 고환을 살펴보는데, 고환이 좀 커졌다 싶으면 종양이 아닌가 걱정한다. 그러나 손전등만 있으면 집에서도 간단히 구별 가능하니, 음낭수종은 고환의 종양이나 탈장(hernia)과 달리 촉지되는 종류(腫瘤)가 빛을 투과시킨다.

 음낭에 물이 고인 게 음낭수종이므로, 주사기 등으로 물을 뽑아내면 일시적이나마 고통을 해소할 수 있다. 성인은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서 이 임시방편책도 간혹 시행되지만, 소아의 음낭수종은 음낭과 복강이 서로 교통돼 복수(腹水)가 음낭으로 내려와 생기는 게 대부분이므로, 복강과 음낭의 통로를 차단하는 수술법이 많이 응용된다.

 한의학에서는 수산(水疝)이 음낭수종과 가장 유사한 병증이다. 전립선염을 설명할 때 산병(疝病)을 잠깐 언급했는데, 대개 일곱 가지로 분류되는 산병, 즉 한산(寒疝), 근산(筋疝), 수산(水疝), 혈산(血疝), 기산(氣疝), 퇴산(㿗疝), 호산(狐疝) 중에서 음낭수종은 수산에 해당한다. 수산의 증상이 ‘음낭이 부풀어 오른 게 마치 수정 같고[囊腫狀如水晶낭종상여수정], 만졌을 때 물소리가 난다[按之作水聲안지작수성]’는 내용에 근거한 것인데, 노인이나 소아에게 많기 때문에 치료는 주로 부족한 기능을 보충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지상사 02-3453-6111 www.jisangs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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