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미군기지 출입증 뒷돈 거래 의혹 파문

【대구=뉴시스】박광일 기자 = 지난 18일 주한미군 소속 군무원 A씨가 대구지역 미군기지 출입증 및 골프장 회원권 발급 과정에서 기부금 명목으로 수백만원 상당을 받아 챙겼다는 의혹이 지역 언론 등을 통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30일 미8군 제19지원사령부에 따르면 미군범죄수사대(CID)에서 해당 의혹에 대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대구 남구 캠프워커 미군기지 인근에서 바라본 기지 내 골프장의 모습. [email protected]
◇출입증 발급·갱신에 수백만원 기부금 내는 게 관례?
지난 18일 미8군 제19지원사령부 소속 한국인 군무원 A씨가 대구 남구지역 미군기지 출입증과 캠프워커 골프장 회원권 발급 과정에서 기부금 명목으로 장당 수백만원의 돈을 받아 챙긴 의혹이 지역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됐다.
30일 미8군 제19지원사령부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984년 7월부터 주한미군 소속 군무원으로 근무했으며, 1994년 4월부터 제19지원사령부에 소속돼 통역 및 대외협력 업무 등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헨리와 캠프 조지, 캠프 워커를 비롯한 대구 남구지역 미군기지 출입증은 '주한미군 관계기관 종사자 출입증'과 부대 공사 및 납품 등 '관련 계약 수행자 출입증', 주한미군의 한미 교류 확대 목적으로 발급되는 '좋은 이웃 프로그램(Good neighbors Program)' 출입증 세 가지로 나뉜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좋은 이웃 프로그램' 출입증 및 '아너스 멤버(Honors member)'로 불리는 골프장 회원권이다.
'좋은 이웃 프로그램' 출입증은 평소 봉사활동 등 한미 친선교류활동에 노력한 내국인에게 발급되는 것으로 공식적인 발급 비용은 없다.
이 출입증을 발급받을 경우 미군부대 내 대형마트와 PX, 주유소를 제외한 나머지 시설물을 모두 이용할 수 있으며, 69달러(약 7만8000원)에서 89달러(약 10만원)의 이용료만 내면 9홀 규모의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다.
'아너스 멤버' 골프장 회원권의 경우 평일과 주말 상관없이 일반 골프장 이용료의 10% 수준인 10달러(약 1만1000원) 만 지불하면 캠프워커 내 골프장 이용이 가능하다.
이 같은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는 미군부대 출입증과 골프장 회원권 발급 및 갱신 과정에서 군무원 A씨가 기부금 명목으로 수백만원 상당의 뒷돈을 받아 챙겼다는 것.
수년 전부터 골프장 회원권을 발급받아 캠프워커 내 골프장을 이용한 B씨는 "출입증 신규 발급 때 400만~500만원, 갱신 때 100만~200만원, 골프장 회원권의 경우 신규 500만원, 갱신 때 100만~200만원의 돈을 기부금 명목으로 내는 것이 관례였다"며 "미군부대를 출입해 본 사람들 대부분 A씨가 돈을 받은 사실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군무원 A씨 비공식 사교 모임 만들어 연회비 착복 의혹도
A씨는 이 뿐만 아니라 미군기지 출입자들을 상대로 비공식 사교 모임을 만들어 연회비를 받아 챙긴 의혹도 함께 받고 있다.
미군기지 출입자 등에 따르면 A씨는 KAFA(Korea-American Friendship Association)라는 비공식 사조직을 만들어 회원들을 상대로 연회비를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조직한 이 사교 모임의 회장은 대구의 한 전직 기업가가 맡고 있으며 지역 고위층 인사로 구성된 30여 명의 이사진과 1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년간 미군기지에 출입한 C씨는 "회원들의 공식적인 연회비만 해도 총 1억원 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연말 결산이나 회계보고도 없어 이 연회비의 사용처는 A씨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인근 주민 "골프장 폐쇄하고 미군기지 반환해야"
이처럼 캠프워커 미군기지 출입증 뒷돈 거래 의혹이 일자 대구지역 시민단체와 캠프워커 인근 대명5동 주민들은 기존 골프장 폐쇄 및 서편활주로 시설물의 골프장 부지 이전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캠프워커 미군기지의 경우 지난 2009년 A-3비행장 동편활주로 및 H-805 헬기장 반환이 확정돼 현재 부지 매입 사업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헬리패드와 대형마트, 사병 숙소 등이 위치한 서편활주로의 경우 지난 2007년 5월 SOFA 협상과제로 채택된 뒤 미군 측이 대체 부지를 요구하고 있어 반환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 A-3비행장 동·서편 활주로는 대구시의 3차 순환도로 건설계획에 포함된 땅으로, 이 도로의 완전개통을 위해서는 서편 활주로 반환이 필수적이다.
이에 대해 '대구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하 대구평통사)'와 대구경북진보민중공동투쟁본부 등 시민단체는 캠프워커 골프장 즉각 폐쇄 및 서편활주로 시설물 골프장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백창욱 대구평통사 대표는 "캠프워커 골프장의 경우 안보시설도 아닌데다 이용자 대부분 미군이 아닌 내국인으로 밝혀진 만큼 폐쇄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공공의 목적을 위해 현재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서편활주로 반환을 위해 시설물들을 골프장 부지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의혹과 시민단체의 요구에 대해 미8군 제19지원사령부 김상윤 공보관은 "출입증 및 골프장 회원권 뒷돈 의혹에 대해서는 현재 미군범죄수사대(CID)에서 수사 중이라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수 없다"며 "다만 30일부터 '좋은 이웃 프로그램' 출입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여 출입증 발급 적절성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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