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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스타일' 싸이는 유튜브를 어떻게 정복했나

등록 2012.11.24 19:25:29수정 2016.12.28 01:3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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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24일 오후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동영상 1위에 등극시킨 가수 싸이(35)는 자타공인 세계 최대 동영상사이트 유튜브가 낳은 스타다.

 세계에 열풍을 몰고 온 '강남스타일'의 진원지가 바로 유튜브이기 때문이다.

 싸이는 지난 9월 말 유튜브를 운영하는 웹사이트 구글의 에릭 슈미트(57) 회장을 만나 "올해 7월 한국 팬들을 위해 유튜브에 뮤직비디오를 공개한 것인데, 지금 세계 팬들이 즐기고 있다"면서 "이것은 독보적인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를 통해서 가능했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신문도 공영 라디오방송 NPR의 조이 체이스의 말을 인용, K팝이 MTV 시대와 영상사이트 유튜브를 거쳐 성장했다고 분석하면서 싸이가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강남스타일'이 미국에서 인기를 얻은 이유는 노래 자체보다는 영상 때문이라는 것"이다.

 캐나다의 팝스타 저스틴 비버(18)의 매니저로 싸이의 미국·유럽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스쿠터 브라운(31)이 싸이를 처음 접한 것 역시 유튜브였다.

 '강남스타일'을 본 직후인 8월1일 자신의 트위터에 "내가 왜 그와 계약을 하지 않았을까"라는 글을 남겼던 스쿠터는 결국 콘텐츠 프로듀서 이규창(34)씨를 통해 같은 달 말 자신이 이끄는 '스쿠터 브라운 프로젝트'를 통해 싸이와 계약하는데 성공했다.

 유튜브는 빌보드·아이튠즈와 함께 세계 팝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3대 차트로 통한다. 이들을 모두 섭렵하면 '그랜드슬램'으로 부를 정도다. 

 특히 유튜브는 이미 젊은 세대들이 음악을 듣는 통로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싸이를 비롯해 한류그룹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빅뱅'의 음악 방송 무대와 뮤직비디오는 유튜브를 통해 퍼져 나가며 세계 곳곳의 팬들이 춤과 노래를 따라하게끔 만들었다.

 '강남스타일'이 이 중에서도 유튜브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까닭은 국경과 인종, 언어의 장벽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었던 '재미'에 있다.

 싸이는 인터뷰에서 "멋있는 것은 잠깐이지만 유머는 오래 간다. 나는 그런 기반의 딴따라다. 오래 노래하고, 오래 사랑받고 싶다"며 자신의 음악적 기반이 재미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지난 9월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정신을 '펀 바이 뮤직(Fun By Music)'이라 정의한 바 있듯, '강남스타일' 뮤비는 코믹한 요소가 다분하다. 싸이는 뮤비에서 한강의 오리배, 사우나 등지에서 코믹한 '말춤'을 춘다. MC 유재석(40), 노홍철(33)의 코믹 연기도 한몫 거들었다.

 이 덕분에 세계 곳곳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며 각종 패러디 뮤비를 양산하며 유튜브에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국내에서 유재석, 노홍철이 출연하는 MBC TV 인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북경스타일' '무도스타일' 등으로 패러디한 것을 비롯해 홍대스타일, 대구스타일 등 전국 각지의 지명을 이용해 일반인들이 제작한 '○○스타일'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싸이 같은 '엽기적인 가수'를 처음 맞닥뜨린 외국의 반응은 더 뜨거웠다.

 민주당 후보로 나선 버락 오바마(51) 대통령과 공화당 미트 롬니(65) 후보가 맞붙은 최근 미국 대선 과정에서 이들 후보를 풍자한 패러디영상을 비롯해 필리핀 세부 교도소 재소자들의 '교도소 강남스타일' 등이 인기를 끌었다.

 '강남스타일' 패러디 동영상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됐던 미국의 어느 시립수영장 안전요원들이 직업을 되찾는 해프닝도 있었다. 타이완의 어느 성형외과는 병원 홍보를 위해 간호사가 선정적인 의상을 입고 나온 '간호사 스타일'을 만들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노엄 촘스키(84) 석좌교수,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인 새 둥지 모양의 '냐오차오(鳥巢)'를 공동설계한 중국의 반체제 미술가 아이웨이웨이(55·艾未未)도 '강남스타일' 패러디 열풍에 가세하며 화제가 됐다. 심지어 폐쇄된 북한에서도 '강남스타일' 말춤을 추며 패러디했다.

 이미 유튜브를 통해 스타는 여럿 있다. 비버 역시 브라운이 유튜브에서 발굴한 유튜브 스타다. 이 밖에 올해 가장 주목 받는 신예이자 '콜 미 메이비'로 '핫100' 9주 연속 1위에 빛나는 캐나다 신예 칼리 래 젭슨(27), 2007년 SBS TV '놀라운 대회-스타킹' 출연 이후 스타덤에 오른 필리핀의 팝스타 채리스(20·채리스 펨핀코), 휴대폰 판매원에서 2007년 영국 ITV '브리튼즈 갓 탤런트'으로 스타덤에 오른 폴 포츠(42)도 역시 유튜브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싸이는 그러나 유튜브를 통해 B급 문화 확산의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싸이가 기자회견에서 "저는 태생이 B급입니다. 그런 것을 만들고 할 때 소스라치게 좋아요. B급을 가지고 태어난 것 같아요. 외국 분들은 저를 오스틴 파워 같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는 겸손이 미덕이지만 외국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지르는 것을 좋아하더라"고 밝힌 것처럼 외국은 싸이의 B급 문화에 열광했다.

 23일 사퇴한 무소속 안철수(50) 대선후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라고 밝혀 국내에서 주목을 받은 미국계 캐나다 작가 윌리엄 깁슨(64)이 미국 IT 전문지 '와이어드'와 인터뷰에서 "'강남스타일'은 우리가 접하기 힘들었던 방식으로 퍼져나간 대표적인 하위문화"라면서 "유튜브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봤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튜브와 함께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역시 '강남스타일'을 세계 곳곳에 전파하는 데 힘을 보탰다. 미국의 가수 겸 영화배우 티페인(27)과 영국의 팝스타 로비 윌리엄스(38)를 시작으로 미국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31), 케이티 페리(28)) 등이 SNS를 통해 관심을 표하면서 '강남스타일'은 입소문을 탔다.

 깁슨은 "싸이의 다음 뮤직비디오는 꼭 챙겨볼 것"이라면서 "내가 혹시 싸이의 뮤직비디오를 놓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트위터를 통해 내게 그 이야기를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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