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엄정화, 어느 문으로 들어갔나…허술하기 짝이 없는 영화 ‘몽타주’

【서울=뉴시스】박동욱 기자 = 7일 오후 서울 성동구 CGV 왕십리점에서 열린 영화 '몽타주' 언론시사회에서 정근섭(왼쪽부터) 감독, 배우 엄정화, 김상경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2011년 200만 관객들의 사로잡은 웰메이드 스릴러 ‘블라인드’(감독 안상훈)의 제작진 중 일부와 이 영화를 투자·배급한 NEW(대표 김우택)가 선보이는 신작 스릴러여서 기대가 과했던 탓일까.
엄정화(44) 김상경(41)의 스릴러 ‘몽타주’(감독 정근섭)는 흡인은커녕 ‘왜 저럴까?’하는 의문 부호만 머릿속에 자꾸 띄우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허무한 반전과 허술한 개연성으로 ‘웰메이드 스릴러’가 아닌 ‘스릴러적 요소를 가진 보통 영화’로 스스로를 전락시켜 버렸다.
15년 전 초등학생 소녀 ‘서진’을 유괴, 살해한 뒤 감쪽같이 숨어버린 ‘범인’에 대한 공소시효가 끝나는 7월19일이 임박한다. 딸을 잃은 엄마 ‘하경’(엄정화)과 15년 전 범인을 눈 앞에 두고도 잡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힌 강원도의 형사 ‘청호’(김상경)는 각자의 방식으로 범인을 쫓는다. 공소시효 완성 하루 전 청호는 15년 전 서진이 숨진 채 발견된 경춘국도 변에 놓인 국화 한 송이에서 범인의 자취를 발견하고 따라붙는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간발의 차로 실패하고 만다.

【서울=뉴시스】박동욱 기자 = 7일 오후 서울 성동구 CGV 왕십리점에서 열린 영화 '몽타주' 언론시사회에서 배우 엄정화가 포토월로 들어서고 있다. [email protected]
실제 미제사건이 아니라 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창작된 사건이다 보면 당연히 허점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감독이 직접 집필했다는 이 영화는 마치 15년 전 범인을 잡도록 하려고, 꼭꼭 숨어 지내던 범인을 현재에 드러내기 위한 설정을 억지로 했다고 여겨질 정도로 여기저기서 빈틈을 드러낸다.
범인은 왜 공소시효 완성 직전 위험을 무릅쓰고 서진의 시신이 발견된 곳에 국화를 가져다 놓는 만용을 부린 것일까. 자동차 번호판을 숨기고, 가릴 정도로 용의주도한 범인이 어째서 현장에 CCTV가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것일까 등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대목에서부터 이야기는 출발한다.

【서울=뉴시스】박동욱 기자 = 7일 오후 서울 성동구 CGV 왕십리점에서 열린 영화 '몽타주' 언론시사회에서 배우 김상경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범인을 홀로 뒤쫓던 하경이 산속 외딴집을 찾는 장면도 논란거리다. “아무도 안 계세요”라면서 남의 집 방에 들어간 하경이 범인의 집임을 직감할 때 마침 범인이 나타난다. 다행히 범인은 방에 들어서지 않은 채 툇마루에 한참을 앉아 하늘을 바라본다. 잠시 뒤 대문 앞에 손님들이 도착하자 범인이 이들을 마중을 나가고, 그 사이 하경은 달아난다. 여기서 부딪치는 문제가 바로 하경의 신발이다. 하경이 신발을 들고 방에 들어선 것이 아니니 방에 있는 동안 문 앞에 여자 구두가 있었을텐데도 범인은 아무런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물론 하경이 뒷문을 통해 방으로 들어가고 범인은 앞문 앞에 앉아 있는 것이라면 하경의 신발이 발각되지 않았겠지만 그 점을 명확하게 묘사하지 않아 관객들이 혼란스러워 하기 쉽다. 차라리 하경이 범인의 집임을 알아차리고 나가려던 찰나 범인이 손님과 함께 오는 것을 먼 발치에서 보고 분노하는 것으로 풀어가는 것이 더 설득력 있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영화 곳곳에서 크고 작은 헛점들이 발견돼 영화, 드라마를 막론하고 국내외 스릴러 장르를 즐겨 봐온 사람들이라면 실망을 금치 못할 지경이다.

【서울=뉴시스】박동욱 기자 = 7일 오후 서울 성동구 CGV 왕십리점에서 열린 영화 '몽타주' 언론시사회에서 정근섭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뿐만 아니다. ‘블라인드’에서 유일한 목격자인 시각장애인 ‘수아’(김하늘)의 말을 믿어주며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강직한 ‘조 형사’를 연기한 조희봉(42)이 강 형사인 것도 신기하다. 어쩌면 기존의 히트 스릴러들의 이미지를 차용한 듯한 인상을 줘서 너무 쉽게 가려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그런 배우들의 이미지 때문에 오히려 몰입되기보다 식상감마저 일으킨다. 지난해 스릴러 ‘내가 살인범이다’(감독 정병길)에 악역으로 나온 정해균(45)이 형사로 180도 변신한 것이 신선할 정도다.
그래서일까, ‘블라인드’에서 수아를 지키려던 안내견 ‘슬기’(달이)가 연쇄살인범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할 때 오열했거나 조 형사가 역시 연쇄살인범에게 죽임을 당할 때 안타까움과 연민을 느낀 관객이라면 이 영화에서 그런 것까지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아니, ‘내가 살인범이다’에서 연쇄살인범에게 딸을 잃은 어머니 ‘한 회장’(김영애)에게 공감하면서 범인에 대해 품게 된 분노나 복수심마저도 느끼기 힘들다. 한 마디로 가슴 떨리는 공포와 가슴을 울리는 감동을 동시에 주는 ‘한국형 스릴러’를 기대한다면, 아쉬움으로 가득할 것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 발목이 잡혀 200만 관객에 머문 ‘블라인드’와 달리 잔인한 장면이 거의 없는 덕에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은 것을 ‘몽타주’는 천행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16일 최강희(36) 봉태규(32)의 코미디 ‘미나문방구’(감독 정익환)가 개봉하는 것은 이 영화가 풀어야 할 또 다른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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