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립 잡기노트]야한소설의 양지 ‘이웃집여자 이웃집남자’

인터넷 카페 ‘부부핵교’ 여성운영자 정지애씨는 “섹스는 본능이지만 오르가슴을 느끼는 것은 능력”이라고 가르친다. 말로만 그치지도 않는다. 자신의 성경험담인 ‘지애의 올가즘 일기’를 적나라하게 공개, 공유하고 있다.
정씨의 일기장은 ‘중년여성이 이야기하는 진짜 오르가슴’으로 출발한다. 본론으로 들어가면 성감대, 여성을 사정하게 하는 방법, 오르가슴으로 가는 지름길, 일상의 오르가슴 따위로 노골화한다. 50쪽 분량 대부분은 글로 옮기기에 낯뜨거운 것들이다.
이 모두는 체험이 바탕이라고 한다. 부부핵교 황주성 대표는 “성 전문박사들의 연구결과가 아무리 과학적이라고 해도 일반부부들이 활용하지 못하면 그림의 떡이므로 소개조차 하지 않는다”며 그녀를 격려한다. 이러한 논픽션뿐 아니다.
‘원수정’이라는 중성적 필명을 쓰는 프로필 불명의 작가도 주목받고 있다. 판타지 e-북 소설 ‘박수’로 사이버상에 등장했고, 에로 추리물 ‘아내의 폰섹스 파트너’로 관심을 끌었다. 온라인 소설 ‘똥개’도 집필 중이다.
이처럼 인터넷이 홈그라운드인 원씨가 오프라인에도 고개를 내밀었다. ‘연인과 부부를 위한 성의 재발견’을 표방한 ‘이웃집 여자 이웃집 남자’라는 소설책을 멀쩡한 출판사를 통해 냈다. 평범한 제목 덕분에 ‘19금’ 딱지를 안 붙이고도, 미성년자가 못보게 래핑하지 않고도 서점에 깔 수 있었다. 도서유통 전 검증단계에 구멍이 뚫린 셈인데, 소설 제명의 속뜻은 ‘네 이웃의 여자(남자)를 탐하라’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제도권으로 편입, 문학이 돼버린 ‘야설’이다.
“성에 대한 자유를 부부와 연인들에게 부여하고 싶다. 부부와 연인 사이에는 자연스럽고 은밀한 언어가 필요하다. 노력하라. 왜 맛집은 찾아다니면서 섹스테크닉은 연마하지 않는가”라고 꾸짖는다. 이어 다독인다. “이웃집 여자 커플과 이웃집 남자 커플이 갈등과 위기를 겪으면서 섹스를 일상적 대화로 만들어 가는 과정, 서로를 대하는 스킬을 연습해 가는 과정, 그러면서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고 다짐하는 과정을 보면서 지금의 나는 어떤지, 앞으로의 삶을 풍성함과 기쁨으로 채우기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좋겠다.”
과거 장편소설 ‘즐거운 사라’를 펴내면서 마광수 교수는 밝혔다. “우리는 인간이 ‘사회적 자아’뿐만 아니라 ‘개인적 자아’ 역시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한다. 그리고 개인적 자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성문제에 대해 툭 털어놓고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한시바삐 마련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나라에서 성문제는 마치 ‘쓰레기통에 뚜껑만 덮어 놓고 있는 양상’과도 같아서, 은폐될대로 은폐된 채 해결책을 전혀 찾지 못하고 속으로 썩어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새 시대의 조류에 맞는 새로운 성의식이나 성철학이 끼어들 여지가 전혀 없어 사회 전체를 숨막힌 답보 상태로 몰아가고 있으며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이중적 사고방식에 기인하는 보수적 억압의 논리만이 판을 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마 교수는 엄숙근엄한 문학에 진저리를 친다. “우리나라의 현대문학은 비록 이광수의 계몽주의(또는 교양주의)로부터 시작됐지만 곧바로 김동인의 리얼리즘에 의해서 극복됐다. 성문제 하나만 보더라도, 김동인은 ‘감자’나 ‘김연실전’을 통해 이광수의 편협한 시혜의식과 비현실적 이상주의를 극복하고 있으며, 있는 그대로의 성을 그릴뿐 거기에다가 섣부른 ‘진단’이나 ‘처방’을 첨가시키지 않고 있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김동인으로부터 시작된 ‘문학적 주관의 확립’이 그 이후로 후계자를 얻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현대 소설은 그 이후 줄곧 이데올로기나 도덕의 슬하에서 벗어나오지를 못했고, 지금은 오히려 더욱 심해진 ‘이광수주의(主義)’의 단면들이 여러가지 가면들을 통해서 노정되고 있다. 이것은 분명 문학적 퇴보”라고 그는 생각한다.
300페이지에 가까운 원수정 장편의 마지막 문장은 “혹 윤활 젤의 구입 여부가 궁금하신 분은 속편을 기대해 주시기 바란다”다. 2권이 나온다면, 즉 ‘이웃집 여자 이웃집 남자’가 꽤 팔린다면, 그는 김동인이나 마광수의 후계자가 될 수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금동(琴童·김동인), 광마(狂馬·마광수)같은 아호라도 하나 지어봄 직하다. 거문고 타는 아이, 미친 말, 솔직하고 욕구에 충실하다. 춘원(春園·이광수)과는 발상 자체가 판이하다.
문화부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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