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서울의 밤, 버스는 잠들지 않는다…'올빼미 버스' 노선 확대

서울시는 심야버스에 ‘올빼미버스’라는 새 이름을 붙였다. 대중교통 서비스의 사각지대였던 새벽 시간대에 운행하면서 심야 유동인구의 귀가를 돕는 세심한 버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올빼미버스의 가장 큰 수혜 계층은 새벽 2~3시에 장사를 끝내는 자영업자와 야근이 잦은 직장인, 막차를 타고 다니는 학생과 대리운전 기사 등이 될 전망이다.
노선은 종로와 광화문, 서울역과 강남역 등 심야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축으로 9개의 시 외곽을 연결하는 방사형 네트워크 형태다. 심야 유동인구가 많은 주요 지역에는 3~5개 노선이 경유해 환승도 할 수 있다.
배차간격은 평균 40~45분이다. 요금은 광역버스 요금 수준인 1850원이다. 탑승거리가 30㎞를 넘기면 5㎞마다 요금이 100원씩 오르는 ‘거리병산제’가 적용된다.
◇ 시범 운영 N26·N37 ‘호평’
심야버스의 본격 운영에 앞서 시는 지난 4월19일부터 강서와 중랑을 오가는 N26번, 은평과 송파를 오가는 N37번 2개 노선에 대한 시범 운행에 들어갔다. 시범 운행한 2개 노선을 이용한 시민은 22만여명. 1대당 평균 승객은 175명으로 주간 버스의 110명을 훨씬 웃돌았다.
만족도도 높았다. 심야버스를 이용하는 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서비스 만족도 점수가 80.15점으로 시내버스 만족도 74.30보다 높게 나왔다.
일반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심야버스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 중 9명 가량이 심야버스의 확대를 원한다고 답했다. 예상보다 많은 수요와 호평이 이어지자 시는 심야버스가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판단 노선 확대를 추진했다.
시 관계자는 “초기에는 대리기사가 많았지만 점차 직장인과 학생의 이용이 늘었다. 정상적인 야간 이동 수단으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당초 우려와 달리 취객도 많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 심야 유동인구 많은 곳 찾아 간다
시는 실수요를 바탕으로 심야버스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통화량 데이터 30억건을 ‘빅데이터’로 활용했다. 강남과 홍대, 동대문과 신림, 종로 등 유동인구가 집중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바탕으로 시는 6개 노선의 일부 운행구간을 조정했다.
추가되는 노선은 상계동에서 송파차고지까지 운행하는 N13번, 도봉산차고지에서 온수동까지 운행하는 N16번, 양천차고지에서 노원역까지 운행하는 N61번, 양천차고지에서 면목동까지 운행하는 N62번, 우이동에서 서울역까지 운행하는 N10번, 강동차고지에서 서울역까지 운행하는 N30번, 방배동에서 서울역까지 운행하는 N40번이다.
강서에서 출발해 홍대와 신촌을 거쳐 중랑까지 운행하던 N26번과 진관에서 출발해 종로와 강남을 거쳐 송파까지 운행하던 N37번은 예전과 똑같이 운행된다.
시는 노선이 긴 N13번과 N16, N61번과 N62번의 경우 양쪽 차고지에서 동시에 출발하도록 해 방향별 배차시간 공백을 최소화했다. 비교적 노선이 짧은 N10번과 N30번, N40번은 차고지에서 출발해 서울역에서 회차하는 방식으로 왕복 운행된다.

심야버스 운행정보는 각 버스정류소에 설치된 도착안내단말기와 ‘서울교통포털’ 앱, 홈페이지(topis.seoul.go.kr)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기존 대중교통과의 연계는?
시는 심야버스의 정착 과정을 지켜보면서 지하철 막차 시간을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반적으로 자정이 지나면 지하철 승객이 급격히 감소하는 점을 고려해 비용 절감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 지하철의 막차 시간은 종착역을 기준으로 오전 1시 전후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연계성을 높이기 위해 시는 심야버스 간 환승뿐만 아니라 지하철과 주간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할인도 그대로 적용한다. 환승할인은 광역버스와 같이 800원만 추가로 받도록 했다.
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자정이 넘으면 지하철 승객이 적어져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게 된다”며 “심야버스가 대중교통으로서 자리 잡게 되면 (노선을)지하철과 연계해 지하철 막차 운행 시간을 조정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걸림돌’ 택시업계의 반발
대부분의 시민이 심야버스의 확대를 반기는 반면 심야버스가 자신들의 손님을 뺏어간다고 생각하는 택시업계는 다르다. 택시와 지하철, 버스를 모두 관리하는 시로서는 택시 업계의 좋지 않은 시선이 부담될 수밖에 없다.
시가 지난달 초 심야버스 노선을 발표할 계획을 세웠다가 갑자기 발표 시점을 한 달 가량 연기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당시 택시업계가 임금·단체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던 터라 굳이 그들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섰던 것이다.
다행히 지난달 말 택시 노사가 임단협을 마무리하고 택시 업계의 화두였던 요금 인상안을 시가 발표하면서 큰 부담 없이 심야버스 노선 확대안을 발표할 수 있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하지만 아직은 안심할 수는 없다. 심야버스 노선 확대가 택시 업계에 어떤 파장을 끼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2개 노선과 9개 노선은 큰 차이다.
시 또한 이 부분에 대해 신중한 모습이다. 윤 본부장은 “심야버스가 택시의 이익을 침해하기 보다는 상호 보완재로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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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44호(9월10일~23일 추석합본)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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