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신체절단 포르노인가, 7년만의 속편…영화 ‘300: 제국의 부활’

6일 개봉한 이 영화는 5일 오후에야 시사회를 열었다. 1000억원은 족히 들였을 이 3D 대작에 거는 기대감이 너무 컸던 것일까, 평면적 플롯과 단선적 카메라 워크, 리듬을 잃은 편집과 뚝 끊긴 결말에 실망도 적지 않았다.
일단 첫인상은 스펙터클하면서도 볼거리가 많다는 것이다. 설정도 특이하다. 단순 속편이 아니라 ‘300’이 미시적이라면 ‘300: 제국의 부활’은 거시적이다. 전편은 페르시아 전쟁(BC 492~BC 448 페르시아 제국의 그리스 원정 전쟁) 중 스파르타 왕 레오니다스가 이끈 300명의 전사들이 전멸한 테르모필레 전투(BC 480)를 그렸다. ‘300: 제국의 부활’은 이 전투를 포함해 마라톤 전투(BC 490)에서 살라미스 해전(BC 480)에 이르기까지의 세월과 그리스 도시국가 연합군의 활약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이 중 제3차 원정기인 BC 480년 살라미스 해전이 주 배경이 되면서 전작에 나왔던 테르모필레 전투를 간간히 병행, 연계하는 것이 흥미롭다. ‘300’이 ‘300: 제국의 부활’의 스핀오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기초로 했지만 상상력을 보태 재조합한 ‘팩션’이다. ‘판타지 액션영화’로 분류된다. ‘300’의 인기는 1998년 발표된 천재적 만화가 프랭크 밀러(57)의 동명원작 그래픽노블에 힘입은 바 크다. 스토리보드 역할까지 해주는 시각예술이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영화감독으로도 활동중인 밀러는 이번 편에 기획부터 참여했고 그래픽노블 ‘크세르크세스’로 발간할 예정이기도 하다.

극중 아르테미시아는 그리스 혈통이나 그리스군에게 부모가 강간살해 당한 후 노예선에 끌려가 능욕을 당하며 살다가 페르시아인에게 구조된 후 군 지휘관이 돼 그리스를 멸망시키려한다. 실존인물인 아르테미시아는 당시 페르시아령 카리아의 여왕이었다.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따르면 페르시아 유일의 여자 사령관이다.
뛰어난 미모와 아름다운 몸매를 지닌 에바 그린은 검은 머리로 염모하고 시커먼 눈화장을 한 채 놀라운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하도 눈을 부릅떠 안구건조증이 오지 않았을까 우려될 정도로 냉혹하면서도 광기어린 눈빛을 강렬하게 연기해낸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마녀 메두사가 연상된다. 힘겨운 트레이닝을 거쳐 쌍칼을 휘두르는 어려운 격투신을 소화해내기도 했다.
그녀가 뿜어내는 강력한 팜파탈적 악녀 파워는 신왕을 자처하는 크세르크세스(로드리고 산토로)와 아테네군 지휘관 테미스토클레스(설리번 스탭플턴)를 뛰어넘는다. 특히 실질적 주인공은 호주 출신의 설리번 스탭플턴(37)이라 할 수 있는데, 무명에 가까운 이 배우는 둘이 마주한 육탄전같은 섹스신에서도 에바 그린에게 압도당한다. 영화 안팎으로 막중한 책임감을 지닌 역이지만 전편의 주인공 제러드 버틀러(45)에도 미치지 못하며 극의 균형을 해친다.

당연한 얘기지만 외연이 확장되면서 영화는 스케일이 장대해졌다. 거장 리들리 스콧의 ‘글래디에이터’(2000)로 시작된 그리스·로마 고전시대극 트렌드의 ‘종결판’이라도 꿈꾸듯 비주얼 면에서는 할 수 있는 한 최고의 미술과 특수효과를 투입해 물을 표현한 CG 장면에 한 획을 그었다. 세계 4대해전 중 하나로 기록된 살라미스 해전을 위해서 에게해의 물살을 다각도로 생생하게 만들어냈다. 해저촬영까지 구현한다. 당대의 전투기술로 해전에서 보여줄 수 있다고 가늠되는 것은 다 보여준다.
전작 감독 잭 스나이더(48)가 ‘맨 오브 스틸’(2013)을 연출하는 바람에 이스라엘 출신의 노암 머로(53)에게 메가폰이 넘어갔지만, 스나이더가 제작과 각본에 참여하면서 ‘300’ 고유의 영상미가 그대로 이어진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만큼 순간순간 그림 속 한 장면처럼 보여지는 슬로모션, 신화와 전설이 살아 숨쉬던 시대를 비현실적으로 표현한 대기, 이러한 정경이 만들어낸 환상적 분위기 등을 고스란히 계승했다. 이러한 희뿌연 배경은 굉장히 영리한 선택이다. 아직까지 실사에 미치지 못하는 CG의 어색함을 느끼지 못하도록 만들고 마치 다른 세상으로 간 듯한 느낌을 살린다.
하지만 실사를 찍는 것이 아니라 CG로 일일이 만들어내야 하기에 카메라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것은 극복하기 힘든 한계다. 멀리서 조망하는 전경을 크세르크세스의 뒤통수를 통해서만 볼 수 있다는 것이 아쉽다. 원근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못하며 구성의 약화로 전이된다.

‘절단 포르노’라 불러도 무방할만큼 머리, 팔, 다리가 날아가며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피범벅이 되는 모습이 툭하면 슬로모션으로 나온다. 붉은 핏빛을 진흙빛이 돌도록 색감을 조정해 자극성을 완화시키기는 했지만 절단면 까지 공들여 잔인하게 묘사해야할 이유를 잘 모르겠다. 무리하게 앵글을 잡다보니 나오는 이상한 각도의 화면도 뜬금없다. 적의 공격으로 갑판에 하늘을 보고 대자로 뻗은 장수의 뒷모습을, 유리판에 나자빠진 것을 밑에서 찍은 것처럼 보여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아시아 관객 입장에서는 자유를 찬탈하려는 절대악으로 페르시아를 규정하는 오리엔탈리즘이 영 껄끄럽다. 페르시아 전쟁은 영토 확장을 위한 정복전쟁이라기보다는 그리스 식민지들이 일으킨 반란이 원인이 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당시 그리스인들이 얘기하는 ‘자유’는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자유민주주의’와는 다르다. 여느 할리우드 영웅영화들처럼 현 자유세계의 수호신을 자처하는 미국의 이데올로기를 반영한 것처럼 보인다.
쇠사슬에 묶여 채찍을 맞고 강제노역에 시달리는 노예제를 기저에 둔 아테네 민주주의는 훗날 서구 역사가들에 의해 상당히 이상화됐다. 아테네시민 중 여성, 노예, 거주외국인을 제외한 10% 정도의 성인 남자에게만 참정권이 있었다. 민회에 직접 참여하는 이는 이보다 훨씬 소수였다고 파악된다. 생계에 지장 없이 정치활동이 가능한 귀족계층의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었으리라는 것도 쉽게 추측이 가능하다.
영화의 타이틀부터 난센스다. ‘제국의 부활’이라고 임의 오역됐지만 원제는 ‘제국의 발흥(Rise of an Empire)’이다. 살라미스 해전에서 페르시아 해군을 괴멸시키면서 폴리스들 사이에서 아테네의 위상이 높아졌고, 이를 계기로 그리스 세계의 주도권을 쥐고 제국으로 발돋움한 것을 암시하는 제목이다. 차라리 ‘제국의 탄생’ 정도로 의역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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