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이슈진단 '금융범죄 온상…'대포통장'을 막아라'-"통장 팝니다…피싱용으로 좋아요" 인터넷 암거래 기승

#2. “나이·직장에 관계없이 은행거래에 문제가 없다면 누구라도 가능합니다. 미성년자도 괜찮으니까 급하게 돈 필요한 분들은 주저말고 연락주세요. 현금으로 지급하며, 통장 1개당 월 60~80만원, 주 15만원을 드립니다. 1명 명의로 된 통장을 2개까지 매입합니다.”
#3. “저희는 언제나 안전만을 생각합니다. 사장님들의 조건을 최대한 맞춰드립니다. 항상 빠른 퀵서비스로 배송해드립니다. 금방 정지되는 쓰레기 통장은 팔지 않습니다. 대리인출 작업도 해드립니다. 일반·(공인인증서 등이 포함된)풀옵션으로 개인통장과 법인통장이 있습니다. 일반장은 피싱으로 쓰기 좋습니다. 풀옵션장은 개인 용도로 오래 쓰기 좋습니다. 인터넷뱅킹·알리미 기본옵션에 1인 1계좌로 안전합니다.”
취업준비생인 20대 A씨는 최근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통장을 팔라는 쪽지를 받고 개당 10만원에 통장 두 개를 만들어서 팔았다.
쪽지를 보낸 사람은 자신이 인터넷게임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며 통장 두 개를 보내주면 20만원을 선불로 주고 2주마다 통장 당 40만원씩, 월 80만원을 보내겠다고 A씨를 유혹했다. 유혹에 넘어간 A씨는 결국 농협과 신협에서 계좌를 만들어, 통장·체크카드·주민등록증사본을 모두 퀵서비스로 보냈다.
하지만 통장은 판매된 다음날 바로 보이스피싱에 이용됐고 1400만원이 들어왔다가 빠져나갔다. A씨는 겁이 나 “범인들이 ‘취업이 됐으니 통장과 신분증 사본을 보내라’고 말했고, 그 말을 믿었을 뿐”이라고 경찰에 진술했다.
40대 주부 B씨도 최근 인터넷에서 통장 매매 광고를 보고 30만원에 자신의 통장을 팔았다.
하지만 약속한 돈이 들어오지 않아 은행에 분실신고를 냈다. 그 후 해당 업자로부터 “분실신고를 풀어 달라. 통장에 500만원이 들어있는데 200만원은 갖고 300만원이라도 보내달라”는 전화를 받고 고민 중이다.
대포 통장 암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국내 포털사이트와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과 중국의 포털 사이트 바이두 등에서 대포통장과 관련된 검색어를 입력하면 관련 광고 글들이 수백 개씩 쏟아진다. 대포통장 매매와 관련된 문의 글도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등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뉴시스가 검색 엔진을 통해 접근한 한 중국계 사이트에는 하루에도 수십 건씩 통장 매매 게시 광고가 올라오고 있었다.
이들 업자들은 ‘##상사’, ‘**유통’ 등의 이름으로 게시판에 수십 건씩의 글을 올리며 일반인들을 유혹했다.
이들은 “유통되는 통장은 ‘월급통장용’, ‘환전용’ 등으로 사용된다. 안심해도 된다”며 “통장 하나당 월 60~80만원을 주겠다”고 유혹한다.
유혹에 넘어가 통장을 파는 사람들은 통장 2개만 만들어 넘기면 100만원이 넘는 돈이 매월 정기적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믿는다. 업자들이 불법적인 일에 쓰이지 않는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일부는 자신이 대포통장을 만들고 있다는 인식조차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암시장을 통해 통장을 사들이는 사람들은 대부분 범죄자들이다. 비자금, 탈세, 배임·횡령, 피싱·스미싱 등이 통장의 용도다.
약속된 돈이 제대로 지불될 가능성도 매우 낮다. 약속된 돈을 꾸준히 받는다고 해도 금융사기에 가담한 공범이 된다.
특히 피싱·대출사기 등 금융범죄자에게 통장을 빌려주고 매월 돈을 받았다면 사기 피해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르면 통장을 양도 또는 대여했다가 적발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매년 약 5만 명의 명의로 개설된 대포통장이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2011년 12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2년간 피싱사기에 4만9000개의 대포통장이, 2012년 3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대출빙자 사기에 5만5000개의 통장이 각각 사용됐다. 2년간 약 10만개의 통장이 적발된 셈이다.
대포통장 유통업자들은 모집책과 관리책 등 체계적인 점조직 형태로 운영된다. 조직원이 누구인지 이름조차 모를 정도로 철저하게 분업화·전문화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폭력배(조폭)가 직접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학생·노인·주부 등 소액 자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인터넷 광고, 쪽지 등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일반인들을 유혹하거나 시골 지역의 노인들을 찾아다니며 통장을 팔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자신들이 직접 유령회사를 차려 법인 등록을 하고, 법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만들어 유통시키는 경우도 있다.
일부 업자들은 대포통장을 판매한 후 ‘인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인출 알바’를 고용하기도 한다.
이들은 국내 유명알바사이트에 ‘일당 10만원 이상, 초보가능’ 등의 게시물을 올려 인출 대행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한 후 은행에서 인출한 돈을 받는 수법을 이용한다.
고액의 아르바이트비에 현혹된 사람들이 단돈 10만원에 범죄조직의 인출책 역할을 하고 범죄자로 전락하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포통장 발행건수가 2년 동안 10만 건에 육박하는데 비정상적으로 많은 건수”라며 “조직적인 유통조직의 활동과 대포통장 명의자들에 대한 당국의 솜방망이 처벌 등이 원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돈 몇 십만원을 받기 위해 학생, 노인, 주부들이 별 생각없이 통장을 만들어서 파는 경우가 많은데 한 순간의 실수로 범죄행위의 공범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대포통장을 사는 사람은 물론 파는 사람도 처벌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대포물건 관련 안정정책조정 실무회의’를 열어 각종 범죄에 악용되는 대포폰과 대포차, 대포통장 등 3대 대포물건을 사용하거나 만들어 준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늘어나는 대포통장이 피싱과 스미싱 등 범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대포통장을 많이 발급한 금융기관을 처벌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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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70호(3월31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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