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의심 풀고 몰입하라,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영화 '루시'

320만년 전 지구에 존재한 '루시'라는 이름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손으로 물을 마시는 유인원의 모습 위로 '10억년 전 우리는 생명을 받았다. 우리는 그것으로 무엇을 했지?'라는 본질적인 물음이 깔린다. 베송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말하려는 바의 핵심이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루시(스칼릿 조핸슨)가 1주 사귄 남자친구 리처드로부터 정체불명의 가방을 미스터 장(최민식)에게 전달해달라는 부탁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반강제적으로 가방을 전달하던 루시는 미스터 장에게 납치돼 정신을 잃고 만다.

비밀번호로 잠긴 가방을 열 때의 긴장감, 극악무도한 미스터 장의 살인, 루시를 위협하는 무기 등 극 초반 미스터 장과 루시의 대립으로 심장이 쪼그라들었다면, 중반부터는 뇌의 확장과 동시에 화려한 볼거리가 재미를 선사한다. 단, 그 속도가 너무 빨라 긴장감은 다소 떨어진다.

미스터 장을 향한 루시의 복수로 이어질 것 같은 영화는 뇌의 확장에 초점을 맞추면서 뒷전으로 물러난다. 뇌를 확장하면서 인간의 본능을 잃어 가는 루시를 통해 베송 감독은 '루시는 인간일까?' '인간이란 무엇일까?'라고 묻는다. '인간은 어디에서 생명을 부여받았나? 부여받은 생명으로는 무얼 하며 살고 있나?'

루시와 대립각을 형성하는 최민식의 연기는 자긍심마저 느끼게 한다. 외형적으로도 동양과 서양의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말을 사용해서일까, 최민식의 연기는 할리우드에서도 전혀 주눅이 들지 않는다. 적은 분량이지만, 그의 존재감은 온몸을 서늘하게 만든다.

인간의 뇌가 100%에 도달했을 때의 변화를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 게 좋겠다. 다소 맥 빠지는 결말이 아쉽다. 3일 개봉, 90분,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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