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과잉의 시대, 절제와 달관의 울림…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

이 영화는 자극적인 조미료를 전혀 넣지 않은 '착한 드라마'로 기대를 충족시킨다. 1000만 관객을 모은 '신파극'인 '7번방의 선물'(감독 이환경)처럼 관객을 옆에서 콕콕 찌르며 '울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추석 대목을 맞아 '영화가 이렇게 쿨해도 되나?'싶을 정도로 담담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더 구미가 당긴다.
태권도 유망주였던 '대수'(강동원)와 걸그룹 멤버를 꿈꾸는 '미라'(송혜교)는 열일곱 살에 처음 만나 불꽃같은 사랑을 나누다 덜컥 임신한다. 모든 꿈을 접고 아이를 낳겠다는 말에 아버지(김갑수)로부터 뺨 석대를 맞고 가출한 대수, 부모를 향해 '씨발'을 외치는 못된 미라는 주변의 걱정을 뒤로하고 부모가 된다. 그렇게 낳은 아들이 '아름'(조성목)이다.

시한부 삶을 사는 아들과 가난한 부부의 이야기, 빤한 감동을 자아낼 것 같지만 의외로 영화는 유쾌하다. 걸그룹에 열광하고 아들의 게임기를 빼앗는 철없는 아빠 대수는 코믹한 면면을 가득 품고 있다. 아들을 놀리는 고등학생과 맞서다가 경찰관에게 헛발질을 하는가 하면, 중요한 검사를 앞두고 금식에 들어간 아들을 위해 치킨을 사오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그렇다.

아이와 부모가 엮은 시너지 효과는 후반부에 자연스러운 몰입을 유도한다. 억지로 슬픈 장면을 삽입하지 않아도 눈물이 흐르는 것은 앞서 쌓인 감정이 터져서일 듯하다. 짧은 분량에도 큰 울림을 선사하는 김갑수의 연기가 한몫했다. 대수가 아버지와 16년 만에 마주하는 이 장면으로 관객들의 감정은 전환점을 맞는다.

이 감독은 영화에서 애써 악인을 설정하지 않았다. 삶이 무거운 사람들에게 사연을 입혀 '그럴 수도 있지' 정도로 마무리한다. 자극적인 상업영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잔잔한 감정의 파동을 느끼고픈 남녀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힐링'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3일 개봉, 12세관람가, 상영시간 1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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