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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마녀사냥’과 곽정은의 성희롱 논란

등록 2014.11.11 15:35:15수정 2016.12.28 13:3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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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뉴시스 편집국 문화부

【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종편 중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JTBC의 ‘마녀사냥’을 한때 즐겨 봤는데, 슬슬 불편해져 채널을 돌리게 됐다. 그리고 SBS TV ‘매직 아이’의 성희롱 논란을 접하면서 그 이유를 분명히 깨닫게 됐다.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 성담론과 성희롱의 경계와 차이가 무엇인지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마녀사냥’은 대놓고 ‘피해갈 수 없는 공식 질문’이라며 연예인 게스트나 2원중계로 연결된 시청자의 사생활을 침해한다. 이성 연인과 낮에는 어떻게 지내며, 밤에는 어떤 성생활을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라는 것을 누구나 안다. 새 출연작이나 앨범을 홍보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싶은 연예인이라면 출연을 마다할 수 없는데 일단 출연하면 어떻게든 대답을 해야 하는 구조다. 여기서 ‘성 경험이 없다’고 말하는 순간 ‘찐따’가 될 것 같은 분위기다.

  혼전 순결주의자, 첫 경험을 아끼고 싶은 사람, 무성애자도 존재할 수 있다는 다양성은 완전히 무시된다. 이 프로그램에는 커밍아웃한 게이인 홍석천도 출연하고 있는데 이렇게 성적 취향을 드러내야 한다는 데 대한 문제점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생중계 때 종종 대학가를 찾는데, 새내기들에게까지 자칫 ‘사귀면 자는 것’이 쿨하고 멋있는 것이라는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줄까 두렵다. 초등학생들끼리도 커플링을 끼는 시대에 무슨 고루한 얘기를 하고 있느냐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성 경험은 개개인 고유의 것으로 비교 대상이 아니다. 각자가 ‘내 몸의 주인은 나’라는 성적 주체성을 가지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발휘했을 때 만족스러운 법이다.

 종편이 케이블과 같은 수준의 방통위 제재를 받고 있는 선에서 가능했던 프로그램의 운영이 지상파 TV로 옮겨오면 어떤 파문을 불러올 수 있는지 보여준 것이 ‘매직아이’ 논란이다. ‘마녀사냥’을 통해 뜬 섹스칼럼니스트 곽정은씨가 폐지를 앞둔 ‘매직아이’에 출연해 가수 장기하에게 “침대 위가 궁금한 남자”라고 하면서 시청자들의 비난이 빗발친 것이다. 얼마 전 ‘마녀사냥’에서 섹스 행위에 대해 언급하며 “이왕 썩어질 몸”이라는 표현을 쓰는 바람에 그간 쌓아온 '여성의 성을 공론화한다'는 선구자적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던 참이다. 직간접적으로 성희롱을 경험한 여성이라면 곽씨가 점점 권력화하면서 남성의 화법을 닮아가고 있다는 점을 간파했을 것이다.

 곽씨가 한 발언을 남자가 했을 때 겪었을 사회적 파장을 들어 곽씨를 비난하기도 하나, 성희롱성 발언은 남녀 구별할 문제가 아니다.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를 떠나 성에 대한 각 개인의 스펙트럼은 넓다. 모든 여성이 ‘마음을 준 사람과만 섹스하는’ 것이 아니듯, 모든 남성이 ‘아무 여자나 다 섹스하고 싶어 하고 섹드립(음담패설)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그 점에서 곽씨의 해명은 참 옹색하다. “장기하씨가 유쾌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에 사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불쾌감을 느낀 시청자들에 대한 모독이다. 공적인 장소에서의 성희롱적 발언은 표현의 자유에 해당되지 않는다. 하물며 공공재인 지상파 방송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권력은 시야를 좁게 만든다고 한다. 피임약 CF를 찍을 만큼 성 칼럼리스트로 자리잡은 곽씨가 더는 자기오만으로 오류에 빠져 허우적대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성은 서로의 몸과 의지에 대한 존중과 합의가 전제돼야만 아름다운 법이다. 왜 자신의 발언에 “성희롱 가해자의 논리가 연상된다”는 지적이 잇따르는지 숙고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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