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터미네이터는 죽었다…'터미네이터 제니시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와 '쥬라기 월드'뿐 아니라 많은 시리즈 영화들이 이런 과정을 거쳤고(이를테면 '배트맨' 시리즈), 현재 거치고 있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서 느껴지는 '쥬라기 월드'의 기시감은 영화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 그리고 이 기시감은 시리즈의 명맥을 이어가는 최악의 방식으로 보인다.
2029년, 인간은 인공지능 시스템 스카이넷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유일한 희망은 반란군의 수장 존 코너(제이슨 클락). 존 코너는 반란군을 총집결시켜 스카이넷 중심부를 타격한다. 하지만 스카이넷은 마지막 순간 시간여행 장치를 활용해 인조인간 T-800을 1984년으로 보낸다. 존 코너의 어머니인 새라 코너를 살해해 존 코너의 탄생을 막으려는 것. 존 코너는 반란군의 2인자인 카일 리스(제이 코트니)를 1984년으로 보내 새라를 지키려 한다.
'쥬라기 월드'가 실망스러운 이유는 이 영화에서 어떤 야심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쥬라기 공원'(1993)에서 공룡은 과학의 발전과 인간의 욕망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공룡 자체도 중요했지만, 공룡이 탄생하는 과정이 더 중요했다(이 영화의 주인공은 과학자다). 하지만 '쥬라기 월드'는 다르다. 언뜻 전작과 비슷한 주제의식을 가진 듯 하지만, 이 영화의 핵심은 평범한 '괴수 액션'이다(이 영화의 주인공은 군인이다). 여기에 전작을 떠올리게 하는 갖가지 설정들을 끼워넣는다. 흔한 '추억팔이'다.
이런 지점에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쥬라기 월드'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사실 '기시감이 느껴진다'라기 보다 '똑같다'고 해도 무방하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도 영화적 야심은 없다.

'쥬라기 월드'가 그랬듯이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도 볼거리가 있는 건 분명하다.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출연 자체가 그렇고, 젊은(보디빌더의 몸을 가진) 슈워제네거를 볼 수도 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 최대 악당인 T-1000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것도 과거 이 시리즈에 열광하던 관객에게는 특별한 선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이미 전작에서 우리가 다 봤던 것들이다. 앨런 테일러 감독은 너무 익숙한 이 캐릭터들을 왜 새 시리즈에서 다시 봐야 하는지 납득시키지 못한다. 그리고 이 '향수 자극 캐릭터'들에게는 말 그대로 과거를 추억하기 위한 목적 외에는 어떤 역할도 보이지 않는다. T-3000이라는 새로운 인공지능 로봇이 나오기는 하지만, T-1000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정통 액션 영화의 장점도 없고 창의적인 액션 장면도 없다. 그저 총을 쏘고, 몸이 되살아나고, 차를 몰고, 그 차를 쫓아가는 것 외에 특별한 액션은 없다. 신체를 변화시키고, 재생하는 인공지능 로봇의 모습은 최근 컴퓨터 그래픽 기술력을 고려하면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두 번째 작품에서 끝났다. '배트맨' 시리즈가 '다크 나이트' 시리즈로 화려하게 부활했던 것처럼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다시 태어나기를 기대한 건 무리였나. 이제는 "아이 윌 비 백(I'll be back)"이라는 말조차 식상하다. 영화는 속편을 암시하며 끝난다. 글쎄, 터미네이터가 다시 돌아올 이유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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