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의 스크리닝]'아가씨' 김민희가 350만 관객에게 드러낸 건 나신뿐만 아니었네

그래서 나름 용기를 내서 노출을 감행한 여배우들도 “뜨려고 벗었네”라는 세간의 수군거림이나 깔보는듯한 시선을 피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탓에 데뷔작이나 초기작에서 노출을 불사했던 용감한 여배우도 어느 정도 인지도를 갖추면 노출 연기를 피하거나 대중에게 자신의 과거 무명 시절 노출 연기 사실이 알려지지 않기를 바라기 마련이다.
신인부터 스타까지 여배우라면 누구나 “노출 연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작품에서 필요하면 노출을 하겠다”고 답하는데 기자가 이를 “안녕하세요” 정도의 의례적인 말로 받아들이는 것은 그런 속사정을 너무 잘 알아서다.
그러나 이제 여배우 노출에 관한 시각을 달리해야 할 것 같다. 노출 없이도 이미 스타덤에 오른 여배우가 과감히 벗었기 때문이다.
물론 작품부터 감독까지 노출을 위한 모든 전제 조건을 충족했지만, 그 여배우의 전라 노출은 가히 충격적이다. 게다가 베드신, 그것도 다른 여배우와의 그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청소년 관람 불가’의 한계를 뚫고 지난 17일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 누적 350만 관객을 돌파한 박찬욱(53) 감독의 신작 ‘아가씨’의 헤로인 김민희(34) 얘기다.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 막대한 재산의 상속녀 ‘히데코’를 열연한 그는 하녀 ‘숙희’로 나온 신예 김태리(26)와 동성 베드신 등에서 눈부신 나신을 드러냈다.
TV 드라마부터 영화, 심지어 CF까지 김민희의 전작들을 거의 다 본 기자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가 이만큼 노출한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박 감독의 전작 ‘올드보이’(2003)에서 강혜정(34)과 윤진서(33), ‘박쥐’(2009)에서 김옥빈(29)이 각각 노출을 감행했다. 박 감독 작품에서 헤로인이 노출하지 않은 것은 ‘친절한 금자씨’(2005)에서 당대의 톱스타 이영애(45)가 유일했다.
그런 감독의 전력에다 주연 캐스팅 당시 “강도 높은 노출 연기를 해야 하며, 수위는 타협 불가다”는 조건을 달았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대중은 약 1500대 1이라는 바늘구멍을 통과해 안착한 신인 여배우의 노출은 당연할 것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김민희가 그 정도 수위로 노출할 것이라고 예상한 관객은 그리 많지 않았다.
동성애 코드가 있어 두 여배우의 베드신이 있을 수 있겠으나 올해 2월 국내 개봉한 할리우드 멜로 ‘캐롤’(감독 토드 헤인즈)처럼 감독이 스타 여배우를 충분히 배려해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실제 ‘캐롤’ 속 여성 간 베드신에서 ‘테레즈’를 연기한 신인급 루니 마라(31)는 가슴 등을 드러냈지만, 타이틀롤인 톱스타급 케이트 블란쳇(47)처럼 벗은 등만 보여줬다. 어쩌면 마라가 블란쳇을 제치고 지난해 5월 제68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이유가 그런 열연 때문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다.
하여튼 박 감독과 제작진이 촬영장에서는 두 여배우를 충분히 배려했겠지만, 관객의 시선 앞에는 최소한만 배려했구나 싶을 정도로 파격의 연속이어서 더욱 놀랍다.
물론 시각에 따라 두 사람의 노출과 베드신이 불편할 수도 있겠다. 이 영화를 보던 중 끝내 못 참고 나가는 관객이 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려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토리 전개상 노출은 필수적이었고, 베드신은 불가피했다.
그래서 이를 과감히 받아들인 두 여배우, 특히 ‘계급장’ 뗀 채 펄이든, 자갈밭이든 가리지 않고 똑같이 뒹군 김민희의 용기와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이를 계기로 “작품에서 필요하다면 노출을 하겠다”던 초심을 스타가 된 뒤에도 잃지 않았음을 실증하는 여배우가 1999년 ‘해피엔드’(감독 정지우) 전도연(43), 이번 김민희 등에 이어 계속 나오기를, 그래서 한국 영화의 표현력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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