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새, 힘의 근본성 자문하다…‘길티-이미지-콜로니’

이은새 ‘길티 이미지 콜로니’(259.1×193.9㎝, oil on canvas, 2016)
인물과 배경의 과감한 생략, 화면의 클로즈업, 거칠고 빠른 붓질은 감정의 과장과 증폭을 토해냈다. 그의 증언은 이미 현실에서 벗어났다. 시각적 깊이는 소멸했고 부분과 토막과 조각난 것들이 승리했다.
이은새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2에 작품을 걸었다. ‘길티-이미지-콜로니’란 제목으로 열리는 전시에서 그는 대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그것을 증언하는 방식의 변화를 보여준다.
작품들은 세월호 시위참여가 계기가 됐다. 그는 시위현장에서 사진을 찍고 이미지를 수집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전체적 맥락을 고려하기보다는 그저 한순간을 포착하는, 눈앞에 벌어지는 현실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렇게 다뤄도 되는가?”
그 질문은 단지 자신의 작업방식뿐만 아니라 이미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미디어 매체의 작동방식에 대한 고찰로 이어졌다. 이미지는 모든 이에게 접근할 수 있다. 예비적인 소질이나 훈련이 없이도 이미지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를 포섭하는 영역은 이미지가 언어보다 넓고 깊다. 그래서 이미지가 미학적일 뿐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이다.

이은새 ‘ㅗㅗ’( 145.5×112.2㎝, oil on canvas, 2016)
‘바이킹의 소녀들’은 카메라 앞에서 망가지지 않으려는 여성 아이돌의 모습이다. 한때 바이킹을 탄 여성 아이돌그룹의 영상이 화제가 됐다. 방송사는 그녀들이 망가지기를 바랐고(혹은 의도했고) 시청자는 그 순간을 화면 앞에서 기다렸다.
그러나 그녀들은 ‘굴욕 짤’을 남기지 않으려고 연신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굳건한 표정을 유지했다. 그림은 묘한 긴장과 가식이 흐른다. 또 다른 작품 ‘ㅗㅗ’는 온라인과 잡지 등에서 우후죽순 등장하던 선정적인 자세와 순진한 표정의 소녀가 이제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들고 관자를 응시한다.
그의 신작은 이전 작업에서 보이던 빠르고 자극적인 붓질이나 과장된 묘사는 정제되고 감정을 배제한 담담한 붓질이 특징이다. 전시는 12월 22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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