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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미 역대 정부 인재 산실…3번째 재무장관

등록 2016.12.01 01:54:14수정 2016.12.28 18: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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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재무장관으로 유력시되는 스티브 누친이 21일(현지시간) 뉴욕 트럼프 타워에 도착하고 있다. 2016.11.22

【뉴욕=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재무장관으로 유력시되는 스티브 누친이 21일(현지시간) 뉴욕 트럼프 타워에 도착하고 있다. 2016.11.22

골드만삭스에서 17년간 근무한 투자은행가 로버트 루빈, 헨리 폴슨에 비해선 이름값 떨어져 미 민주당 "유권자들 뺨을 때리는 격" 반발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골드만삭스가  미국 행정부의 인재 사관학교라는 명성을 이번에도 입증했다. 역대 정부에서 로버트 루빈(빌 클린턴 행정부)·헨리 폴슨(조시 W 부시 행정부) 재무장관을 비롯한 거물급 각료들을 잇달아 배출해온 이 투자은행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을 총괄할 재무장관에 자사 출신을 다시 입각시켰다.

  골드만삭스 출신 재무장관들은 지난 1990년대 글로벌 금융자본주의의 서막을 열거나(루빈), 2008년 전대미문의 글로벌 금융 위기를 극복하는 소방수 역할(폴슨)을 톡톡히 했다. 이를 통해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티브 므누신(53)이 담당할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는 배경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으로 내정된 스티브 므누신은 골드만삭스 파트너를 지낸 월가의 금융전문가이다. 아버지도 골드만삭스에서 파트너로 일하다 퇴사한 '부자 투자은행가'이다. 므누신은 이 투자 은행에서 지난 2002년까지 17년간 일했으며, 당시 월스트리트에서 떠오르던 국채와 주택담보대출 채권 거래를 주로 담당했다.

 유태인인 므누신은 골드만삭스에서 4000만 달러(약 467억원)를 번 뒤 회사를 떠났다. 이후 소로스펀드 등을 거쳐 랫팩-듄 엔터테인먼트를 창업했다. 므누신이 할리우드에서 제작에 관여한 작품으로는 ‘배트맨 대 슈퍼맨', '매드맥스' 등이 있다.

 므누신 내정자는 이번 대선 기간 중 윌버 로스 윌버로스앤컴퍼니 회장과 더불어 트럼프 당선자의 경제 자문역을 담당했다. 그는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트럼프 지지를 일찌감치 선언했으며, 앞서 지난 4월부터 금융 부문 경제자문역을 맡았다. 유태인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감정 기복이 거의 없다(unflappable)는 평을 받고 있다.

 므누신이 이끈 가장 성공적 투자 사례는 주택담보대출 업체인 인디맥(IndyMac)인수다. 그는 존 폴슨, 조지 소로스를 비롯한 쟁쟁한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파산한 이 업체를 사들인 뒤 최고경영자를 맡았다. 므누신은 인디맥을 원웨스트(OneWest)로 개명한 뒤 지난해 CIT그룹에 34억달러(약 3조9772억원)에 매각했다.

【 워싱턴=AP/뉴시스】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가 30일(현지시간) 워싱턴 주재 일본 대사 관저에서 만찬 미팅을 갖고 전 로버트 루빈 전 미국 재무장관과 마주보고 서있다. 2016.03.31 

【 워싱턴=AP/뉴시스】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가 30일(현지시간) 워싱턴 주재 일본 대사 관저에서 만찬 미팅을 갖고 전 로버트 루빈 전 미국 재무장관과 마주보고 서있다. 2016.03.31

 그는 이번에 트럼프 내각에 입각하면서, 역대 행정부 주요 각료를 배출해온 골드만삭스의 전통을 이었다. 하지만 이 투자 은행 출신의 전임 재무장관들에 비해서는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일각에서는 고개를 든다. 클린턴 행정부의 루빈이나,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폴슨에 비해 이름값이 다소 쳐진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 출신 가운데 가장 주목받은 역대 경제 관료로는 단연 루빈 전 재무장관이 꼽힌다. 골드만삭스 회장이었던 그는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1993년부터 1995년까지 백악관 국가경제회의 의장을 지냈다. 이어 1995년부터 1999년까지 다시 재무장관으로 근무했다.

 루빈은 클린턴 대통령을 보좌하며 파산위기에 처한 멕시코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을 주도하는 등 세계 금융자본주의의 서막을 연 인물로 널리 알려 있다. 또 아시아의 태국에서 발화해 인도네시아, 한국 등으로 빠른 속도로 번져간 아시아 외환위기 수습 과정에도 깊숙이 관여하는 등 세계 금융시장의 지도를 바꾼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폴슨 골드만삭스 전 회장도 루빈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인물이다. 그는 부시 행정부에서 2006년 이후 3년간 재무장관으로 일했다. 지난 2008년 9월 미국발 금융위기의 거센 불길을 잡는 소방수 역할을 했다. 70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안이 의회를 통과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신용부도스와프(CDS)에 손을 댔다 거덜난 보험회사 AIG에 대한 850억 달러(약 99조3055억원)규모의 브리지론도 그의 작품이다.

 폴슨은 아울러 미·중 전략경제 대화를 발족시키는 데도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부시 당시 대통령을 설득해 양국간 정기 대화체를 출범시켰으며, 이 자리에서 중국을 상대로 금융시장을 개방하고, 자유화하는 것이야 말로 시장의 안정과 번영을 이끄는 첩경이라는 점을 줄기차게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조슈아 볼튼 골드만삭스 런던지점 법률 및 대관업무 담당 국장은 부시행정부 때인 2006~2009년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냈다. 또 골드만삭스의 회장을 지낸 스티븐 프리드먼 역시 부시 행정부 때인 2002~2005년 백악관 경제보좌관을 담당했고, 존 화이트 헤드 회장은 레이건 행정부 시절인 1985-89년 국무부 부장관을 지냈다. 

 한편, 므누신 재무장관 내정자도 의회 인선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골드만삭스에서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거래하고, 퇴사후에도 주택담보대출 업체를 사들여 경영한 그의 이력이 벌써부터 도마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므누신의 재무장관 인선은 집값 폭락으로 여전히 팍팍한 삶을 사는 유권자들의 빰을 때리는 격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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