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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서적'이 뭐길래…688억 부도에 출판계 휘청하나

등록 2017.01.11 09: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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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송인서적 홈페이지 캡처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도매상인 송인서적 부도로 서점·출판사의 연쇄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송인서적의 부도 현황을 살펴보면 총 688억원 규모다. 출판사 매입 채무 277억원, 부도어음 100억원, 서점 잔고 212억원, 은행부채 59억원, 도서 재고 40억원이다.



 수천억에서 수조를 오가는 다른 업계의 부도 피해액에 비해 많지 않은 숫자다. 하지만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송인서적 부도에 따른 대책마련 긴급간담회'에서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출판계 100억원의 부도는 해운업계의 1조원 부도와 맞먹는다"고 언급할 정도로 파장이 크다.

 ◇왜 출판계에 피해가 큰가

 외부에서는 사기업인 송인서적의 부도에 대해 출판계가 위기 운운하는 것이 확대 해석이 아니냐는 시선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영세 서점, 중소형 출판사가 대부분인 출판계에서 송인서적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이 문제다.



 20년 전 전국적으로 5000여개에 달하던 동네서점은 온라인과 대형 서점의 등장으로 2015년 기준 1500여개로 급감했다.  

 이 서점의 대부분인 지방서점의 상당수가 송인서적과 거래했다. 납품 업체 포함 1191개사에 달한다. 수천만원에 존폐가 달린 이들 서점들이 이번 부도 사태로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출판사들 역시 피해가 예상된다. 송인서적과 거래한 출판사는 약 2000곳. 이 중 송인서적과 일원화 거래를 한 중소형 출판사 500곳이 안절부절하고 있다. 출판노동자들의 고용 위협이 곧이어 몰아닥칠 것도 예상된다.

 이와 함께 송인서적이 발행한 어음은 연쇄부도 위험성도 내포했다. 지업사(용지업체), 외부 디자인 업체, 인쇄·제본·후가공 등 제작업체 심지어 저자 인세 제공도 어음과 관령성이 있다.



 이 사태의 일차적 피해자인 100여 명에 달하는 송인서적 노동자들의 실직 해결과 퇴직금 마련도 요원하다.

 결국 출판업 종사자 수십만명이 직간접 피해를 입으면서 출판 문화 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노동자들이 주축이 될 수밖에 없는 출판업은 저임금 등으로 인해 규모에 비해 고용인원이 많다. 그런데 언론노조 출판노조협의회에 따르면, 벌써부터 송인서적 부도를 핑계로 외주 노동자 작업비 지불을 늦추는 출판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판노동자들에 대한 인원 감축이나 작업비 체불 등 노동권 후퇴가 예상되는 이유다.

 지역 서점과 중소형 출판사가 점차 사라진다고 독자들이 당장 피해를 입는 건 아니다. 하지만 출판 생태계의 파괴는 결국 지역 문화와 다양성 등이 부재해 국민 정서 등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400여 단행본 출판사 모임인 한국출판인회의의 윤철호 회장은 "송인서적 부도는 개별적인 작은 사기업의 피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문화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많은 서점과 출판사가 허물어져가는 과정에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며 "많은 관심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송인서적 부도, 원인은 무엇인가

 송인서적 부도는 사기업 한 곳의 문제가 아니라 출판계 구조적인 결함의 징후다.

 시대의 흐름에 따른 출판 유통 구조 개선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가장 먼저 나온다.

 이미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송인서적을 비롯해 보문당, 고려서적 등 대형 서적 도매상이 부도를 맞았다. 송인서적은 이 때 공적기금을 투입해 회생한 곳이다. 이후 2002년 종로 서적 등이 부도를 맞으면서 출판계 위기가 점차 고조됐다.

【서울=뉴시스】해당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사진=뉴시스 DB)

 독서 인구 감소가 1차적인 원인이지만, 유통 환경의 변화에 따른 피해도 크다. 소매점의 온라인 서점 주문 확대, 오프라인 중고서점 판매량 증가 등이 예다.

 소매서점의 납품가 인하 요구로 인해 납품도매서점의 경쟁 심화, 도서정가제 이후 순수 서점 외에 점포가 없는 '페이퍼 서점' 등장 등으로 납품 시장이 혼란을 빚은 것도 출판계 어려움에 큰 몫을 차지한다.  

 출판업계에 만연한 전근대적인 유통 구조도 문제다. 전산화되지 않은 판매관리시스템과 어음, 특히 전근대적인 '잔금시스템'이 문제를 키웠다.

 정부의 지원과 역할 부재 역시 원인으로 지목된다. 과거 이명박 정부는 도서관의 도서구입비 예산을 삭감했다. 박근혜 정부는 '블랙리스트'를 비롯해 각종 통제를 통해 출판산업을 위축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출판산업진흥원의 역할 부족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해결 방안은 없나?  

 출판계는 향후 수십만명의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공적자금 300억원 가량 투입을 요구하고 있다. 단지 사기업의 부도가 아닌 지식사회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주목해달라고 청하고 있다.

 공적자금 투입으로 '출판물류선진화'에 힘써달라는 요청이다. 공공성을 지닌 도매업체의 설립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는 셈이다.

 특히 공익법인 '출판유통선진화 사업단'(가칭)을 통해 선진화 출판유통 모델을 제안하고 있다. 출판사가 이곳을 통해 도서 출고와 반품 업무를 일원화 할 경우, 신속한 반품과 반품도서 파손율 감소 등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 지역도매와 공조를 통해 지역서점 활성화 정착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도 지원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출판계 긴급 지원' 방안을 통해 1%대(종전 3.6%) 긴급 운전자금 대출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 준한 정책자금 및 특례보증 실시, 비상대책센터 구성, 피해 출판사 등 행정 지원 등을 마련하고 있다.

 또 출판 유통 투명성 확보를 위한 판매정보시스템(POS) 확대 지원, '문화가 있는 날' 연계 도서 구입 등 출판 수요 진흥 정책 확대, 전문 북펀드 조성 및 출판기금 추가 재원 확보 추진 등을 준비 중이다.

  원로 출판인 모임인 '사간회' 회원인 교학사 양철우 회장은 "유통 없이 책을 퍼트릴 수 없다. 문체부 등에서 예산을 보조를 해주면 책의 유통이 잘 될 수 있다"고 했다.

 윤철호 회장은 "정부가 출판을 사양 사업으로 인식해서 자원투자가 안 됐다"며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을 성장시키는 것도 악영향을 끼쳤다. 출판진흥기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체부는 이달 말 송인서적 부도로 인한 출판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지원 대책을 보완해나가는 한편 제4차 출판문화산업진흥계획(2017년~2021년)을 발표할 계획이다.

 출판계는 "'출판문화산업진흥 5개년 계획'과 함께 장기적인 출판계 체질 개선 논의에 정부와 사용자단체가 앞장서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이러한 출판계 체질개선 논의가 단지 정부와 사용자단체만의 목소리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을 위한 보편적인 독서 인프라 확대 및 출판생태계 상생을 위한 목소리로 구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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