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박근형 연출 "검열에 눈치 본 적 없다"

【서울=뉴시스】왼쪽부터 김미도 연극평론가, 김재엽 연출, 박근형 연출. 2017.05.13. (사진 =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 제공) [email protected]
박 대표는 13일 오후 서울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열린 관객과의 대화 '검열에 대해 말한다 -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를 중심으로'에서 "가끔씩 자기 검열은 있지만 최근 사태로 생긴 것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미학적인 부분, 너무 상업적이지 않을까하고 제가 저하고 나누는 대화 정도"라고 했다.
박 연출은 앞서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과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부녀를 풍자한 연극 '개구리'를 국립극단에서 선보였는데, 이후 현 정부의 각종 연극 지원에서 탈락했다는 의혹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문화체육관광부 간부들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개구리'로 청와대가 2014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는 계기가 됐다는 진술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박 연출은 '개구리' 공연 이후 각종 정부의 연극 지원에서 탈락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시 서울문화재단(대표 주철환) 남산예술센터(극장장 우연) 시즌 프로그램에 포함된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 역시 각종 정부 지원에서 배제됐다.
2015년 한국, 1945년 일본 오키나와, 2004년 이라크 팔루자, 2010년 한국 서해 백령도. 서로 다른 시대와 공간이지만 군대와 전쟁, 국가와 거대담론 아래 가려졌던 사람의 외침을 무대 위로 호출한 작품이다.

【서울=뉴시스】왼쪽부터 김미도 연극평론가, 김재엽 연출, 박근형 연출. 2017.05.13. (사진 =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 제공) [email protected]
이에 힘입어 이날 재공연을 개막했고 6월4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 오른다. 이후 인천문화예술회관 '스테이지149 연극선집1'(6월 16~17일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 성남문화재단 '시리즈-연극만원(滿員)'(6월 22~24일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 무대에 오를 정도로 전국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박 연출 역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 때(정부 지원 심사에서) 지원금을 받았으면 대학로에 좋은 극장에서 했겠죠"라며 "하지만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의 지하객석 같은 훌륭한 무대를 접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일본 공연을 가끔 가는데 그 전까지는 대체로 비행기 값에 숙식 제공에 약간의 공연비 정도를 받았어요.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로 작년에 일본에 갔을 때는 공연비만 어마어마하게 받았습니다. 아주 유쾌하게 공연을 하고 왔죠."
'개구리'에서 박정희·박근혜 대통령을 다룬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을 왜곡하거나 그러지 않았다"며 "다 나와 있는 걸 이야기로 만들었다"고 했다. "어떤 계기로 ('개구리'에 대한 내용이) 신문에 나고 그래서 (논란이) 됐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연극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 관객과의 대화 장면. 2017.05.13. (사진 =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 제공) [email protected]
"재작년인가 우연 극장장님이 부임을 하고 논란이 되는 작품이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을 많이 했어요. 호불호가 있었죠. 분명 남산도 공공성을 갖고 있는 극장인데 판단은 관객이 해야 해요. 봤던 공연이 가슴을 울리고 본인에게 좋은 추억을 남기면 그 극장은 관객이 많아지죠. 그렇지 않으면 당연히 관객이 없어집니다. 작품에 대한 제대로 된 판단은 관객이 해야 한다고 믿어요."
이날 객석에 있다가 대화에 참여하게 된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어떤 경우에도 예술 작품이 검열을 받거나, 배제당하거나 탄압을 받거나 해서는 안 된다"며 "그게 문학이든 연기든 미술이든 그 작품 자체로 존중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본래 시인 출신으로 의정 활동을 통해 '블랙리스트'를 폭로한 주인공이기도 한 도 의원은 "평가를 국가에서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국정감사에서 (이전) 여당 의원들이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가 군인을 희화하거나 조롱하는 작품으로 생각을 하고 여당 의원 한분이 예산을 지원해주면 안 된다고 했는데 왜 그걸 '당신이 결정하나, 관객, 국민, 시민이 보고 판단해야지'라고 답해줬습니다."

【서울=뉴시스】왼쪽부터 김미도 연극평론가,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근형 연출. 2017.05.13. (사진 =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 제공) [email protected]
검열백서위원회 위원장이자 박근형 연출의 정부 심사에 참여했다가 그의 작품이 부당하게 지원에서 배제되는 것을 보고 도 의원 등에게 의혹을 전달한 김미도 연극평론가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었고 헌법에 위배되는 중대한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김 평론가는 "작품의 공공성은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에서 보듯이 지금 여기 우리가 어떤 모순과 부조리 속에서 살고 있는가를 드러내는 것"이라며 "세금을 내서 예술을 향유하는 국민으로서 권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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