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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풍기 인삼 축제'에 매년 30만명씩 몰리는 이유

등록 2017.10.29 10:01:47수정 2017.10.29 21: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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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뉴시스】김정환 기자 = 경북 영주시 풍기읍 인삼 농민 구필회씨가 지난 26일 트랙터 앞에서 갓 채굴한 6년근 인삼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ace@newsis.com

【영주=뉴시스】김정환 기자 = 경북 영주시 풍기읍 인삼 농민 구필회씨가 지난 26일 트랙터 앞에서 갓 채굴한 6년근 인삼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email protected]

【영주=뉴시스】김정환 기자 = 해마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답게 우리에게 오곡백과의 풍요를 선물한다.

'영약(靈藥)'으로 알려진 인삼도 마찬가지다. 가을, 그중에서도 10월 하순에서 11월 상순에 걸쳐 가장 많은 양을 수확한다. 이 시기에 영양분이 가장 많아서다.

그윽하고 오묘한 인삼 향기를 따라 지난 26일 황엽(黃葉), 홍엽(紅葉)으로 가득한 '영남의 진산' 소백산(1439m) 기슭 경북 영주시를 찾았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인삼 산지인 풍기읍 남원천 둔치에서는 이날 ‘2017 경북 영주시 풍기 인삼 축제’가 한창이었다. 

지난 21일 시작한 올해 축제는 29일 밤 막을 내린다.

축제에서는 지역 인삼 농민과 관련 업체들이 갓 수확한 6년근 수삼이나 이를 약 95도에서 2~3일에 걸쳐 여러 번 찌고 말려 만든 홍삼, 농축액·음료 등 각종 홍삼 가공품을 전시, 판매한다.

인삼 경매, 웰빙 인삼요리 무료 시식회, 전국 우량 인삼 선발대회, 인삼 깎기 경연대회, 전국 씨름대회, 인삼가요제, 청소년 뮤직 페스티벌, 통기타 페스티벌, 뮤지컬 '소백산 자락길, 마당놀이 덴동어미전' 공연 등 부대 행사도 다양하게 마련된다.

축제이지만, 수삼이나 홍삼 등 판매 가격은 시중보다 10% 남짓 저렴할 뿐이다. 축제라 해도 파격적으로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지난해 30만 명 등 매년 인삼축제 때면 영주시 인구(약 11만 명)보다 몇 배나 많은 연인원 수십만 명이 이곳을 찾는다.

왜일까. 영주시 새마을관광과 박찬주 주무관은 "많은 분이 우리 축제를 찾는 이유는 인삼이나 홍삼을 엄청나게 싸게 살 수 있어서가 아니다. 바로 '오리지널 풍기 인삼'을 믿고 살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영주=뉴시스】김정환 기자 = 29일까지 경북 영주시 풍기읍 남원천 둔치에서 열리는 ‘2017 경북 영주시 풍기 인삼 축제’ 행사장 입구.ace@newsis.com

【영주=뉴시스】김정환 기자 = 29일까지 경북 영주시 풍기읍 남원천 둔치에서 열리는 ‘2017 경북 영주시 풍기 인삼 축제’ 행사장 입구[email protected]


◇풍기 인삼이 뭐길래?

흔히 "인삼"하면 많은 사람이 북녘 경기도의 '개성 인삼', 남녘 충청(남)도의 '금산 인삼' 등을 먼저 떠올린다. 풍기 인삼은 사실 바로 떠올리는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이날 축제장 내 '풍기 인삼 산업 전시관'에서 영주시와 (재)영주풍기인삼축제 조직위원회 등이 비치한 각종 전시물을 통해 기자가 알게 된 것은 가히 '반전'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그 역사가 매우 오래됐다.

"1541년 풍기군수로 부임한 조선 중기 문신이자 학자인 신재 주세붕(1495~1554)은 소백산 특산품 '산삼' 공납 의무 탓에 고을 백성들이 고통받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다. 그는 백성들에게 산삼 씨를 밭에 뿌리게 하고, 이를 재배한 '인삼'을 산삼을 대신해 나라에 바치게 했다. 바로 여기서 풍기인삼이 유래했다"(전시물 중)
 
현장에서 만난 송준태 인삼박물관 관장은 "주세붕과 풍기 인삼에 얽힌 이야기는 퇴계 이황(1501~1570)의 스승이자 숙부인 송재 이우(1469~1517)의 12세손인 우정 이흥로(1849~l923)가 인삼의 효능을 예찬해 쓴 시조 '인삼송(人蔘頌)'에도 나온다"고 부연했다.

그는 "둘째 구절 '周世鵬公 培巷間(주세붕공 배항간: 주세붕공이 항간에 (인삼을)재배하도록 하셨으며)'이 그것이다"면서 "타 지역의 인삼 재배가 전설이나 설화 수준에 그치는 것과 달리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다. 지금까지 인삼에 유래에 관해 밝힌 유일한 기록이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가치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인삼은 모두 영양가가 풍부하지만, 그중에서도 풍기 인삼은 예로부터 ‘산삼급’으로 평가받아왔다는 얘기다.

"소백산록의 유기물이 풍부한 토양에서 생산해 내용 조직이 충실하고 향이 강하며 유효 사포닌 함량이 매우 높다. 조선 시대에는 소백산 일대에서 나는 삼(풍기 인삼)을 '나삼', 관서(평안도)·강원 등에서 나는 삼을 '강삼', 관북 지방(함경도)에서 나는 삼을 '북삼', 만주 지방에서 나는 삼을 만삼이라 불렀는데 이 중 나삼을 최고의 품질로 쳤다. 가격은 나삼이 강삼보다 약 1.5배, 북삼이나 만삼보다 약 5배 비쌌다."(전시물 중)

송 관장은 "일제강점기였던 1931년 일본 학자 이마무라 도모가 고종황제 때 실제 사례를 조사해 저술한 '근대 조선 왕가의 산삼 복용 사례'를 보면 '왕실에서 산삼을 보건용으로 복용했는데 그 양이 부족할 때는 풍기 인삼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풍기인삼의 약효를 객관적으로 확인한 것이다"면서 "총독부 기록에 당시 수매가가 풍기 인삼 8냥(300g), 금산 인삼 10냥(375g), 개성 인삼 16냥(800g)이라고 나온 것도 풍기 인삼의 가치가 얼마나 높은지를 잘 보여준다"고 자랑했다.

이런 풍기 인삼이 타 지역 인삼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것은 평야가 아니라 산악 지대인 탓에 다른 지역보다 생산량이 가뜩이나 적은 풍기인삼을 왕실이 사실상 독점 소비하다시피 한 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하기야 맛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일반 백성이 '군용 가축'인 말을 함부로 잡아먹을까 봐 말 고기에 '질기고 맛없다'는 오명을 씌워놓고, 자신들은 남몰래 이를 즐긴 것으로 알려진 조선 왕실이니 더 말할 것도 없을 듯하다.


영주시는 풍기 인삼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앞서 1996년부터 매년 '풍기인삼 축제'를 열고 있다.

현장에 가지 않았다면 기자도 풍기 인삼에 관한 많은 것을 까맣게 모를 뻔했다. 축제가 효과를 거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20년 넘게 해왔으나 아직도 갈 길이 먼 것일 수도 있겠다.

 【영주=뉴시스】 김정환 기자 = 29일까지 경북 영주시 풍기읍 남원천 둔치에서 열리는 ‘2017 경북 영주시 풍기 인삼 축제’ 행사장 내 '풍기 인삼 산업 전시관'의 풍기 인삼 500년 역사 관련 전시물들. ace@newsis.com

【영주=뉴시스】 김정환 기자 = 29일까지 경북 영주시 풍기읍 남원천 둔치에서 열리는 ‘2017 경북 영주시 풍기 인삼 축제’ 행사장 내 '풍기 인삼 산업 전시관'의 풍기 인삼 500년 역사 관련 전시물들. [email protected]


◇인삼, 인고의 세월을 관통해 햇볕 아래에 서다.

축제장에서 나와 향한 곳은 인근 인삼 재배 농가였다. 인삼 캐기 체험 차례다. 축제장에서 신청하면 셔틀버스로 체험 행사에 참여하는 농가의 인삼밭으로 데려다준다.

기자가 찾은 곳은 풍기단위농협 조합장을 역임한 구필회씨의 인삼밭이다. 지난 6년 정성껏 키운 인삼을 절반 넘게 수확하고, 일정 구역을 '체험용'으로 남겨뒀다.

사실 인삼 재배 농민은 체험 행사를 그리 반기지 않는다고 한다. '채굴(캐기)'에 방해될 뿐만 아니라 초짜이자 아마추어가 인삼을 캐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 탓이다.

뿌리를 채굴해야 하는 인삼 특성상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특수 제작 호미를 손에 들었다 해도 고구마나 감자를 캐본 경험도 없는 사람이 인삼을 제대로 채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뿌리 절반 가까이 흙 속에 남겨두는 것은 물론, 그나마 캐낸 절반도 상처투성이가 되기 마련이다.

게다가 체험료도 없다. 자신이 캐낸 인삼 중 1채(인삼 세는 단위, 750g)를 3만원에 살 수 있는데 안 사도 그만이다. 한 마디로 남의 인삼 농사만 망치고 그냥 가도 되는 셈이다.

그러니 아무리 영주시가 보조금을 준다 해도 반가워할 일이 없는 셈이다. 결국 구씨처럼 지역 유지들이 풍기인삼을 알리기 위해 '자원봉사'할 수밖에 없다.

이날 기자도 목장갑을 끼고 호미를 든 채 인삼을 캐는 시늉만 했을 뿐 구씨 등 전문가가 채굴한 인삼을 이삭줍기하듯 집어 들고 기념사진을 찍는 것이 전부였다.

【영주=뉴시스】김정환 기자 = 지난 26일 경북 영주시 풍기읍 구필회씨 인삼밭에서 마을 아주머니들이 갓 채굴한 6년근 인삼을 선별하고 있다. ace@newsis.com

【영주=뉴시스】김정환 기자 = 지난 26일 경북 영주시 풍기읍 구필회씨 인삼밭에서 마을 아주머니들이 갓 채굴한 6년근 인삼을 선별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그래도 흐뭇했다. 이런 신기한 체험, 아니 구경을 언제 또 해보겠는가.

이날 목격한 흥미로운 장면은 인삼 채굴을 더는 호미로 하지 않는다는 것. 뿌리채소를 수확하는 데 쓰는 트랙터를 이용해 구씨가 밭을 살살 뒤엎으니 소백산의 품 안에서 6년 동안 무럭무럭 자라난 어른 손 크기만 한 인삼들이 주르룩 모습을 드러낸다.

구씨는 "사람이 인삼을 채굴하는것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수확할 수 있다. 인건비도 아낄 수 있다. 그래서 이제는 거의 모든 농가가 트랙터를 이용해 대량 채굴한다"고 설명했다.  

체험을 마치고 나니 구씨가 '고객'을 위해 준비한 '잔치'가 기다리고 있었다. 얇게 자른 수삼과 꿀, 돼지 목살과 채소 등을 차린 것. 수삼을 꿀에 찍어 먹거나 돼지 목살, 채소 등과 함께 '삼합'으로 즐길 수 있다.

원래 맛있는 것인지, 땀을 흘리고 먹어서 맛있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수삼은 수삼대로, 고기는 고기대로 그 맛이 일품이었다. 영주 특산 인삼 막걸리를 곁들이니 깊어가는 가을 속 더욱 감칠맛 나는 잔치가 되기에 충분했다.

한편 영주시는 이번 축제를 '2021 세계인삼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삼을 태세다.

장욱현 영주시장은 "반드시 '인삼세계엑스포'를 유치해 500년 가삼(인삼) 재배지이자 고려인삼 종주지로서 위상을 강화하고, 국제적인 인삼 메카로서 '웰 에이징 시대'를 주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여행 가이드

○···교통편
승용차
서울∼경부(중부)고속도로∼신갈(호법)IC∼영동고속도로∼남원주IC∼중앙고속도로∼풍기IC∼풍기(서울~풍기 2시간20분]
부산∼경부(구마)고속도로∼대구∼중앙고속도로∼풍기IC∼풍기(대구~풍기 1시간40분)

기차
중앙선 상행 : 부산∼영주(일 3회), 대구∼영주(일 4회)
중앙선 하행 : 청량리∼단양∼풍기(일 10회)

버스
서울∼영주 : 동서울터미널(일 30회)
대구∼영주 : 북부시외버스정류소(일 30회), 동대구 고속버스터미널(일 21회)

○···인근 관광지
1543년 군수 주세붕이 세우고 후임 군수 이황이 1548년 사액을 받은 국내 최초 서원인 소수서원(백운동서원)을 비롯해 소백산 자락길, 부석사, 소백산 풍기온천, 죽계구곡, 희방사, 초암사, 성혈사, 영주 순흥 벽화고분, 금성대군 신단, 선비촌 등 다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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