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아, 달과 태양을 동시에 품다···'바이올린 여신'의 반전
홀로 서도 충분히 빛나는 신지아지만, 앙상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다양한 음악적 자양분을 깊이 빨아들이는 그녀는 더 커보였다.
27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로 이어는 리사이틀 '크레디아 스타더스트 시리즈 Ⅲ-반전'은 무럭무럭 자라난 신지아가 독주자로서 진가를 발휘할 무대다.
각각 한 공연의 메인 레퍼토리로 충분한 무게감을 지닌 4곡으로 프로그램을 꽉 채웠다. 서정과 절제의 1부에서는 바흐의 샤콘느와 그리그 바이올린 소나타 3번, 화려함과 기교의 2부에서는 시마노프스키 '세 개의 신화'와 비에니아프스키 '오리지널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들려준다.
한 번도 쉬어갈 틈이 없는 이 프로그램에 주력하고 있는 신지아는 완벽주의 성향으로 클래식음악계에서 유명하다. "제 자신에게 냉정한 편이에요. 그래서 연주가 끝나고 나면 항상 부족했다는 생각에 늘 아쉬웠죠. 그 냉정함이 저를 괴롭히기는 하지만 한 부분도 놓치고 싶지 않아요"라며 웃었다.
이런 신지아의 의지가 이번 프로그램에 그대로 투영됐다. 무엇보다 한곡한곡 치열하게 해석을 가하고 있다. 하염없이 안개를 헤치는 듯한 바흐의 샤콘느에는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는다. "코어(core) 클래식"이다. 신지아는 "제 코어 클래식을 기다리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면서 "그 분들에게 선물하는 곡이에요. 무엇보다 스승인 김남윤 선생님이 어느새 칠순이 되셨는데 제가 받은 걸 돌려드리고 싶다는 마음도 커요"라고 말했다.
현대음악인 시마노프스키 '세 개의 신화'는 신지아의 감춰진 스펙트럼을 새삼 확인케 하는 곡이고, 비에니아프스키 '오리지널 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그녀의 기교를 다시 증명해낼 곡이다. 이처럼 다양한 드라마를 갖춘 곡들은 매번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리사이틀 타이틀처럼 '반전'의 연속이다.
스타일과 이미지도 변했다. 짧은 커트 머리의 현수가 열정적이고 세련됐다면, 긴 머리 스타일의 지아는 감미롭고 여성적이다.
"이번에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저의 면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신현수 때의 저와 신지아 때의 저는 이미지가 상반되는데, 지아의 제 모습만 아는 분들도 있을 거고. 제 안에 다양한 면을 꺼내고 싶었죠."
그간 리사이틀에서 바흐, 슈베르트, 베토벤 등 작곡가별로 조명한 시리즈를 선보여온 그녀가 이번에 여러 곡을 선택한 이유도 다양한 모습을 기록하고 싶었기 때문이다."제가 고집하면서도 관객과 공감할 수 있는 곡을 정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과정에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죠. 지금 제가 갖고 있는 에너지를 모두 쏟아낼 수 있는 곡들을 모으다 보니, 이번 프로그램이 나왔어요."
10년 전 자신의 첫 앨범 '패션(PASSION)'의 파트너였던 피아니스트 아키라 에구치와 다시 호흡을 맞추게 돼 그간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기록할 수도 있게 됐다. "10년 전과는 다른 에너지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다양한 무대를 섭렵한 신지아의 최근 연주에는 자만이 아닌 자신감, 뽐냄이 어닌 조화가 자리잡고 있다. 야무지게 다물었던 입매에는 미소가 번져 있다. 연주뿐 아니라 마음 그리고 성숙도가 확실히 깊어졌다. 청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카리스마는 화려한 외향이 아닌 단단한 내공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었다.
신지아는 "내가 먼저 행복하고 편안해져야 음악도 그렇다는 걸 깨닫고 있다"며 미소지었다. "우선 일상에서 힐링이 중요하다고 봐요. 그래서 등산도 좋아하게 됐고요. 소소하게 내려놓는 방법을 배우고 있죠. 패기가 넘치고, 열정을 불사르는 것도 좋지만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도 좋아요. 그렇게 제 음악도 변해가고, 다양한 모습도 보여줄 수 있겠죠."
이번 리사이틀의 부제인 '달과 태양을 동시에 품다'에 수긍할 수 있는 이유다. 편안하게 웃음 짓는 얼굴과 달리 손가락은 단단하게 활을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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