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톱 드러낸 엘리엇, 현대차 추가압박 나설까
"동조 주주 의견들어"…표대결 시도 가능성
주총 전 차익 실현하고 떠날 수도
25일 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 3일 보도자료를 통해 10억 달러 수준의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데 이어 20일만인 23일 별도 개설한 홈페이지 '가속화 현대(Accelerate Hyundai)'를 통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합병을 통한 지주사 전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해 지주회사를 만들라는 엘리엇의 요구를 검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어떤 방법을 취한다고 해도 모든 주주를 만족시킬 수는 없는 만큼 엘리엇의 주장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도 1% 수준의 지분을 가진데 불과한 엘리엇이 현대차 지배구조개편방안을 바꿀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복병은 다른 주주들과의 규합 가능성이다. 엘리엇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개편에 개입한 방법은 2015년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보여준 모습과 유사하다.
엘리엇은 3년 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는 보도자료를 내고, 별도의 홈페이지를 개설해 특별배당 등을 요구하며 동시에 주주 설득에 나섰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에 대해서도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엘리엇이 현대차에 보내는 서신을 별도 개설한 홈페이지를 통해 올린 것부터가 심상찮다.
이 홈페이지는 영어와 한국어로 동시에 볼 수 있으며, '보도자료'와 '주주를 위한 정보' 등도 제공된다. 관련 정보를 받아보고 싶으면 이메일 등록도 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에 대한 압박과 다른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한 방안으로 추정된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에 보낸 서신에서도 다른 주주들과 협력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혔다. 엘리엇은 서신에서 "현대차그룹의 높은 잠재가치를 실현시킨다는 목표를 위해 본 사안(현대차-모비스 합병 등 요구)에 대해 경영진 및 다른 주주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언론과 외부평가기관은 이미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안에 대해 비판과 우려섞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며 "또 이에 동조하는 국내외 대·소규모 주주들의 의견도 전해들었다" 발언, 다른 주주들과의 규합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대모비스는 다음달 29일 주주총회를 갖고 모듈·AS부품사업 분할 및 현대글로비스로의 합병안을 상정한다. 현대모비스의 최대주주·특수관계인 지분은 30.2%, 외국인지분은 48.32%로 외국인주주들이 엘리엇에 동조할 경우 치열한 표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엘리엇의 주장은 비금융지주회사가 금융사를 소유할 수 없도록 하는 현 금산분리법을 위반하는 내용으로 다른 주주들의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은 1% 수준으로, 7% 지분을 보유한 3대주주였던 3년 전 삼성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영향력이 적다"면서도 "다만 엘리엇의 요구가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는 이익이 되는 만큼 외국인 주주들이 동조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엘리엇이 주총 전에 이익을 실현하고 떠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이 현대차그룹 오너 일가에게 자신들이 보유한 모비스 지분을 비싸게 사줄 것을 요구하거나, 모비스 주식을 띄울 것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보낸 후 차익을 실현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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