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룡매를 아시나요?"…수원농생고와 인연
임진왜란 때 일본이 강탈해간 토종 매화
420여 년만에 돌아와 수원농생고서 꽃망울

【수원=뉴시스】 조성필 기자 = 경기 수원시 수원농생명과학고 교정에 있는 와룡매. 왼족이 백매, 오른쪽이 홍매 2019.03.16 (사진제공=수원농생명과학고) [email protected]
와룡매와 수원농고의 인연은 2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91년 수원농고는 당시 일본 센다이한국교육원장 임창순씨의 주선으로 미야기현 센다이시 가미농고와 자매결연을 갖는다.
임 원장은 수필가였다. 420여 년 전 한반도를 피로 물들인 임진왜란 때 퇴각하던 일본군이 창덕궁 선정전에서 400년 넘은 와룡백매와 홍매 등 두 그루를 가져갔다. 미야기현(宮城県) 마쓰시마(松島)에 있는 즈이간지(瑞巖寺)에 심어져 강탈 당한 한국 토종 와룡매는 그렇게 일본 땅에서 400년 넘게 번식됐다.
임원장은 이 같은 사실을 양교 자매결연 뒤 센다이시에서 발간하는 일요수필(日曜隨筆)에 기고하기로 마음 먹고 이 원고를 가미농고 니카이도 치카라 교장에게 보여주게 된다.
이 원고를 계기로 니카이도 교장은 즈이간지(瑞巖寺)에서 와룡매를 분양받아 가미농고 실습지에서 육종했고, 자매결연 이듬해인 1993년 수원농고에 접목해 현재 교정에 심게 됐다.
이렇게 400여년 만에 고국땅인 수원농고에 돌아오게 된 와룡매는 '임진왜란 피해식물 보상 1호'가 됐던 셈이다.
당시 일본 유력 일간지인 이사히신문도 이 사실을 '瑞巖寺의 名木(명목), 政宗과 관련된 매화 한국으로 400년만에 還國(환국)'이란 제목으로 상세히 보도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 시절 이 사실을 직접 보도했다.

【수원=뉴시스】 조성필 기자 = 수원농생명과학고와 자매결연 관계인 가미농고 학생들이 학교를 방문한 뒤 수원화성을 둘러보고 있다. 2019.03.16 (사진제공=수원농생고) [email protected]
현재 수원농고에 있는 와룡매는 '백매'와 '홍매' 두 그루다. 백매는 실습장에서 키워지다 현재는 본관 앞 정원에 옮겨져 27살의 청년이 돼 꽃말처럼 인내한 끝에 고결하게 기개를 펼치고 있다.
홍매는 교정 밖 씨름체육관 근처에 심어져 있다가 생존 위기에 처했으나 지난해 본관 앞 백매 옆에 이식해 치료와 영양 공급으로 회생해 올해 부분적으로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수원농고는 와룡매를 집중 관리키로 하고 외부에 역사적 의미를 알리기 위한 안내문도 최근 설치했다.
김성태 교장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와룡매의 역사적 의미를 학생들 교육에 적극 활용하겠다"며 "일본에서 400년을 지낸 와룡매가 80년 역사의 본교에서 길이길이 아름답게 꽃피우도록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와룡매는 여덟 겹의 꽃잎으로 피는 매화 종류로서 나무가 용이 기어가는 모습을 띄고 있어 와룡매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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