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사모펀드들 자전 거래 급증…부실화 위험 축적
'기업 인수 뒤 매각' 통한 이익 창출 힘들자
자체 인수 펀드에 매각, 장부상 "큰 이익" 기록
폐쇄적 거래 구조로 투자자들에 큰 피해 우려
![[서울=뉴시스]미 사모펀드 클리어레이크가 인수했다가 '지속형 기구'에 매각한 기업 휠 크로스의 로고. 팬데믹 성수기가 끝난 뒤 지난해 파산했다. 2025.12.26.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12/26/NISI20251226_0002027455_web.jpg?rnd=20251226080244)
[서울=뉴시스]미 사모펀드 클리어레이크가 인수했다가 '지속형 기구'에 매각한 기업 휠 크로스의 로고. 팬데믹 성수기가 끝난 뒤 지난해 파산했다. 2025.12.26.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7조 달러(약 1경147조 원) 이상의 투자금을 운영하는 미국의 사모펀드 회사들이 고금리 지속으로 핵심 사업모델인 ‘회사 인수 뒤 매각을 통한 이윤 창출’이 어려워지면서 부실화 위험이 축적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사모펀드 회사들은 부채를 끌어다 기업을 인수한 뒤 되팔아 이익을 내는 것을 핵심 사업 모델로 한다. 그러나 수년간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매수자들의 기업 인수 비용이 늘어나자 사모펀드 업계가 인수한 기업들의 매각이 어려워졌다.
그러자 사모펀드 업계는 이른바 ‘지속형 기구(continuation vehicle)’이라는 투자 펀드 집합체를 만들어낸 뒤 자신들이 인수한 기업을 인수하게 하는 방법으로 이윤을 내고 있다.
임시방편 '지속형 기구'
지속형 기구는 기업을 사모 펀드가 인수한 기업을 스스로에게 매각하게 함으로써 장부상 이익을 내도록 하면서 금리가 내려갈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는 단기적 해법이다.
그러나 사모펀드 회사들이 이 방식에 갈수록 더 많이 의존하면서 문제가 악화하고 있다.
투자은행 에버코어에 따르면 지속형 기구 규모가 올 연말까지 10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2019년 350억 달러에서 3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사모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 사이에서 지속형 기구에 대해 갈수록 우려하고 있다.
사모펀드 회사들은 가장 성과가 좋은 기업들만 지속형 기구에 넘기고 있으며, 이 기업들은 결국 외부 인수자에게 팔릴 때 막대한 이익을 낼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사모펀드 회사가 매수자이자 매도자 역할을 동시에 하는 이런 폐쇄적인 거래 구조 때문에 가치 평가가 왜곡되고 비현실적인 전망을 낳을 수 있다면서 자칫 투자자들이 큰 충격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팬데믹 동안 잘 나가던 기업 파산
화려한 휠 캡과 기타 휠 액세서리를 판매하던 이 회사는 팬데믹 기간 정부의 경기부양 자금으로 주머니가 두둑해져 집에서 직접 무언가를 만드는 데 시간을 쏟을 수 있게 된 소비자들 덕분에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휠 프로스는 팬데믹이 끝나자마자 매출이 떨어지면서 지난해 9월 파산했다.
뉴욕주, 코네티컷주, 네바다주의 공무원 연금 기금을 포함한 모든 투자자들이 투자금 전액을 날렸다.
다른 사모 펀드 플래티넘 에퀴티는 이동식 화장실을 만드는 유나이티드 사이트 서비스에 대한 투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플래티넘 에퀴티는 유나이티드 사이트 서비스를 자사가 만든 지속형 펀드에 매각했다. 현재 유나이티드 사이트 서비스는 회사를 채권자들에게 넘기는 절차를 밟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전액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마커스 프램스턴 알래스카 영구기금공사 최고투자책임자는 “지속형 기구는 사모펀드의 부패 징후”라면서 지적했다. 이 기금은 석유 수익에서 나온 830억 달러의 주 자금을 운용해 매년 알래스카 주민들에게 분배하고 있다.
프램프턴은 지속형 기구 사용이 늘어나는데 따라 알래스카 기금이 사모펀드 투자를 줄였다고 밝혔다. 기금은 지난 2021년 자산의 22%를 사모 펀드에 투자했지만 현재는 약 17%만 투자하고 있다.
기업 인수 뒤 가치 창출 본래의 사업 목적 외면
2290억 달러를 운용하는 텍사스 교사연금기금의 스콧 램소워 사모펀드 투자 총괄은 지속형 기구가 본질적으로 이해 충돌이 내재된 구조라며 없어져야할 관행이라고 강조했다.
사모펀드 업계는 거래가 독립적으로 검증되기 때문에 이해 충돌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들은 이런 검증 과정이 언제나 투명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아부다비의 국부펀드는 최근 에너지 앤드 미네랄스 그룹이라는 사모펀드를 상대로 지속형 기구로 기업을 넘기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희생시켜 “자신들만을 위한 막대한 이익”을 챙기려 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 따르면, 이 회사는 국부펀드와 다른 투자자들에게 짧은 기한을 두고 매각에 대한 투표를 강요했고, 투자자마다 서로 다른 자료를 제공했으며, 거래에 대해 투자자들끼리 상의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았다.
클리어레이크는 지속형 펀드를 가장 자주 사용하는 회사 중 하나로, 2020년 이후 여섯 개를 만들었다.
클리어레이크는 2006년 억만장자인 펠리시아노와 베흐다드 에그발리가 설립했으며, 초기에는 1억8200만 달러를 운용했다. 현재는 약 900억 달러의 투자자 자금을 관리하고 있다.
클리어레이크는 2018년에 약 4억2000만 달러에 휠 프로스를 인수했다.
새로운 소유주가 된 클리어레이크는 자동차와 트럭 휠용 액세서리를 만드는 거의 모든 경쟁사를 사들이는 대규모 확장을 추진했다.
그 결과 이 회사의 이익이 2018년 약 5000만 달러에서 2억 달러 이상으로 뛰어 올랐다.
기업 공개를 통해 이익을 내는 데는 몇 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 때문에 클리어레이크는 휠 크로스를 지속형 기구에 매각할 경우 기업 가치를 인수 가격의 4배가 넘는 23억 달러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클리어레이크가 막대한 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장부에 표시할 수 있었던 것이다.
클리어레이크는 휠 크로스에 투자한 사람들이 투자를 회수하거나 새 펀드로 투자를 넘길 기회를 제공했다.
펜실베이니아 주 공무원연금기금은 매도했고 코네티컷과 네바다의 주 연금은 투자금 일부를 새 펀드로 넘겼으며, 뉴욕은 전액을 넘겼다.
클리어레이크는 블랙스톤, 팬시온, ICG 같은 다른 대형 사모펀드 회사 등 새 투자자들도 끌어들였다.
휠 프로스의 경영진은 약 1억 달러 가치의 주식 옵션을 새 펀드에 투자했으며 클리어레이크도 파트너들의 이익금 약 5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클리어레이크는 휠 프로스를 지속형 기구로 옮겨 이익을 기록한 뒤, 회사에 훨씬 더 많은 부채를 추가해 재정적 압박을 크게 키웠다.
이는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기 직전에 이뤄졌으며 이후 금리가 오르면서 부채 비용이 크게 증가했다.
2023년이 되면서 팬데믹 특수 효과가 사라졌고 휠 프로스의 매출이 줄었다. 결국 휠 크로스는 지난 해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면서 파산을 신청했다.
아이콘 파트너스 I와 II로 알려진 클리어레이크의 지속형 기구들은 2020년과 2021년에 만들어진 이후 2025년 3월까지 연평균 49%와 56%의 높은 수익을 낸 것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휠 프로스를 보유하고 있던 아이콘 파트너스 III는 투자금 전액을 손실 처리했으며 아이콘 파트너스 IV와 V는 2021년 설립 이후 올 3월까지 연환산 수익률이 각각 2.7%와 10.1%에 그쳤다.
이익 창출과 수수료 창출 사이 구분 애매해져
야론 닐리 미 듀크대 로스쿨 기업법 교수는 사모펀드들이 서로 또는 스스로에게 기업을 사고파는 거래가 너무 많다며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과 수수료를 거듭 거두는 행위 사이에 구분이 어려워졌다”고 꼬집었다.
일부 사모 펀드들은 지속형 기구에 매각한 기업들을 새로 만든 다른 지속형 기구에 매각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새로운 펀드들을 ‘지속형 기구 제곱’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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