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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대학생 경과보고…"항쟁정신, 늘 곁에 숨쉰다"

등록 2020.05.18 12:5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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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유공자·희생자 가족 김륜이·차경태씨 항쟁 의의 알려

"나눔·연대의 공동체 정신 계승…복지 소외계층 위해 헌신"

"오월정신 이어받아 민주·인권·평화 지키는 언론인 되고파"

[광주=뉴시스]박영태 기자 =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이 18일 오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 및 유가족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히 진행되고 있다. 오월 가족인 대학생 (사진 왼쪽부터)김륜이, 차경태씨가 5·18 민주화운동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2020.05.18.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박영태 기자 =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이 18일 오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 및 유가족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히 진행되고 있다. 오월 가족인 대학생 (사진 왼쪽부터)김륜이, 차경태씨가 5·18  민주화운동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2020.05.18.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진실은 결코 바래지지 않으며 정의는 항상 우리 곁에 함께합니다."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이 열린 18일 오전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서 항쟁 정신 계승을 다짐하는 대학생의 힘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5·18 유공자 자녀 또는 희생자 유가족인 대학생 김륜이(21·여)씨와 차경태(20)씨는 이날 기념식에서 경과 보고를 낭독하며 항쟁의 전개과정·의의를 설명했다.

그동안 경과 보고는 광주지방보훈청장·오월단체장이 진행해왔다. 하지만, 항쟁 40돌을 맞아 미래 세대가 오월정신을 계승한다는 의미를 담아 사상 처음으로 대학생이 맡았다.

경과보고에 나선 김씨는 김이종 5·18부상자회장의 딸이다. 김 회장은 1980년 5월19일 광주 동구 무등고시학원에서 공부를 하던 중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계엄군에 끌려가 구타·연행당해 고초를 겪었다.

김씨는 "청년 세대를 대표해 희생자를 추모하고 정신 계승을 다짐하는 자리에 설 수 있어 영광이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또 "5·18 당시 아버지의 나이가 지금 내 나이와 비슷하다. 당시 청년들이 느꼈을 두려움, 공포를 의연히 이겨내고 정의를 위해 불의에 맞서 싸운 용기를 생각한다. 감사한 마음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를 비롯한 오월광주의 청년들이 있어 오늘날 민주·자유를 누릴 수 있다"며 "계엄군의 무자비한 폭력 앞에서도 광주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힘을 모아 투쟁했던 정신을 잇겠다. 공동체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삶을 살고 싶다"고 전했다.

5·18 정신선양을 위해 일상생활에서 작은 실천을 해나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씨는 "책·교과서보다도 지인이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전하는 '이야기'의 힘이 분명 있다"며 "직접 겪지 않아 항쟁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친구·후배가 많다. 한 사람이라도 더 오월광주의 진실을 알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는 김씨는 "위기 속에서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함께 나누는 광주정신을 계승해 복지 소외계층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꿈꾼다"고 밝혔다.

경과 보고의 또 다른 주인공인 차경태씨는 故차종성씨의 조카다.

고 차종성씨는 1980년 5월19일 금호고등학교 3학년 학생으로서 무등경기장 인근에서 계엄군이 시민을 마구 때리는 계엄군에 항의하다가 구타를 당한 뒤 광주교도소에 수감됐다.

이후 교도소에서 모진 고문을 당하고 2개월 만인 같은 해 7월 석방됐으나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고문 후유증으로 1983년 3월 숨졌다.

항쟁으로 형을 잃은 슬픔을 이겨내고 진실규명을 위해 발벗고 나선 차종수 5·18기념재단 고백과 증언센터 팀장이 차씨의 아버지다.

차씨는 "비록 작은 역할이지만 경과 보고를 통해 5·18의 역사적 의의를 전국민에게 널리 알 수 있게 돼 보람있다"며 "아직도 진실을 왜곡, 날조하는 세력이 있기에 진상규명과 항쟁 정신의 발전적 계승은 계속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씨는 가족에게 남긴 상처와 슬픔을 피부로 느끼며 자라왔다.

그는 "항쟁 이후 가족을 떠나보내고 남겨진 이들의 슬픔이 너무도 크다. 할머니는 삼촌의 기일이 다가오거나 명절만 되면 삼촌의 영정사진을 보며 '미안하다'는 말씀만 반복하시며 눈물을 흘리신다"고 이야기했다.

항쟁 정신을 이어받아 정의를 위해 뛰는 언론인이 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차씨는 "5·18로 촉발된 민주화에 대한 열망은 6월 항쟁으로 이어지며, 민주주의 발전에 큰 동력이 됐다"고 평가하며 "불의에 맞서 산화한 오월영령들의 넋을 기리고 그 뜻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의에 저항하며 당당하게 맞서 싸웠던 항쟁 정신을 잊지 않겠다. 5·18이 남긴 정신적 유산을 바탕으로 사회 내 부도덕과 불공정함을 바로잡고 민주·인권·평화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언론인이 되겠다"고 역설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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