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무대, 우리 삶에 대한 은유…연극 '만선'
국립극단, 19일까지 명동예술극장
![[서울=뉴시스] 연극 '만선'. 2021.09.07.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1/09/07/NISI20210907_0000823732_web.jpg?rnd=20210907135750)
[서울=뉴시스] 연극 '만선'. 2021.09.07. (사진 = 국립극단 제공) [email protected]
객석에 앉는 순간 맞닥뜨리는 8~11도로 경사진 무대가 은유한다. 삶의 벼랑 끝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곰치 가족' 인생에 대한 비유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을 가리킨다. 곰치 가족이 처한 상황이 그렇다. 노년이 되도록, 자신의 배 한척 갖지 못한 곰치와 그의 가족이 탄 배의 닻은 애초부터 가난에 옭아 매여 있다.
어느 날 곰치는 부서(보구치) 떼를 한가득 잡아, 배를 가득 채운 '만선(滿船)'으로 돌아온다. 풍악을 울리며 기쁨을 나누지만, 그것도 잠시다. 선주는 값지 못한 돈은 운운하며 모조리 생선을 가져가 버린다.
이후 곰치 네 가족은 삶의 절벽에 더 내몰린다. 바람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도 곰치가 악독 선주의 터무니없는 조건을 받아들이고, 배를 빌려 바다로 나아가는 이유다.
![[서울=뉴시스] 연극 '만선'. 2021.09.07.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1/09/07/NISI20210907_0000823730_web.jpg?rnd=20210907135719)
[서울=뉴시스] 연극 '만선'. 2021.09.07. (사진 = 국립극단 제공) [email protected]
천승세 작가의 '만선'은 1964년 국립극장 희곡 현상공모 당선작. 같은 해 7월 초연돼 제1회 한국연극영화예술상(현 백상예술대상)에서 천 작가에게 신인상의 영예를 안겼다. 1960년대 산업화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서민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 깊은 공감을 샀다.
당초 국립극단 70주년 기념작으로 선정돼 지난해 공연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이제야 무대에 올랐다.
빚을 갚기 위해 거친 파도에도 바다로 나갈 수밖에 없는 서민들의 무력한 현실은, 빈부 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지금과 다를 바 없다. 곰치의 만선에 대한 꿈은 현재 서민이 꿈 꾸는 아파트 값·비트코인·주식의 상승과 같다.
![[서울=뉴시스] 연극 '만선'. 2021.09.07.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1/09/07/NISI20210907_0000823723_web.jpg?rnd=20210907135553)
[서울=뉴시스] 연극 '만선'. 2021.09.07. (사진 = 국립극단 제공) [email protected]
이처럼 우리 사실주의 희곡의 대표작인 '만선'은 지금 삶의 민낯도 생생히 그려낸다. 곰치 역의 김명수, 곰치 아내인 구포댁 역의 정경순 등 사실적인 연기도 생동감을 더한다.
무엇보다 그 자체로 하나의 캐릭터가 된, 무대 디자이너 이태섭의 무대를 빼놓을 수 없다. 변하지 않는 원세트 무대지만 깊이와 원근법을 내포하고 있다. 잔잔했다가, 금세 사나운 비바람을 몰고 오는 배경을 안은 무대는 민초들의 곡절을 품고 변화무쌍한 정서를 선보인다.
가난과 노동은 봐도 봐도 익숙해지기 힘들다. 슬슬이와 아기인 막내 아들마저 잃은 곰치와 구포택 위로 폭풍우가 몰아칠 때, 우리네 삶도 그 한가운데 들어가 있는 듯하다.
누군가 말했다. 연극은 삶을 연습하기 위한 최적의 운동장이라고. 그들의 비극에 기꺼이 함께 뛰어드는 건, 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금 더 평평하게 만들기 위한 태도와 같다. 오는 19일까지 명동예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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