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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마산 보도연맹 희생자 유족에 5억1000여만원 배상하라

등록 2022.12.12 14:13:17수정 2022.12.12 14: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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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법 절차에 따라 재판받을 권리 침해,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지급해야"

대법 판례 따라 지연손해금 기산일 변론종결일 2022년 10월 20일로 산정

법원, 마산 보도연맹 희생자 유족에 5억1000여만원 배상하라

[창원=뉴시스]강경국 기자 = 6.25 전쟁 중 대한민국 정부와 대한민국 국군이 국민보도연맹 가입자를 중심으로 행한 민간인 학살 사건의 희생자 유족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일부 승소했다.

창원지법 민사5부(재판장 김희수 부장판사)는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부터 8월까지 육군본부 정보국 소속 마산지구 CIC, 마산육군 헌병대, 마산경찰서 경찰에 의해 불법 체포돼 억울하게 희생된 국민보도연맹 회원 5명의 유족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5억1000여 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원고들은 모두 15억여원의 위자료를 청구했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희생자들은 단순히 국민보도연맹원이라는 이유로 CIC 부대원, 헌병, 경찰의 소집에 응했다가 적법한 절차 없이 체포돼 마산형무소에 구금되고, 구 국방경비법위반죄로 기소된 뒤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은 군법회의를 거쳐 사형을 당했다"며 "피고 소속 공무원들의 이 같은 행위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할 의무를 위반한 행위일 뿐만 아니라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 생명권, 적법 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시했다.

또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 집행으로 인해 희생자들과 그 유족인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으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불법 행위 내용, 희생자들의 나이와 가족관계, 손해배상이 장기간 지연된 반면 남북 분단 하에서 원고들이 겪었을 사회적 어려움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70년 이상의 시간이 경과하면서 국민소득수준이나 통화가치가 크게 상승한 점, 지연손해금 기산일을 불법 행위일이 아닌 변론종결일로 보는 점, 다른 국민보도연맹 사건의 희생자들과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희생자들은 8000만원, 그 배우자는 4000만원, 부모와 자녀는 800만원, 형제자매는 400만원으로 정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연손해금에 대해서는 "원고들은 위자료에 대해 사건 소장 송달일로부터 지연손해금을 구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불법 행위 시와 변론종결 시 사이에 장기간의 세월이 지나 위자료를 산정할 때 반드시 참작해야 할 변론종결 시의 통화가치 등에 불법 행위 시와 비교해 상당한 변동이 생긴 때에는 예외적으로 불법 행위로 인한 위자료 배상채무의 지연손해금은 위자료 산정의 기준시인 사실심 변론종결일로부터 발생한다고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변론종결일인 2022년 10월20일부터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원고 측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6.25 전쟁 발발 직후 육군본부 정보국 소속 마산지구 CIC, 마산육군 헌병대, 마산경찰서 경찰은 1950년 7월부터 8월까지 당시 마산시(현 창원시)내 극장에서 국민보도연맹원들을 대대적으로 소집해 예비검속한 후 마산형무소에 구금시켰다.

당시 부산·마산·진주형무소에 수감된 재소자와 국민보도연맹원, 예비검속자들은 남하하는 인민군에 동조해 후방을 교란시킬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집단 총살하거나 해상에 수장시켰다.

마산에 거주하던 희생자들도 국민보도연맹원 소집에 따라 극장에 갔다가 법원이 발부한 사전·사후 영장 없이 불법적으로 체포돼 마산형무소에 구금됐으며, 그 해 8월 국방경비법위반 혐의로 기소돼 마산지구계엄고등군법회의는 8월18일 유죄를 인정하며 사형을 선고해 8월24일 판결 집행으로 모두 숨졌다.

[창원=뉴시스] 강경국 기자 = 경남 창원지방법원 전경. 2022.11.29. kgkang@newsis.com

[창원=뉴시스] 강경국 기자 = 경남 창원지방법원 전경. 2022.11.29. kgkang@newsis.com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에 의해 설치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부산·경남지역 형무소 재소자 희생사건에 대한 관련자들의 진실규명 신청을 접수받아 조사를 진행했고, 2009년 2월18일 희생자들을 포함해 마산형무소에 수용됐다가 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받아 살해된 사람들 중 신원이 밝혀진 자들을 희생자로 확인하는 내용의 진실규명결정을 했다.



희생자들의 유족들 중 일부는 2014년 12월30일 창원지법 마산지원에 재심대상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2020년 8월21일 재심개시결정을 내렸다.

재심사건 1심 법원은 '재심대상 사건의 재판 기록이 보존돼 있지 않아 지금 단계에서 확보할 수 있는 자료를 기초로 재심대상 사건을 판단해야 할 것인데, 공소사실을 증명할 어떠한 자료도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20년 11월20일 희생자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고, 판결은 그 해 11월28일 확정됐다.

희생자들의 유족인 원고들 중 일부는 재심사건과 관련해 창원지법 마산지원에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형사보상 청구를 했고, 2021년 4월 법원은 원고들에 대해 형사보상금을 지급한다는 결정을 했고, 그대로 확정됐다. 

다만, 피고 측은 "진실규명 결정이 있은 때 또는 원고들이 진실규명 결정을 송달받은 때로부터 3년이 경과한 후 소송이 제기됐기 때문에 위자료 청구권 시효 완성으로 소멸됐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kg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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