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예방접종 백신구매 입찰 담합…녹십자 등 과징금 총 409억
공정위, 백신구매 입찰담합 제재 결정
국가 비용 전액 지원 사업…시정명령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2023.07.06. ppkjm@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3/07/06/NISI20230706_0019947504_web.jpg?rnd=20230706120000)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2023.07.06.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임소현 기자 = 정부 예산으로 실시되는 예방접종 백신 구매 입찰에서 32개 사업자들이 합의해 사전에 낙찰사업자를 정하고 들러리를 섭외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행위를 담합으로 판단, 과징금 409억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총 32개 백신 관련 사업자들이 조달청 발주 170개 백신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예정자를 정하고 들러리를 섭외한 후 투찰 가격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담합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409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유한양행 등 32개 업체는 2013년 2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질병관리청, 국방부 등을 수요기관으로 조달청이 발주한 170개 입찰에서 낙찰예정자와 들러리 섭외를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입찰 담합에 참여한 곳은 1개 백신 제조사(글락소스미스클라인), 6개 백신총판(광동제약·녹십자·보령바이오파마·에스케이디스커버리·유한양행·한국백신판매), 25개 의약품도매상 등이다.
이들이 담합한 대상 백신은 모두 정부 예산으로 실시되는 국가예방접종사업(NIP) 대상 백신으로 인플루엔자 백신, 간염 백신, 결핵 백신, 파상풍 백신, 자궁경부암 백신(서바릭스·가다실), 폐렴구균 백신(신플로릭스·프리베나) 등 모두 24개 품목에 이른다.
공정위는 "백신입찰 시장에서 고착화된 들러리 관행과 만연화된 담합 행태가 장기간에 걸쳐 진행돼 왔다"면서 "이로 인해 입찰 담합에 반드시 필요한 들러리 섭외나 투찰가격 공유가 용이했다"고 지적했다.
전형적인 입찰 담합의 경우 낙찰예정자 정하기, 들러리 섭외하기, 투찰가격 공유 등을 위해 담합 참여자들 간의 협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해당 사건의 경우 장기간에 걸쳐 고착화된 담합 관행으로 인해 담합 참여자들 간의 협의가 쉬웠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낙찰예정자는 들러리를 쉽게 섭외할 수 있었고, 서로의 역할이 정해지면 투찰가격에 대한 별도의 논의도 필요 없었다"며 "낙찰예정자는 최대한 높은 수준에서 낙찰받기 위하여 기초금액 100% 수준으로 투찰하고 들러리는 그보다 높은 금액으로 투찰해 탈락함으로써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가운데 정부는 자궁경부암·폐렴구균 백신 등 글로벌 제약사가 생산하는 백신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2016년부터 '제3자단가계약방식(정부가 전체 백신 물량의 5-10% 정도였던 보건소 물량만 구매)'에서 '정부총량구매방식(정부가 연간 백신 전체 물량을 전부 구매)'으로 조달방식을 변경했다.
이후 글로벌 제약사와 백신총판이 백신 입찰 담합에 참여하면서 글로벌 제약사가 직접 들러리를 섭외하고 백신총판이 낙찰예정자로 등장했다. 제3자단가계약방식 입찰에서는 의약품도매상끼리 입찰 담합을 한 반면 2016년부터 일부 백신을 대상으로 도입된 정부총량구매방식 입찰에서는 백신총판이 낙찰예정자로 등장한 것이다.
기존 제3자단가계약방식에서는 의약품도매상끼리 낙찰예정자와 들러리 역할을 바꿔가면서 담합 왔지만, 정부 총량 구매방식에서는 낙찰예정자가 의약품도매상이 아니라 백신총판이 됐다. 다만 의약품 도매상은 구매방식 변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들러리 역할을 수행했고 백신총판은 들러리 역할은 하지 않았다.
특히 녹십자, 보령바이오파마, 그리고 SK디스커버리(구 SK케미칼) 등 3개사의 경우 인플루엔자 백신 담합으로 2011년 6월 제재를 받은 이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입찰 담합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이 사건 담합으로 낙찰받은 147건 중 117건(약 80%)에서 낙찰률이 100%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상적인 최저가 입찰에서 100% 미만으로 낙찰받는 것과는 달리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한 위원장은 "이번 조치는 백신 입찰 시장에 만연된 입찰 담합 실태를 확인하고 백신 입찰 시장에서의 부당한 공동행위를 제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공정위는 앞으로도 국민 건강에 필수적인 백신 등 의약품 관련 입찰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행위가 적발되는 경우 엄정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과징금은 에이치원메디 115억5200만원, 한국백신판매 71억9500만원, 정동코퍼레이션 43억400만원, 에이치엘비테라퓨틱스 40억6500만원, 새수원약품 34억5500만원, 녹십자 20억3500만원, 송정약품 16억9700만원, 팜월드 10억4100만원 등으로 잠정 결정됐다.
또한 웰팜 9억1800만원, 강승구 새수원약품 대표 8억6800만원, 비앤씨메디칼 5억3300만원, SK디스커버리 4억8200만원, 코리아팜 4억5600만원, 지엔팜 4억4600만원, 글락소스미스클라인 3억5100만원, 에디팜 3억4700만원, 광동제약 3억4200만원, 유한양행 3억2300만원, 보령바이오파마 1억8500만원이 부과됐다.
이 외 태성메디텍(9500만원)·우리약품(9500만원)·웰던팜(7800만원)·금청약품(2400만원)·인투바이오(900만원)·한스피엠아이(900만원)·메디원(600만원)·팜스원(500만원)·하메스(100만원 미만)·김종산 삼성바이오약품 대표(100만원 미만)에도 과징금 처분이 내려졌다.
관련 매출액의 확정 과정에서 최종 과징금액은 일부 조정될 수 있다. 총 32개 피심인 중 그린비, 그린위드, 신세계케미칼은 폐업해 종결처리(과징금 미부과)됐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어르신이 독감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 2022.10.20. ks@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2/10/20/NISI20221020_0019374718_web.jpg?rnd=20221020131910)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어르신이 독감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 2022.10.20.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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