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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기밀유출' LH간부 공소장 보니…중개사 명의도용까지 도우며 브로커와 '한몸'

등록 2023.10.18 06:00:00수정 2023.10.18 06:2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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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배임' LH인천본부 前 주택매입부장 공소장

"다른 사람이 내 인감 사용해 계약" 민원 제기에

브로커가 2000만원 건네고 민원 취하하게끔 유도

[인천=뉴시스] 이루비 기자 = LH 임대주택 매입사업 관련 유착비리 사건 수사 결과. (이미지=인천지검 제공) 2023.07.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뉴시스] 이루비 기자 = LH 임대주택 매입사업 관련 유착비리 사건 수사 결과. (이미지=인천지검 제공) 2023.07.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기밀을 유출하고 브로커들이 알선한 주택을 매입임대로 사들인 혐의를 받는 LH 간부의 공소장을 확인한 결과, 해당 간부는 공범인 브로커가 공인중개사를 사칭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실제 명의를 도용당한 공인중개사가 LH에 제기한 민원까지 무마하는 등 적극적으로 브로커의 범행을 도운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뉴시스가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지난 7월 인천지검에서 구속기소한 LH인천지역본부 전 주택매입부장 A(45)씨의 혐의는 크게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업무상배임, 한국토지주택공사법위반 세 가지로 나뉜다.

그중 공소사실에 적힌 부동산 컨설팅업체 대표 B(32)씨와의 업무상 배임 혐의 공동 범행을 보면 B씨의 공인중개사 사칭을 돕기 위한 A씨의 노력이 눈에 띈다.

공소장에는 'A씨는 B씨에게 매입 정보 등 내부정보를 제공해 주고 B씨로부터 금품, 향응을 제공받으면서 형성한 유착관계를 기초로 B씨가 공인중개사 자격 없이 (다른) 부동산중개법인의 상호와 공인중개사의 성명을 사용해 중개업무를 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라고 적혀 있다.

심지어 2020년 3월 초순 B씨가 명의를 도용한 공인중개사 본인으로부터 '공인중개사인 자신은 LH인천본부와의 계약 체결 등 중개업무를 전혀 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이 자신의 사용인감을 사용해 계약한 것'이라는 민원 제기가 LH인천본부에 들어왔음에도, 그는 B씨가 계속 중개수수료를 지급받을 수 있는 외관을 형성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도움을 바탕으로 B씨는 '공인중개사 자격 없이도 LH인천본부로부터 계속 중개수수료를 지급받기 위해 같은 달 8일 LH 인천본부에 민원을 제기한 공인중개사에게 2000만원을 지급하고 해당 민원을 취하하도록 했다'는 내용이 공소장에 고스란히 기재돼 있다.

이어 다음 날 9일에는 B씨 회사의 직원 2명을 해당 중개법인의 중개보조원으로 등록하게 하는 등 공인중개사에 의해 정상적으로 중개행위가 이뤄지는 중개법인인 것처럼 꾸며 LH인천본부로부터 계속 중개수수료를 지급받기로 서로 공모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A씨에게는 개업공인중개사가 부동산 중개업무를 실질적으로 담당했는지를 심의해 중개수수료를 지급해야 할 임무가 있었다'며 A씨가 그 의무를 위반하고 B씨의 명의도용을 도왔다고 봤다.

또 검찰은 A씨와 관련해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는 B씨가 공인중개사에 의한 중개인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 설립한 부동산중개법인의 계좌에 중개수수료 명목으로 돈이 지급되게 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실제 A씨는 해당 중개법인에 중개수수료 명목으로 1억1090만원을 지급해 LH에 손해를 가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이뿐만 아니라 A씨는 지난 2019년 11월부터 2021년 5월까지 LH 내부 자료 등을 제공한 대가로 B씨로부터 35회에 걸쳐 8673만원 상당의 현금과 향응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A씨는 B씨에게 직무상 비밀인 LH인천본부의 감정평가총괄자료를 16차례 제공했다. 이 자료는 LH가 매입한 전체 임대주택의 현황, 면적, 가액에 대한 감정평가 결과 등을 종합한 보안 1등급 자료다.

당시 A씨는 감정평가심사를 총괄하는 등 LH의 주택매입 결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위에 있었다. 하지만 검찰에 따르면 이를 감시할 만한 내부 통제시스템은 미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브로커 B씨 등은 "LH 담당부장에게 청탁·알선해 LH가 미분양주택을 매입하도록 해주겠다"면서 2년 동안 건축주들로부터 총 29회에 걸쳐 알선료 84억8800만원을 받고, 14억5200만원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 등으로 A씨와 함께 기소됐다.

이들 브로커의 알선으로 LH인천본부가 매입한 미분양주택은 총 1804가구로, 건물 매입금은 약 3303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 중 165채(매입가 약 354억원)는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수백억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 60대 건축업자, 이른바 '건축왕'의 미분양 주택인 것으로도 드러났다.

또 지난 2019년 LH인천본부가 주택 매입을 약정한 전체 가액 중 B씨가 알선한 주택의 가액 비중은 50.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기준으로는 40.0%였다.

허종식 의원은 "LH 간부 브로커 연루 사건은 매입임대 제도의 허점이 드러난 사건으로, 매입임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인천 전세사기 논란의 중심인 건축왕이 엮여 있기도 한 만큼 LH와 국토부 모두 전세사기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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