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관리에 쓰는 돈 연 20조…"레켐비, 사회적 비용 낮춰"[인터뷰]
근본 원인의 치료 신약 '레켐비' 출시
고성호 교수 "치료현장 큰 변화 기대"
경증부터 사용시 사회경제부담 낮춰
"ARIA 부작용, 관리가능한 범위일것"
"건보 안되면 사회불평등…해결해야"
[서울=뉴시스] 고성호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신경과 교수가 뉴시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24.12.1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알츠하이머병의 근본적 원인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이 국내에 출시돼 치료 현장에서도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고성호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신경과 교수(대한치매학회 총무이사)는 최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치매는 중증으로 갈수록 환자가 일상생활 수행의 일부 또는 전부를 타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질환이다. 노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병 1위로 꼽힌 이유다.
고령화로 치매 환자수가 급증하면서 국가 치매 관리 비용 또한 급증했다. 지난 2017년 14조2000억원이던 관리 비용은 2022년 20조8000억원으로 31.9% 늘었다.
고 교수는 "85세 이상 인구의 약 50%가 치매 환자로 추산되는데, 이 중 60~70%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예상한다"며 "이 추세라면 2050년경에는 65세 이상이 전체의 4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어,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은 재앙 수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행히 최근 병 진행 자체를 지연시키는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해졌다. 치매의 60~8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의 원인 물질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 겨냥 신약이 국내에 출시돼서다.
한국에자이의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는 알츠하이머병 진행과 인지 기능 저하를 지연시키는 효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완전한 승인을 받은 최초의 항체 치료제다. 국내에서는 지난 5월 경증 환자(경도인지장애 또는 경증의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그동안 치매 치료에는 특효약 없이 증상 완화제가 널리 쓰였으나, 레켐비는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물질 중 하나인 아밀로이드 베타(Aβ)를 제거한다. 3상 임상연구 결과, 투여 18개월 시점에 위약 투여군 대비 병 진행을 27% 늦췄다.
그에 따르면, 이미 사멸한 신경세포는 되살릴 수 없어 환자의 나빠진 기억력을 되돌릴 방법은 없다. 그러나 레켐비를 통해 진행 속도를 늦추는 건 가능하다. 고 교수는 "새로운 치료제의 등장으로 알츠하이머에도 희망이 나타났다"며 "질병의 경로를 바꿀 수 있는 신약"이라고 말했다.
경증 환자에 일찍부터 약을 사용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가의 질병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항 아밀로이드 베타 치료제 3상을 시뮬레이션 모델링으로 분석한 결과, 환자 1인당 7451달러(약 995만원)의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도 있다.
그는 "환자의 초기 상태가 여생 동안 유지된다면 초기부터의 치료는 삶의 질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손상된 신경세포는 재생이 불가능해 어떤 단계를 넘어서면 항 아밀로이드 베타 제제를 사용해도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때문에 초기 단계 환자를 선별해 치료제를 사용하는 게 알츠하이머병의 치료 목표와 방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선 항 아밀로이드 제제가 환자 1인당 995만원을 절감하는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도 존재한다"며 "국내에서도 그 정도 가치를 올릴 가능성이 충분하다. 치매는 환자 혼자만의 문제가 아닌, 가족 삶에도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라 초기 치료를 통해 큰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 교수는 깜빡감빡 잊는 순간이 많고, 힌트를 줘도 기억을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경도인지장애를 의심해 정확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강보험 안되면 사회 불평등 초래…해결해야"
[서울=뉴시스] 고성호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신경과 교수가 뉴시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24.12.1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신약 등장에 따라 대한치매학회도 의료진·환자에게 제대로 정보를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신약에 대한 과한 부작용 우려 등을 고려해 만든 권고안이 그것이다.
고 교수는 "많은 분이 염려하는 것 같아 최근 학회에서 알츠하이머 신약의 사용에 대한 권고안을 발표했다"며 "사전에 충분한 검사를 통해 해당 치료제를 사용할 환자인지 검토하고, 환자·보호자에게 안전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 뒤 치료를 시작하며, 치료 후에도 적극적인 모니터링을 시행한다는 내용이다. 이 과정을 통해 ARIA(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도 관리 가능한 범위의 부작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레켐비는 ARIA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데, 뇌 영상에서 보이는 비정상 소견을 말한다.
그는 "ARIA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제거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며 뇌부종이나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며 "임상 연구와 추적 관찰 연구를 살펴보니 초반에 걱정했던 만큼 심각하지 않았다. 이젠 이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대부분 무증상이고, 두통 등 관리 가능한 범위에 있다고 본다. 또 하위그룹 연구 결과 서양인 대비 한국인에서 부작용이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이론적으로 상당히 좋은 약제라,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다는 면에서 의료계의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환자의 신약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국가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조건을 갖춘 환자들에게 건강보험 혜택을 제공한 후 매우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며 "고가의 치료제인 만큼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을 경우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어, 해결 노력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특히 한국은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어, 미래 상황을 대비한 사회적 투자로 보고 정책적 지원을 마련한다면 환자·의료진에게 좋은 환경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교수는 "레켐비는 당장 증상을 개선하는 약이라기 보다 알츠하이머 진행 속도를 늦추고 악영향을 주는 물질을 제거하는 게 목표인 약제"라며 "환자 입장에선 눈으로 보이는 개선이 없다고 느낄 수 있으나 의료진이 추적 관찰을 통해 질환의 진행속도가 늦어진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증상 개선에 대해선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약물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증상을 관리하면서 진행 속도를 늦추는 약물을 함께 사용하면 환자가 느끼는 삶의 질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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