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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파크 붕괴 3년만에 책임 물을까…"안전사회" 염원 여전

등록 2025.01.11 06:00:00수정 2025.01.11 17:2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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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설 중 16개층 '와르르'…29일 수색, 노동자 6명 유해로

人災여도 '네 탓' 공방만…20일 1심 선고, 행정처분 요원

유족·피해상인·입주예정자 "안전사회로" 한목소리 염원

[광주=뉴시스]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붕괴 현장. 2022.01.16. hgryu77@newsis.com

[광주=뉴시스]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붕괴 현장. 2022.01.16.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변재훈 김혜인 기자 =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광주 HDC현대산업개발(현산) 화정아이파크 신축 현장 붕괴 사고가 3주기를 맞았다.

1년여 간 수사로 사고 원인·경위가 밝혀졌지만, 형사 재판에서는 '네 탓 공방'만 이어졌다. 법원이 3년 만에야 책임자 처벌에 대한 첫 판단을 내놓지만 1심 선고 이후로 미뤄진 행정처분은 '오리무중'이다.

가족을 잃고 생업과 내 집 장만의 꿈을 접어야 했던 사고 피해자들은 여전히 한목소리로 안전 사회 구축을 염원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14일 소방당국이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 현장에서 구조견과 함께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사진=소방청 제공) 2022.01.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14일 소방당국이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 현장에서 구조견과 함께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사진=소방청 제공) 2022.01.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도심 아파트 신축현장서 16개층 '와르르'…29일간 수색 사투

2022년 1월11일 오후 3시46분께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현장 내 201동 39층 타설 작업 도중 16개 층(23~38층) 상판·벽체 등 구조물이 연쇄적으로 무너져 내렸다.

사고 현장에서는 다친 하청 노동자 1명이 구조돼 치료를 받았으나 작업 중이던 다른 노동자 6명은 실종됐다.

범정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수색·구조 작업을 벌였지만, 끝내 실종 노동자들은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사고 나흘 만인 1월14일 첫 번째 실종자 유해가 201동 건물 지하 1층 난간 사이에서 수습됐다. 같은 달 25일 오후와 27일 오전 201동 27층~28층 2호실 잔해에서 매몰 노동자 2명이 잇따라 발견,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설날인 2월1일 오후에도 26층 2호실 내 움푹 꺼진 거실 바닥에서 매몰 노동자의 유해가 추가 발견됐으나 현장 접근이 어려워 가족의 애만 태웠다.

2월4일 28층 2호실 안방 내 잔해 속에서 발견된 매몰 노동자는 7시간여 만에 수습, 사망 판정을 받았다. 또 다른 매몰자는 7일 오전 무너진 201동 27층 2호실 거실 외벽 쪽에서 숨진 채 수습됐다.

막판까지 구조 당국이 난항을 겪은 26층 2호실 내 매몰 노동자는 2월8일 오후 7시37분에야 사망 상태로 수습, 가장 뒤늦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전례를 찾기 힘든 신축 아파트 붕괴 현장 내 매몰 노동자 수색·수습 작업은 이렇게 29일 만에 끝났다. 119특수구조대원 4857명(연인원), 인명탐지견 141마리(중복 포함)가 현장에 투입됐다.

인명 피해 외에도 무너져 내린 철근 콘크리트 잔해에 현장 인근 주·정차 차량 32대가 부서지는 재산 피해도 났다.


아이파크 붕괴 3년만에 책임 물을까…"안전사회" 염원 여전


'또 무너진 기본' 책임자 처벌은…1심 선고 '관심'

사고 주요 원인은 ▲PIT층(설비층) 공법 변경·최상층 타설에 따른 초과 하중 ▲하부층 동바리(수직하중 지지대) 철거 ▲콘크리트 강도·품질 관리 미흡 등으로 드러났다.

1년여 다각적인 수사를 거쳐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 등 전문 감정 등을 토대로 수사기관이 내린 잠정 결론이다.

시공사 '현산', 타설 하청업체 '가현건설', 감리업체 '광장' 등 법인 3곳과 각 업체 임직원 17명이 업무상과실치사·주택법·건축법 위반 등 혐의로 차례로 기소됐다.

권순호 전 대표이사와 하원기 전 건설본부장, 당시 현장소장 등 현산 임직원 10명, 가현 측에서는 대표 등 임직원 4명이, 광장 소속 임직원 3명이 법정에 섰다.

현산과 가현은 두 달 전 열린 결심 공판에서까지 사고 원인과 과실 책임 등에 대한 '네 탓 공방'을 이어갔다. 감리업체 광장 측마저 "먼저 구조 검토를 요구한 바 있다"며 끝내 현산에 책임을 돌렸다.

검사는 사고의 직접 원인이 된 무단 공법·설계 변경, 무리한 부실·졸속 시공 강행과 관련해 원청 시공사인 현산과 하청업체 가현 모두 과실 책임이 적지 않다고 봤다.

특히 권 전 대표를 비롯한 현산 임원진이 화정아이파크 신축 현장의 안전 관리 계획 이행 여부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았고, 자체 안전 점검 조직을 꾸리지 않아 인명 사고를 유발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검사는 현산·가현 측 현장소장에게 최고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권 전 대표 등 당시 현산 경영진을 비롯한 피고인 모두에게도 실형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현산·가현·광장 등 법인 3곳에는 각기 10억원, 7억원, 1억원의 벌금을 구형했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는 오는 20일 오후 권 전 대표 등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직·간접적인 책임자들에 대한 1심 선고를 연다. 붕괴 사고 발생 3년여 만에 형사 책임을 가리게 됐다.

행정 처분은 또 해를 넘겼다. 국토부가 사고 두 달 만에 현산의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을 권고했지만 서울시는 '1심 재판 결과까지 보고 처분하겠다'는 원칙론만 앞세웠다. 현산과 책임 공방 중인 가현에 대한 처분 역시 미뤄지고 있다.


[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광주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를 수사하고 있는 고용노동부와 경찰 관계자들이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를 압수수색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2.01.19.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광주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를 수사하고 있는 고용노동부와 경찰 관계자들이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를 압수수색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2.01.19. [email protected]


"더 이상은 안 돼" 한목소리로 안전사회 염원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희생자 유족과 사고 현장 주변 상인들은 사고 3주기를 맞아 '안전한 사회'를 염원했다.

특히 연말 179명의 많은 희생자를 낳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되돌아보며 안전한 대한민국을 거듭 강조했다.

안정호 화정아이파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11일 "붕괴 사고는 허술한 시공, 규정을 지키지 않은 절차, 관리 감독 부실이 합쳐진 총체적인 인재였다"며 "최근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역시 아이파크 붕괴 사고처럼 미리 참사를 예방하고 막을 수 있는 수 많은 징후와 경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만큼 이제는 시민의 '안전'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기억의 힘'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안 대표는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며, 각계각층이 각자의 자리에서 안전에 최선을 다하는 경험들이 공유되고 축적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상인과 입주예정자들도 한 마음, 한 뜻이다.

선문규 화정아이파크 피해상가협의회 총무는 "한파·폭설이 이어지는 요즘 붕괴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콘크리트 타설·양생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각 사업장마다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지자체도 감독 권한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엽 화정아이파크 입주예정자 대표는 "더 이상 부실시공과 안전사고로 안타까운 죽음이 없도록 현산 측은 마지막까지 시공 원칙과 규정을 잘 지켜야 한다"고 했다.

3주기 추모식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사고가 난 2단지 재시공 현장에서 유족, 정치권 인사 등 70여 명이 모여 진행한다.

한편, 철거 후 전면 재시공에 돌입한 화정아이파크는 상가층(1~3층)을 제외한 주거층 철거가 지난해 말 끝났다. 현산은 다시 주거층 골조 공사에 돌입, 이르면 2027년 상반기 안으로 최종 완공한다는 목표다.

[광주=뉴시스] HDC현대산업개발은 화정아이파크 지상 주거층 해체 공사를 마쳤다고 17일 밝혔다. 지난해 7월 해체 공사 착공 이후 17개월 만이다. (사진 = HDC현대산업개발 제공) 2024.12.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HDC현대산업개발은 화정아이파크 지상 주거층 해체 공사를 마쳤다고 17일 밝혔다. 지난해 7월 해체 공사 착공 이후 17개월 만이다. (사진 = HDC현대산업개발 제공) 2024.12.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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