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촬영·음악·미술…'오징어 게임2' 뒷편엔
김지용·정재일·채경선 음악감독 인터뷰
'오징어게임2' 촬영·음악·미술 맡아 활약
"우린 모두 오겜과 황동혁의 열렬한 팬"
김지용 "이 작품 자체가 영감 원천 돼줘"
정재일 "5인6각 장면 일필휘지로 작곡해"
채경선 "회전목마 세트가 단연코 좋았다"
![[인터뷰]촬영·음악·미술…'오징어 게임2' 뒷편엔](https://img1.newsis.com/2024/12/27/NISI20241227_0001738441_web.jpg?rnd=20241227113924)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이러니 저러니 말이 많아도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리즈에 대해선 대체로 합의된 결론 같은 게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일단 재밌다는 거다. 이 '재밌다'는 말은 편하고 쉽게 쓰이지만 간단하진 않다. 한 편의 TV 시리즈가 재밌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단순하지 않은 조화가 필요하다. 각본만 좋다고, 연출만 빼어나다고, 아니면 연기 잘하는 배우가 나온다고 당연히 재밌어지는 게 아니라 이 세 요소 모두가 균형이 맞아 떨어질 때에야 비로소 그 재밌다는 말이 새어 나온다.
이렇게 크게 세 가지만 언급했지만 더 디테일하게 들어갈 수도 있다. 미술이 있고, 촬영이 있고, 음악이 있다. 편집과 의상과 분장도 있다. 음향도 있고, 특수효과도 있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어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이 모든 부문에서 상을 준다. TV 시리즈라고 다르지 않다. 이런 것들 하나하나가 두루 잘 어우러져 보기에 좋아야 시청자는 재밌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오징어 게임'이 시즌1과 2 모두에서 재밌다는 평가를 받은 건 이 작품이 역시나 양품(良品)이라는 얘기다.
'오징어 게임' 시리즈의 재미를 보장해 준 게 확고한 비전을 제시한 황동혁 감독이라는 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또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보여준 이정재·이병헌 등 배우들이 얼마나 큰 공을 세웠는지도 모두 알고 있다. 다만 '오징어 게임'의 재미는 이들끼리 만들어낸 게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감독과 배우들이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 끄집어 낼 수 있게 도운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에게도 지분이 있다. 바로 김지용 촬영감독, 정재일 음악감독, 채경선 미술감독이 그들이다. "항상 뒤에서 작업하는 저희가 '오징어 게임'을 통해서 관심 받게 됐어요. 후배들이 우리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돼서 행복합니다."(채경선)
이들은 어쩌면 한 팀으로 불러도 이상할 게 없다. 김지용 감독과 채경선 감독은 '도가니'(2011) 때부터 황 감독과 함께 호흡한 사이이고, 정재일 감독은 '오징어 게임' 시즌1으로 처음 시리즈 음악을 맡아 시즌2와 시즌3까지 이어오고 있다. 16일 세 사람을 한 자리에서 만났다.
![[서울=뉴시스] 김지용 촬영감독.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1/17/NISI20250117_0001752383_web.jpg?rnd=20250117094251)
[서울=뉴시스] 김지용 촬영감독. *재판매 및 DB 금지
◇오징어게임과 황동혁
당연한 얘기이기도 하지만 김지용·정재일·채경선 감독의 공통점은 '오징어 게임'과 황동혁 감독 작품을 좋아한다는 점이었다. '오징어 게임'이 시즌1으로 그리고 현재 시즌2로 거둔 거대한 성공은 누구보다 이 작품을 좋아해주는 이들이 만들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전 시즌2에서 합류했습니다. 시즌1 때는 다른 작품을 해야 해서 함께 못했죠. 제가 한 건 아니었지만 '오징어 게임'의 열렬한 팬이었어요. 시즌1이 만들어지기 전에 총 9회 중 1~7회까지 대본을 황 감독께 받아서 읽었어요. 너무 재밌는 겁니다. 내가 이 작품 하진 못하지만 일단 8회 대본을 빨리 좀 보내달라고 했어요.(웃음) '오징어 게임2'는 제가 한 건데도 너무 재밌어요. 항상 즐거운 현장이었습니다. 전 큰 스트레스가 없었어요."
정재일 감독은 자신을 "황 감독의 성덕(성공한 덕후)"이라고 했다. "'남한산성'을 보고 완전 팬이 됐습니다. 김훈 작가의 글을 이런 영화로 만들어내다니 깜짝 놀랐습니다. 전작을 다 찾아봤죠. 그러다가 함께 작업까지 하게 된 겁니다. 휴머니티를 말하면서도 희망만 얘기하진 않죠. 그게 황 감독님의 유니크한 점입니다. 시즌2를 할 땐 황 감독님 생각을 음악으로 구현해내야 한다는 긴장감이 심했어요."
채경선 감독은 황 감독을 "열려 있는 사람" "항상 응원해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오징어 게임'에 대해선 "정말 많은 기회를 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김지용 촬영감독님이 비판하는 쪽이라면, 황 감독님은 응원해주는 쪽입니다.(웃음) 그래서 저희가 합이 잘 맞는달까요. 시즌2에 부담이 있었어요. 정말 잘하고 싶었거든요. 새로운 걸 넣고 싶은 마음이 정말 컸는데, 결국 이야기로 돌아와서 본질에 집중하려고 했고 결국엔 그게 이 작품에 풍성하게 잘 담긴 것 같아요."
![[서울=뉴시스] 정재일 음악감독.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1/17/NISI20250117_0001752384_web.jpg?rnd=20250117094321)
[서울=뉴시스] 정재일 음악감독. *재판매 및 DB 금지
◇바이올렛과 오렌지, 빨강과 파랑
'오징어 게임' 전작과 후속작은 명백히 다르다. 1편이 성기훈이 게임을 하는 이야기였다면, 2편은 성기훈이 게임을 멈추려는 이야기. 시즌1이 생존을 이야기한다면, 시즌2는 전복을 얘기한다. 당연히 미술과 촬영, 음악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기존 초록과 핑크에서 바이올렛과 오렌지가 추가됐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번 작품엔 프런트맨이라는 권력자가 전면에 등장하죠. 보라색엔 권력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그 색이 추가돼야 했어요. 오렌지는 따뜻하면서도 욕망적인 컬러이기도 해요. 양면적이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빨강이 될 수도 있는 색입니다. 오렌지를 통해 이야기의 흐름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채경선)
김지용 감독은 다른 데서 무언가를 가져오려고 하지 않았다고 했다. 시즌1과 시즌2 대본 자체가 영감이었다고 했다. 시즌2를 관통하는 주제가 양 진영의 극단적 대립이기 때문에 촬영 역시 이를 부각하는 데 힘썼다. "게임장 안에서 모습을 일단 붉은색과 푸른색 조명을 써서 찍었습니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기훈이 게임장으로 다시 들어오기 전 바깥 세상 역시 빨강과 파랑으로 보여줬어요. 이 세상이 게임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그리고 싶었던 겁니다."
정재일 감독은 황 감독이 작업실로 찾아오는 날이 가까워질 때 초인적인 힘이 발휘돼 새로운 것, 다른 것이 만들어졌다고 말하며 웃었다. "조금 애매하다 싶은 걸 황 감독님께 들려주면 여지 없이 맘에 안 들어 하세요. 감독님을 믿고 전 음악을 바꿉니다. 그러면 역시나 더 좋은 게 나오고요.(웃음) '웨이 백 덴'(Way Back Then) 같은 곡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은 없었어요. 극에 어울리는 최적의 노래를 만드는 게 중요하니까요." 정재일 감독은 시즌3 음악 작업을 현재 진행 중이라고 했다. "감정이 더 고조되니까 더 격한 음악을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서울=뉴시스] 채경선 미술감독..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1/17/NISI20250117_0001752385_web.jpg?rnd=20250117094352)
[서울=뉴시스] 채경선 미술감독.. *재판매 및 DB 금지
◇어떤 장면이 가장 좋았나
세 사람에게 '오징어 게임2' 중 어떤 장면을 가장 좋아하냐고 물었다. 현장에서 함께 촬영을 한 김지용 감독과 채경선 감독의 의견은 대체로 일치했다. 다만 완성된 작품을 두고 수없이 반복 시청하며 음악을 만들어가는 정재일 감독은 이들과 다른 장면을 꼽았다.
"모텔 장면 그리고 러시안룰렛 장면이 제일 좋았습니다. 게임장 밖 성기훈이 사는 곳인데 여전히 게임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게 보입니다. 그 미장센이 과하지 않게 잘 녹아 들어가 있어요. 붉은빛과 푸른빛이 있고, 소파나 수건을 보면 분홍색이 있죠. 억지가 아니라 자연스러워서 맘에 들어요." 김지용 감독은 그러면서 가장 인상적인 연기로 공유의 러시안룰렛을 꼽았다. "못 보던 얼굴을 봤어요."
회전목마 등 게임 세트 중 하나를 꼽을 것 같았던 채경선 감독 역시 모텔 장면을 골랐다. "세트로 보자면 '둥글게 둥글게' 세트를 단연코 좋아하지만 전체 장면으로 보면 역시 모텔 장면이 좋았습니다. 일반적이고 한국적인 공간이면서 지루하지 않고 다채로워요. 벽지와 소품 하나 하나 고심 끝에 골랐고 그런 것들이 실감 나게 어우러졌다는 인상 받았습니다. 의도했던대로 나와서 좋았습니다."
김지용·채경선 감독이 모텔 장면을 최고로 꼽은 것과 달리 정재일 감독은 5인6각 근대 5종 경기를 선택했다. "이번 작품 음악을 만드는 게 쉽지 않았는데, 정말 일필휘지로 써내려간 게 바로 5인6각 장면이었어요. 모두가 한 마음이 돼 응원하는 그 모습이 와닿아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 음악이 황 감독님이 한 번에 오케이 준 음악이기도 했어요. 그 장면의 묘한 휴머니티가 맘에 들기도 합니다."
◇차기작은
이들은 벌써 차기작 작업에 돌입한 상태였다. 채경선 감독은 아직 공개할 수 없는 넷플릭스 작품에 참여 중이라고 했다. 김지용 감독은 이번 주 아일랜드로 가 마거릿 퀄리가 주연을 맡은 영화 '빅토리안 사이코'에 합류한다고 했다. 정재일 감독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오징어 게임' 시즌3를 아직 진행 중에 있다. "두 분이 이 작품에 관해 고민한 시간이 훨씬 길고 에너지 소모도 심했을 수 있어요. 그런데 전 집에서 두 분이 만든 이 작품을 수백번 봐야해서 마음은 제가 더 힘들 수 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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