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지겨워서 변해버린 송혜교
한국영화 '검은 수녀들'로 11년만에 복귀
저돌적인 신념 가진 수녀 유니아 역 맡아
"멜로 속 내 모습 지겨워 변화 주고 싶어"
"장르도 좋지만 여성 연대 스토리 흡족해"
최근 각종 예능 출연 진솔한 모습 보여줘
"생각보다 더 좋아해줘서 감사한 마음 뿐"
"로맨스 하더라도 현실적인 것에 끌릴 듯"
![[인터뷰]지겨워서 변해버린 송혜교](https://img1.newsis.com/2025/01/22/NISI20250122_0001755576_web.jpg?rnd=20250122040634)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시도 때도 없이 담배를 입에 물고, 맘에 안드는 일이 생기면 이죽거리며 걸죽한 욕설을 내뱉는다. 목표가 보이면 뒤도 안 돌아보고 돌진하는가하면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에둘러 말하는 법 없이 매번 똑바로 꽂아넣는다. 남성 캐릭터일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여성 캐릭터다. 게다가 수녀다. 그리고 이 수녀는 송혜교(44)다. 애달픈 사랑에 아파하고 지키기 어려운 사랑에 헌신하고 사랑해야 살 수 있을 것만 같은 여자가 그의 새 영화 '검은 수녀들'(1월24일 공개)엔 없다.
"멜로 연기를 하는 제 모습이 지겹더라고요. 내가 나를 지겨워 하는데 시청자는 오죽할까 싶었어요. 이러다간 내 연기에 나의 기대감과 보는 사람들의 기대감 모두 없어질 것 같았습니다. 해보지 않은 걸 하고 싶었어요."
해보지 않은 걸 하겠다는 송혜교의 의지가 드러난 첫 번째 작품이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2022·2023)였다. 학교폭력 피해자의 처절한 복수를 담은 이 작품이 그는 너무 재밌었다고 했다. "연기하면서 시원했달까요. 시청자가 저를 어떻게 볼지, 이 작품을 어떻게 볼지 모르지만 제가 재밌는 게 중요했고 '아 이거면 됐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그래서 송혜교는 또 한 번 장르물을 택했다. 한국영화계에 오컬트를 안착하는 계기가 된 장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2014) 세계관을 이어받은 '검은 수녀들'이다.
송혜교는 그간 해본 적 없는 장르였다는 점에 더해 이 작품의 스토리에 끌렸다고 했다. '검은 수녀들'은 부마자(악령이 깃든 사람)가 된 아이를 살리기 위해 자격도 없고 허락도 받지 못한 유니아 수녀(송혜교)가 악령의 존재를 애써 외면하며 의학만을 믿으려 하는 미카엘라 수녀(전여빈)와 함께 구마 의식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송혜교는 "교단에서 무시 받는 여성, 귀태(鬼胎)라는 말들 듣기까지 한 여성이 연대해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모습에 끌렸다"고 말했다.
![[인터뷰]지겨워서 변해버린 송혜교](https://img1.newsis.com/2025/01/22/NISI20250122_0001755577_web.jpg?rnd=20250122040745)
송혜교가 한국영화에 나온 건 2014년 '두근두근 내인생'(2014) 이후 11년만이다. 과작하는데다가 '그 겨울, 바람이 분다'(2013) '태양의 후예'(2016) '남자친구'(2018) 등 주로 TV 드라마에 나왔기 때문에 극장에서 보기 어려웠다. 송혜교는 일부러 영화를 안 했다기보다는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시간이 이렇게 흘러버렸다고 했다. "인연이 그렇게 이어진 것 같아요. 전 영화냐 드라마냐 구분하지 않고 하고 있습니다."
30대 초반에 경험했던 현장에 40대 중반 나이가 돼서 돌아와 보니 변한 게 너무 많았다고 했다. 일단 출연진과 감독 등 스태프 포함해 자신보다 경력이 오래 된 이들이 거의 없어서 어색했단다. 일례로 연출 맡은 권혁재 감독이 송혜교보다 한 살이 많긴 해도 경력은 송혜교와 비교하기가 어렵고, 함께 호흡한 배우 전여빈은 8살이 어리다. "촬영·조명 감독님 다음이 저더라고요.(웃음) 전 워낙 어릴 때부터 일을 해서 현장에 계신 분들이 항상 무섭고 눈치가 보였어요. 그러다가 이제 '선배님 오셨습니까' 같은 말을 들으면 어색하더라고요. 아직도 그래요. 그래도 이젠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습니다.(웃음)"
송혜교의 변화는 연기나 현장에만 있진 않은 것 같다. '검은 수녀들' 개봉을 앞두고 그는 TV·유튜브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본격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여느 배우에겐 특별할 게 없는 일이지만 송혜교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연예인으로 30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그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예능 출연을 자처한 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가 최근에 내린 연기적 결단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방증처럼 보이기도 했다.
"신비주의 같은 걸 하려고 한 게 아니에요. 이젠 문화가 많이 바뀌었으니까 저 역시 그렇게 하게 된 됐어요. 첫 번째 목표는 당연히 영화 홍보였죠. 그런데 예능에 나온 제 모습을 많은 분들이 기대 이상으로 좋아해주는 겁니다. 강민경씨 유튜브 채널이나 요정재형 같은 데선 그전에 안 보여줬던 편안한 제 모습이 나오니까 어르신들도 젊은 분들도 다들 더 좋아해줘서 감사했어요. 저도 재밌었고요."
송혜교는 또 한 번 해보지 않은 일을 하고 있다. 촬영 시작한지 2주가 됐다는 새 시리즈 '천천히 강렬하게'다. 노희경 작가가 쓴 이 작품은 1960~70년대 연예계를 다룬 시대극이다. 송혜교가 시대극을 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제 더는 로맨스물로 만날 수 없는 거냐고 물었다. "아예 안 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동화 같은 사랑 얘기를 못할 것 같아요. 사랑 얘기를 하게 된다고 해도 좀 더 현실적인 걸 택하게 되겠죠. 동화 같은 사랑은 이제 후배들에게 넘겨야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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