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괴물은 누구?…잔혹동화 '웃는 남자'[이예슬의 쇼믈리에]
![[서울=뉴시스] 뮤지컬 '웃는 남자'에서 그윈플렌 역을 맡은 박은태.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1/24/NISI20250124_0001758754_web.jpg?rnd=20250124173109)
[서울=뉴시스] 뮤지컬 '웃는 남자'에서 그윈플렌 역을 맡은 박은태.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그의 입은 초승달 모양으로 길게 찢겨 있다. 아이들을 납치해 기형으로 만든 뒤 팔아넘기는 범죄 조직 '콤프라치코스'가 남긴 이 상처로 그윈플렌의 얼굴에는 지워지지 않는 웃음이 생겼다. 그리하여 생겨난 별명이 '웃는 남자'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 '웃는 남자'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17세기 영국이 배경인 이 작품은 사회 정의와 인간성이 무너진 세태를 비판하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조명한다.
앞 못 보는 '데아'와 함께 떠돌이 약장수 '우르수스'에게 의탁하게 된 그윈플렌은 한 번 보면 잊지 못할 얼굴을 무기 삼아 유랑극단에서 광대 노릇을 한다. 어느 날 '눈물의 성'으로 끌려간 뒤 자신이 지체 높은 귀족이라는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
극에서는 '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세워진 것'이라는 뉘앙스의 메시지가 여러 차례 등장한다. 가난과 비참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윈플렌은 빈민층과 귀족의 삶이 극명하게 갈리는 현실을 타파하고자 앤 여왕과 상원의원들 앞에서 평등의 가치를 부르짖지만 비웃음만 살 뿐이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웃는 남자'.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1/24/NISI20250124_0001758757_web.jpg?rnd=20250124173245)
[서울=뉴시스] 뮤지컬 '웃는 남자'.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 뮤지컬의 가장 유명한 넘버 '그 눈을 떠'에서 분노하고 실망감에 찬 그윈플렌의 처절한 심경을 느낄 수 있다. 귀족들은 그윈플렌의 흉측한 상처에 화들짝 놀라지만 관객들로 하여금 '과연 누가 괴물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윈플렌의 인생은 꽤나 기구하지만, 그저 비관적이거나 어두운 인물로만 표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캐릭터에 입체감이 느껴진다. 데아, 우르수스와 만나게 된 이야기를 전하는 극중극에서나 조시아나 여공작의 유혹에 당황스러워 하는 장면 등에서는 그윈플렌의 귀엽고 해맑은 면모에 웃음 짓게 된다. 이들 장면에서 박은태는 마치 사모예드나 리트리버 같이 잘 웃는 대형견처럼 순진무구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가장 밑바닥부터 상위 1%의 삶을 살게 된 그윈플렌의 인생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웅장하고 화려한 무대미술이 큰 몫을 했다. 그윈플렌의 찢긴 입꼬리와 같은 첫 무대부터 풍랑이 이는 바다 위,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설원, 마감이 거칠어 보이지만 따뜻한 느낌의 우르수스의 오두막과 유랑극단, 클랜찰리 궁전의 푸른 실크 침대, 붉은 색으로 가득찬 계단식의 의회장 등이 눈을 사로잡는다. 극의 전개를 이끄는 애절한 솔로 바이올린 연주도 관객들의 심장을 후벼판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웃는 남자'에서 어린 그윈플렌이 눈보라를 맞고 있는 장면.(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1/24/NISI20250124_0001758755_web.jpg?rnd=20250124173200)
[서울=뉴시스] 뮤지컬 '웃는 남자'에서 어린 그윈플렌이 눈보라를 맞고 있는 장면.(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공연 페어링 : 진(Gin)
네덜란드에서 처음 만들어진 진은 영국에서 크게 유행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와 달리 영국은 와인 생산이 불가능한 기후이기 때문에 와인은 '귀족의 술'로, 진이나 맥주는 '서민의 술'로 여겨졌다. 조시아나 여공작이 건넨 와인 맛에 그윈플렌의 눈이 번쩍 뜨인 이유도 이 때문이었으리라.
![[서울=뉴시스] 뮤지컬 '웃는 남자' 유랑극단.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1/24/NISI20250124_0001758756_web.jpg?rnd=20250124173227)
[서울=뉴시스] 뮤지컬 '웃는 남자' 유랑극단.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오늘날 프리미엄 진은 스트레이트로 마시기도 하지만, 칵테일의 원주로 많이 쓰이는 편이다. 마티니, 김렛, 진 토닉, 진 피즈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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