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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으면서 서로 의지해"…한파 속 무료급식소 찾은 어르신들

등록 2025.02.05 12:44:53수정 2025.02.05 13:3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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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북구 우산동 천사급식소, 영하 10도 속 300여명 몰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광주지역 최저기온이 영하 10도를 기록한 5일 오전 광주 북구 우산동 천사무료급식소에서 독거 어르신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25.02.05.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광주지역 최저기온이 영하 10도를 기록한 5일 오전 광주 북구 우산동 천사무료급식소에서 독거 어르신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25.02.05.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강추위 속 매일 보이던 어르신이 안보이면 걱정되죠."

광주지역 최저기온이 영하 10도를 기록한 5일 오전 10시 광주 북구 우산동 천사무료급식소(급식소).

털모자와 목도리 등으로 몸을 꽁꽁 싸맨 어르신 300여 명이 이른 아침부터 급식소를 가득 메웠다.

어르신들은 챙겨온 손난로를 양 손으로 감싸쥐고 입가에 웃음을 띄우며 서로 인사를 주고받았다. '길이 미끄러운데 오느라 고생했다' '추운데 잘 지냈냐' 등 안부인사가 오갔다.

인사를 주고받는 어르신들의 뒤로는 색색의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들이 줄을 지어 어르신들에게 주어지는 식사가 담긴 식판을 나르고 있었다.

이날 어르신들의 식판 위에 오른 음식은 김이 모락모락 풍기는 갓 지은 흰 쌀밥과 추운 속을 달래는 사골곰탕, 짭조름한 김자반과 주전부리가 될 약과.

풍성한 식사를 받아든 어르신들은 식판을 전하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연신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주름진 양 손으로 악수를 청했다. 자원봉사자들도 마스크 너머 미소와 감사 인사로 화답, 화기애애한 안부를 주고받았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광주지역 최저기온이 영하 10도를 기록한 5일 오전 광주 북구 우산동 천사무료급식소에서 독거 어르신들을 위한 식사가 준비되고 있다. 2025.02.05.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광주지역 최저기온이 영하 10도를 기록한 5일 오전 광주 북구 우산동 천사무료급식소에서 독거 어르신들을 위한 식사가 준비되고 있다. 2025.02.05. [email protected]

강추위 속 급식소를 찾은 어르신들은 대부분 연고 없이 홀로 지내고 있다. 주변 우산근린공원을 중심으로 모이는 어르신들은 알음알음 급식소를 알게 되면서 소개로 또는 무작정 이곳을 찾아 연을 틔웠다.

한국나눔연맹이 운영하는 급식소는 지난 2023년 1월부터 운영을 재개해 오늘에 이른다. 당초 주 3회(월·수·금요일), 하루 1회 배식을 하다 배식 시간을 하루 2회로 늘려 온정의 손길을 두텁게 했다.

배식 인원이 하루 500여 명으로 급증, 줄을 서게 되자 지난해 말부터는 급식소가 입주한 건물 2층에 대기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기도 했다.

식사를 마친 어르신들은 급식소의 존재가 추운 겨울날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사랑방과 같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당뇨를 앓고 있는 독거 어르신 유모(86)씨는 "급식소를 이용한 지 2년차다. 급식소를 알기 전만 해도 홀로 지내면서 끼니를 거르는 경우가 다반사였다"며 "급식소를 다니면서 사람도 사귀고 홀로 지내는 경우가 줄었다. 독거 어르신들에게 단비와도 같다"고 했다.

최모(71)씨는 "이렇게 추운 날 홀로 살다가 숨지기라도 하면 우리 소식을 누가 알겠는가. 이런데서 사람 만나 사귀고 밥 먹으면서 서로 의지하는 것"이라며 "오래 급식소가 운영돼 우리 같은 딱한 처지의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했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광주지역 최저기온이 영하 10도를 기록한 5일 오전 광주 북구 우산동 천사무료급식소에서 독거 어르신들이 식사하고 있다. 2025.02.05.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광주지역 최저기온이 영하 10도를 기록한 5일 오전 광주 북구 우산동 천사무료급식소에서 독거 어르신들이 식사하고 있다. 2025.02.05. [email protected]

봉사에 나선 단체 회원들도 어르신들의 딱한 사정에 공감하며 지역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김양님 각화문화의집 봉사단장은 "지난해 창단 이래 매달 한 번씩 봉사를 올 때마다 독거 어르신들의 가여운 사정에 눈물을 흘리고 간다. 이날은 유독 추운 날이라 혹시 몰라 마음 졸이며 나왔다"며 "보이던 어르신이 안보이면 어떡하나 걱정된다. 배식 봉사로서는 해결할 수 없는 한계"라고 했다.

그러면서 "독거 어르신을 돕는 활동에는 저마다의 역할이 있다. 봉사단체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만큼 위기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들도 계속 발굴해 엄동설한에 화를 겪는 분이 없길 바란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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