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준비해야 갈 수 있다…수국 명소 ③제주 구좌읍 ‘종달리 해안도로’
현무암 틈에 뿌리내린 노지 수국…바닷바람 견딘 군락
정적인 혼인지·현애원, 활기찬 휴애리·상효원·마노르블랑

제주 제주시 ‘종달리 해안도로’의 수국. (사진=제주 제주시)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정환 관광전문 이주창 인턴 기자 = 산등성이를 붉게 물들였던 철쭉의 시간이 저물고 있다.
5월 초순을 기점으로 경남 합천군 황매산과 전북 남원시 바래봉의 분홍 물결이 정점을 찍고 서서히 내려앉기 시작하면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초여름의 전령’ 수국(水菊)으로 향한다.
‘수국 얘기를 하기에는 아직 이른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것은 ‘경험’의 차이다.
100% 예약제로 운영되는 수도권 수국 명소의 입장 티켓 확보나 남녘 수국 명소 섬 여행을 위한 교통편 예약을 생각한다면, 5월 초가 수국의 계절을 선점할 ‘가장 늦은 때’다.
수국은 초기 화색(花色)의 변화무쌍함 탓에 19세기 영국과 미국에서 유행한 ‘꽃사전’(Language of Flowers)에서 ‘변덕’(Fickleness)이라는 부끄러운 꽃말을 얻었다.
그러나 영국의 거친 기후를 견디며 끝내 자신만의 색을 정착시키는 모습에서 ‘진심’(Heartfelt Emotion)이라는 정반대 의미의 꽃말까지 간직하게 됐다.
수국은 현재 ‘신부의 꽃’으로 사랑받는다.
‘변덕을 끝내고 도달한 진심’이라는 서사는 결혼이라는 약속의 정점에서 영원한 사랑을 증명하는 시각적 언어로 사용된다. 작은 꽃 수천 개가 모여 하나의 완벽한 구(球)를 이루는 형태는 화합과 결속으로 해석된다.
특히 흰 수국은 그 순수함까지 더해져 신부의 부케와 식장 데커레이션의 필수 요소가 됐다.
흥미로운 것은 어느 땅에 뿌리를 내리느냐에 따라 화색이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산성 토양(pH 5.0 내외)에서는 토양 내 알루미늄 이온 흡수가 원활해져 꽃 속의 안토시아닌 성분인 델피니딘과 결합해 푸른색을 띤다. 이와 달리 알칼리성 토양(pH 7.0 이상)에서는 흡수가 억제돼 본연의 붉은 빛이 선명해진다.
유전적으로 안토시아닌 색소가 결핍된 ‘미국 수국’(Arborescens)의 일종인 ‘아나벨’(Annabelle) 등은 토양 산도라는 외부 조건에 반응하지 않고 고유의 하얀 빛깔을 고수한다.
수국은 비를 맞아도 꽃이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아름다워진다. 물을 흡수할수록 꽃받침의 세포압이 높아져 팽팽해지는 수분 의존형 구조를 가진 덕이다.
전국 ‘4대 명소’로 수국을 보러 가기로 했다면 장마가 시작하더라도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서귀포=뉴시스] 우장호 기자 =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혼인지’에 활짝 피어난 수국. 2024.06.02. woo1223@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4/06/02/NISI20240602_0020362251_web.jpg?rnd=20240602122548)
[서귀포=뉴시스] 우장호 기자 =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혼인지’에 활짝 피어난 수국. 2024.06.02. [email protected]
◇자연이 빚은 ‘블루 로드’
제주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해안도로’의 수국 군락은 1990년대 중반 제주도가 ‘수국 로드’ 조성 사업을 시작하며 수국을 식재하면서 출발했다. 제주 곳곳에 산재한 제주 노지 수국 길의 효시(嚆矢)이자 가장 번성한 곳이다.
이곳의 주인공은 척박한 현무암 틈새에 뿌리내리고 거친 바닷바람을 이겨낸 강인한 수국이다.
제주의 화산 토양이 지닌 강한 산성 덕분에 인위적인 관리 없이도 선명하고 강렬한 푸른색 꽃을 피운다. 그 서슬 퍼런 빛깔은 제주의 하늘과 바다의 푸름과 겨루며 독보적인 야생미를 드러낸다.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군락을 이룬 종달리 수국은 6월 초순부터 개화해 중순이면 절정에 이르지만, 공식 축제는 열리지 않는다. 그래도 종달리에서 성산포까지 이어지는 수국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자연 축제장’이다.
‘길의 미학’을 고수하는 이곳의 가치는 정제되지 않은 제주의 원시적 풍광을 찾는 방문객에게 높은 만족도를 안겨준다. 실제로 매년 수국 시즌이면 유동 인구를 평시 대비 30% 이상 급증시켜 지역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차를 이용해 방문한다면 1132번 일주동로를 따라 성산항 방면으로 향하다가 종달리 해안도로로 진입하면 된다.
다만 노변 주차가 엄격히 제한되는 구간이 많아 종달항 주차장이나 인근 개방 부지를 기점으로 삼아 도보로 이동하며 감상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종달리의 정적인 분위기를 이어가고 싶다면 서귀포시 성산읍의 ‘혼인지’(婚姻池)나 ‘현애원’을 찾으면 된다.
역시 6월 노지 수국이 주인공인 곳들이다. 해안도로보다는 안정적이지만, 인위적인 화려함이 아닌 제주의 자연 경관과 어우러진 차분한 정경을 보여주는 것은 그대로다.
서귀포시가 관리하는 제주도 기념물(제17호)인 혼인지는 “탐라국 시조인 세 신선이 벽랑국 세 공주를 맞아 혼례를 올렸다”는 설화가 깃든 연못이다. 신비로운 서사가 흐르는 고즈넉한 공간 속에 피어난 수국은 전통 혼례 체험 등 인문학적 배경과 어우러져 제주의 태동을 품은 깊은 운치를 선사한다.
약 6만6000㎡ 규모의 민간 정원인 현애원은 광활한 대지에 자연스럽게 식재된 수국 길과 세밀한 기획력이 돋보이는 힐링 명소다.
![[서귀포=뉴시스] 우장호 기자 =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의 수국 포토존. 2025.04.27. woo1223@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4/27/NISI20250427_0020787250_web.jpg?rnd=20250427111702)
[서귀포=뉴시스] 우장호 기자 =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의 수국 포토존. 2025.04.27. [email protected]
수국 축제의 활기를 원한다면 서귀포시 남원읍 ‘휴애리 자연생활공원’, 상효동 ‘상효원’, 안덕면 ‘마노르블랑’ 등이 제격이다.
수국 축제의 활기를 원한다면 서귀포시 남원읍 ‘휴애리 자연생활공원’, 상효동 ‘상효원’, 안덕면 ‘마노르블랑’ 등이 제격이다.
농촌 체험을 결합한 테마파크인 휴애리 공원은 입구부터 출구까지 이어지는 수국 터널과 돌담길을 따라 층층이 쌓인 화려한 수국 군락으로생동감 있는 풍경을 보여준다.
약 26만4000㎡ 규모의 곶자왈 숲에 조성된 상효원은 산책로 곳곳에 ‘비밀의 정원’ 형태의 수국 군락을 배치해 조경의 미학을 극대화했다.
가든 카페 마노르블랑은 바다와 산방산을 마주한 수국 언덕을 갖춰 ‘뷰 맛집’으로 통한다.
이들은 4월부터 ‘온실 수국’을 선보이며 제주 수국 시즌을 두 달 가까이 앞당겼다. 각 공간의 정체성을 살린 화려한 포토존은 ‘인증샷’ 중심의 최신 관광 트렌드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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