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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깊은 상처만 남긴 '의정갈등 1년'…사태 해결 언제쯤?

등록 2025.02.06 06:51:13수정 2025.02.06 09:3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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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배출 절벽·막대한 재정 소요·환자 피해

내년도 의대정원 결정 앞뒀지만 입장차 커

탄핵심판·조기대선 변수…봉합 시간걸릴 듯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6일로 꼭 1년이 된다. 내년도 의대 정원 결정을 앞두고 있지만 의정 간 입장차가 워낙 큰 데다 탄핵정국까지 맞물리면서 대치 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사진은 20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2025.01.20.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6일로 꼭 1년이 된다. 내년도 의대 정원 결정을 앞두고 있지만 의정 간 입장차가 워낙 큰 데다 탄핵정국까지 맞물리면서 대치 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사진은 20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2025.01.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6일로 꼭 1년이 됐다. 내년도 의대 정원 결정을 앞두고 있지만 의정 간 입장차가 워낙 큰 데다 탄핵정국까지 맞물리면서 대치 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의료계 등에 따르면 사태가 1년간 지속되면서 의료계와 정부 모두 출혈이 컸다. 의료계는 올해 신규 의사가 예년의 10분의1에도 못 미치고 신규 전문의 배출도 전년의 5분의1 수준에 그쳐 '의사 배출 절벽'에 직면했다. 전국 수련병원은 올해 상반기 인턴 모집에 나섰지만 지원율은 한 자릿수대로, 레지던트 지원율(2.2%)과 마찬가지로 저조했다.

국내 '빅5' 병원의 A 교수는 "이미 의료시스템은 망가졌고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기피과들이 회생불가의 상황에 처했는데, 누가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전문의가 되려고 전공의 수련을 받겠느냐"고 말했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정부는 의료공백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총 3조3000억 원에 달하는 재정을 지출했다.

의정 대치가 이어지는 동안 암 등 중증 환자들은 진료나 수술이 연기 또는 취소되는 등 의료공백의 직격탄을 맞았다. 박형욱 대한의사협회(의협) 대의원회 개혁 TF 법령 및 정관 분과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세종충남대병원이 성인 응급실을 홀수일만 24시간 운영한다"면서 "윤석열식 의료개혁은 국민이 홀짝으로 아파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의학교육 파행도 예고되고 있다. 의료계에선 지난해 의대 증원에 반대해 휴학한 의대생과 신입생이 올해 한꺼번에 수업을 듣게 되면 기존의 두 배가 넘는 7500명 이상이여서 제대로 된 의학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교수진과 교육 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의대생이 단번에 급격히 늘면 교육의 질이 저하되고 결국 환자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이유다.

문제는 정부가 길어지고 있는 사태 해결의 일환으로 내년도 의대 정원을 이달 중 확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의료계와 정부의 입장차가 커 해결의 실마리를 좀처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의협은 2026학년도 의대 신입생을 아예 뽑지 말거나 적어도 감원해 의학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내년도 의대정원 원점 재검토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의료계의 입장과는 거리가 먼 상태다. 올해 의대 증원 규모를 유지 또는 소폭 조정하는 선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일각에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오는 14일 개최하는 '의료인력 수급 추계위원회' 신설을 논의하는 공청회가 사태의 변곡점이 되길 기대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의협도 공청회에 참석해 추계위 관련 요구사항 등을 밝힐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에서 3~4일 상반기 인턴을 모집한다. 지난해 사직 또는 임용을 포기한 전공의 인턴 2967명이 대상이다. 사진은 3일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의 전공의 공간. 2025.02.03.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에서 3~4일 상반기 인턴을 모집한다. 지난해 사직 또는 임용을 포기한 전공의 인턴 2967명이 대상이다. 사진은 3일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의 전공의 공간. 2025.02.03. [email protected]

과학적인 의료인력 추계를 위한 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가 관건인 가운데, 의협은 지난달 의료계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는 취지의 추계위 관련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의협 관계자는 "정치적 요소가 개입될 여지를 원천 차단해 완전한 독립성을 부여하고, 전문가 중심의 논의와 결정이 이뤄질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면서 "의결기구로서의 역할을 부여해 추계위의 결정이 그대로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내년도 의대정원 조정안을 마련해 사태 해결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의료계와 정부가 내년도 의대정원 절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대로 내년도 의대 정원은 5058명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 B 교수는 "의협이 추계위 관련 의견서에 밝힌 것처럼 추계위를 통한 과학적 추계를 기반으로 한 2026학년도 의대정원 감원 조정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또 추계위를 설치해 의대정원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법률개정안에 이를 위한 특례조항 등이 꼭 명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정책 추진의 과오를 인정해야 수련병원과 학교를 떠난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복귀해 근본적인 사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국내 '빅5' 병원의 C 교수는 "정부가 사태가 발생한 이유를 명확히 밝히고, 잘못된 점들을 시정해야 제대로 봉합된다"면서 "사고를 당한 환자의 손상된 장기를 잘 치료하면 피부 봉합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지만, 내부 출혈이 발생하는 등 제대로 고치지 못하면 다시 절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정책상 여러 난맥상이 있지만,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의대 정원"이라면서 "정부의 전향적인 변화가 없다면 전공의와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했다.

의정 간 의대정원 입장차를 좁혀 나가려면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한 데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론, 조기 대선 등 정치적 요인이 미칠 영향까지 고려하면 사태가 봉합되기까진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의료계 관계자는 "전공의 대표가 의협 집행부에 속해 있는 만큼 의협이 의료계를 대표해 협상에 나서야 하는데 탄핵정국이여서 속도를 내기 쉽지 않다"면서 "내달 탄핵 심판 결론이 나오고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의대정원도 영향권에 들어가게 되고,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의 논의가 더해져 5월께 봉합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보통 의대 정원은 5월 말 공고되는 '대입전형 수시모집요강'에 최종 반영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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