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 김동준 신부 "수어 미사는 하느님 향하게 한 자양분" [이수지의 종교in]
천주교 한국 교구 사상 두번째 청각장애 사제
"14년 만에 사제 서품…긴 여정 함께 해준 분들 많아"
수어 통역 미사 통해 영적 위안 얻어…사제의 길 결심
"약자 배려와 공감하는 사회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어"
![[서울=뉴시스] 김동준 신부 (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2025.02.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2/07/NISI20250207_0001765532_web.jpg?rnd=20250207172051)
[서울=뉴시스] 김동준 신부 (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2025.02.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수어 통역 미사는 저를 무질서함에서 벗어나 하느님을 향할 수 있게 한 자양분이었습니다"
김동준 신부(갈리스토)는 한국 교구 사상 두 번째 청각 장애인 사제다. 김 신부는 지난 7일 명동성당에서 사세 서품을 받아 43세의 늦깎이 사제가 됐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에서 청각 장애인이 사제가 되는 건 지난 2007년 박민서 신부 서품 이후 18년 만이다.
"사제 양성 과정을 시작한 지 14년 만에 사제 서품을 받게 됐습니다. 매우 긴 시간이었습니다. 그 여정에서 함께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김동준 신부에게는 감사 인사를 전할 사람들이 많다.
김 신부는 3시간 가량 이어진 서품식에서 아버지 신부의 수어 통역 덕에 무사히 서품식을 마쳤다. 김 신부는 서울대교구 에파타 본당 보좌 사제이자 서울애화학교 교목 담당으로 임명받았다.
![[서울=뉴시스] 7일 명동성당에서 열린 사제 서품 미사에 참석한 김동준 신부(오른쪽) (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2025.02.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2/07/NISI20250207_0001765562_web.jpg?rnd=20250207174136)
[서울=뉴시스] 7일 명동성당에서 열린 사제 서품 미사에 참석한 김동준 신부(오른쪽) (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2025.02.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3세에 청력을 잃은 김 신부가 사제가 되기까지는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태어날 때부터 허약했던 탓에 잦은 병원 신세를 져야했던 김 신부는 "부모님의 사랑과 정성 덕분에 몸은 점차 회복됐으나 약물 후유증으로 3세 때 청력을 상실했다"고 털어놓았다.
김 신부의 부모는 다니던 성당에서 농인을 대상으로 사도직을 하는 수녀회 소개로 아들을 청각장애 특수학교인 서울애화학교 유치부로 보냈다. 김 신부는 이 학교에서 독순술, 구화법, 청능훈련 등을 배워 상대방의 입모양을 보고 일정 정도 대화가 가능해졌다.
그는 “제가 청각장애가 있었지만 부모님의 헌신적인 노력과 사랑 안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점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김 신부는 어려서부터 성당 활동에 참여했지만 천주교 사제를 꿈꾸지는 않았다. 김 신부는 매주 미사에 참례하고 초등, 중학교 시절 5년 정도 복사(천주교 성당에서 사제의 전례 집전을 보조하는 평신도) 활동을 했지만, 청소년 시절부터 성당 활동에 냉담해졌다. 강론을 포함한 미사에서 발생하는 어떤 소리도 알아들을 수 없는 김 신부에게 당시 미사는 시간 낭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사제 서품식을 거행한 7일 사제 서품 예정자들이 기도하고 있다. 부제 26명이 이날 성품성사를 받고 사제 품계를 받았다. 2025.02.07.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2/07/NISI20250207_0020686663_web.jpg?rnd=20250207174033)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사제 서품식을 거행한 7일 사제 서품 예정자들이 기도하고 있다. 부제 26명이 이날 성품성사를 받고 사제 품계를 받았다. 2025.02.07. [email protected]
김 신부는 강남대 사회복지학과 졸업 후 한국농아인협회 인권센터와 시립서대문농아인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했다.
김 신부가 사제의 길을 택한데는 청각 장애를 가진 가톨릭 신자와의 인연이 계기가 됐다. 김 신부는 동네 근처에 살았던 그의 소개로 수어 통역이 있는 성당을 알게 됐다.
김 신부는 "설렘 반 호기심 반으로 그 성당 미사에 처음 참례하던 때를 지금도 생생히 기억해요. 성전 맨 앞에 자리한 수어 통역 봉사자는 미사 전례에서 발생하는 모든 음성을 통역했고, 덕분에 난생 처음 신부님 강론이 어떤 내용으로 이뤄졌는지를 알게 된 순간이었어요"
김 신부는 비록 수어 통역을 통해야했지만 강론을 이해하고 묵상할 수 있어 무척 기뻤다고 한다.
김 신부는 "수어 통역이 있는 미사 참례를 통해 얻는 영적 위안은 고단한 직장 생활을 하던 제게 무질서함에서 벗어나 하느님을 향할 수 있게 한 자양분이자 이정표가 됐어요"
![[서울=뉴시스] 김동준 신부 (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2025.02.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2/07/NISI20250207_0001765529_web.jpg?rnd=20250207171957)
[서울=뉴시스] 김동준 신부 (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2025.02.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김 신부는 2011년 수도회에 입회할 당시에도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수도회로부터는 2010년 입회 허가를 받았으나, 스스로 입회를 포기했다. 입회일을 며칠 앞뒀던 당시 수어를 모르는 청인(농인이 아닌 사람) 형제들과 평생 공동체 생활을 해야 한다는 두려움 앞섰기 때문이었다.
당시 수도회 소속 한 신부가 김 신부에게 안부메일을 보내왔다. 그 메일이 김 신부의 두려움을 걷어내고 사제의 길로 이끌었다.
김 신부는 "근황이 궁금하고 차 한 잔 함께하고 싶어 연락했다는 신부님은 제 얘기를 듣고선 수도회 지원자 모임에 다시 나와 하느님 뜻에 대해 진지하게 헤아려보는 것이 어떻겠냐 제안하셨어요. 용기를 내 다시 입회 허가를 받아 2011년 2월 비로소 수도자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그러나 수도회 생활 11년 차, 부제 서품을 앞두고 김 신부는 수도회를 떠났다. 이미 40대를 넘기고 청각장애가 있는 김 신부는 사제가 될 수 없어 낙담하고 좌절했다.
다시 용기를 내 교구로 이적을 타진했다. 2023년 1월말 서울대교구로부터 김 신부를 받겠다는 연락이 왔고, 그해 2월 서울대교구 대신학교에 편입해 지난해 부제서품을 받았다.
김 신부는 2011년 수도회 입회부터 사제가 되기까지 14년이라는 시간 동안 고마운 인연이 무척 많다고 했다.
김 신부에게 강의 내용을 설명해주고 강의 노트를 공유해준 교수님과 동료 신학생들에게 특히 감사한 마음이다.
김 신부는 아시아 최초 농인 사제 박민서 신부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두 사람의 인연은 박 신부가 2005년 미국 유학후 한국 신학교에서 학업을 할때 시작됐다.
김 신부는 "박 신부님은 아무리 바빠도 언제나 진심으로 환대하고 경청해주셨어요. 박 신부님은 제가 사제 성소를 고민했을 때도, 제가 수도회를 떠나게 됐을 때도 제 고민에 귀 기울여주시고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어요. 박 신부님이 저보다 앞서 걸어간 여정이 있어 저도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서울=뉴시스] 김동준 신부 (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2025.02.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2/07/NISI20250207_0001765526_web.jpg?rnd=20250207171646)
[서울=뉴시스] 김동준 신부 (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2025.02.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사제가 된 김 신부는 약자에게 배려와 공감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김 신부는 "한국 수어가 공식 언어로 인정받게 됐고 장애인 복지 체계도 개선됐지만 아직은 사회 전반적으로 장애인과 인권에 대한 인식과 감수성은 여전히 아쉬워요. 사제로 사목하면 약자에 대한 감수성과 따스함을 예수 그리스도의 방식으로 강자 지향의 청인문화에 전하고, 교회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배려와 공감의 시대로 나아가는 데 힘을 보태고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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