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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현장답사, 발로 쓴 백석 일대기…소설 '백석의 불시착'

등록 2025.03.04 11:20:04수정 2025.03.04 15:3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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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자 출신 작가 홍찬선, '백석의 불시착' 출간

백석의 흔적 찾아 2년간 직접 답사한 '다큐 소설'

윤동주·이상 등과 교유 등 새로운 시각 많아

2년 현장답사, 발로 쓴 백석 일대기…소설 '백석의 불시착'


[서울=뉴시스]유희석 기자 = 신문기자 출신인 홍찬선 작가가 시인 백석의 꿈을 꾸고 백석의 흔적들을 2년동안 직접 답사하며 심혈을 기울여 쓴 다큐멘터리 장편소설 '백석의 불시착(전 2권)'을 출간했다.

이 소설은 특히 시인 백석에 대해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내용들을 전면 수정해, 작가 특유의 취재와 관점으로 새롭게 해석한 부분들이 흥미롭다.

단적으로 백석의 데뷔시 '정주성'은 홍경래 난이 있었던 평안북도 정주성에 대해 쓴 것이라는 게 평단의 해석이었다. 하지만 작가는 '정주성'이 경남 진주의 진주성을 노래한 시라고 본다.

작가는 "백석의 데뷔시 '정주성'은 제목만 정주성일 뿐 실제 장면은 진주성이며, 내용도 임진왜란 때 김시민 장군이 왜군을 물리친 뒤 성이 허물어진 모습을 아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백석의 마지막 시집인 '사슴'의 제목에 대해서도 새로운 견해를 제시한다. 

그는 “백석의 이 시집에는 '사슴'이란 제목의 시도 없고 사슴이란 시어도 등장하지 않는데 시집을 '사슴'이라고 지은 것은, 일제 검열을 피하면서 배달 겨레를 상징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작가는 "일제가 배달 겨레의 상징인 범을 멸종시키고, 말도 범 대신 호랑(虎狼)이라는 한자말로 바꿔버린 상황이었다"며 "백석이 범이라는 표현을 쓸 수 없게 되자, 신라 때부터 임금을 상징한 사슴으로 일제 검열을 피한 것인데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이런 내용을 문제 삼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소설 '백석의 불시착'은 이처럼 작가 특유의 새로운 시각이 주축을 이루는 만큼 작가가 발로 뛴 취재도 남다르다.

작가는 일제 강점기와 광복 및 남북 분단기를 살아온 백석의 삶을 불시착의 연속이라고 보고, 그 삶의 궤적을 쫓아 그가 남긴 시들이 어떤 배경에서 쓰였고, 어떤 뜻을 갖는지 조목조목 살폈다.

작가는 “백석 시인은 한글 사용이 금지되고 많은 지식인들이 친일로 돌아선 일제 강점기에 오로지 한글로만 시를 썼다”며 “백석 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끊임없이 유랑한 그의 삶과 그가 처했던 당시 상황을 바르게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작가는 특히 소설의 현장성을 높이기 위해 백석이 유학했던 일본 동경의 청산학원대학과 졸업 여행을 다녀온 이즈반도, 백석이 1940년부터 광복될 때까지 살았던 만주 신경(현 심양), 안동(현 단동) 등을 두루 답사하고 자료들을 모았다.  작가는 백석이 조선일보 기자 시절 다녔던 광화문과 소공동은 물론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뚝섬 현장도 직접 찾아 소설의 재료들을 발굴했다.

작가는 "백석 시인이 교유했던 허준, 신현중, 정현웅 등 언론인들과 한용운, 정지용, 김기림, 이상, 윤동주 등 문인들을 소설 곳곳에 실명과 가명으로 입체적으로 배치했다"며 "소설은 허구이지만 역사적 현장성을 최대한 살리려 했다"고 밝혔다.

백석이 이상을 만나 시담을 나누고, 윤동주와 시를 통해 교감하며,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영웅 손기정 선수와 압록강철교를 달리는 소설 속 장면들은 그렇게 탄생했다.
 
작가는 "기생 김영한이 쓴 자사전 '내 사랑 백석'은 순전히 김영한의 창작 소설일 뿐 오류가 많다"며 "이번 백석의 불시착 소설을 집필하기 전에 백석이 내 꿈에 나타나 '김영한과의 잘못된 사실들을 바로잡아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홍찬선 작가는 1963년 충남 아산군 음봉면 산동리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한국경제신문과 동아일보, 머니투데이에서 28년 동안 경제 기자로 일했고, 머니투데이 베이징 특파원과 편집국장을 지냈다. 100세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2017년 은퇴한 후 시인이자 소설가, 희곡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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