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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정전으로 돌아온 조선 '왕의 신주'…환안제·고유제 거행(종합)

등록 2025.04.20 20: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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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0년 후 155년 만에 재현된 '환안제'

환안 행렬 종묘 도착 후 '고유제' 봉행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20일 서울 종로구 창덕궁에서 궁에 모셔놓은 조선시대 왕과 왕비의 신주들이 가마를 타고 155년만에 제자리를 찾아가는 '종묘 정전 환안제' 가 재현되어 환안 행렬이 출발해 종묘로 이동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20일 5년간 대규모 수리를 마친 종묘 정전을 공개한다"며 "창덕궁에 임시로 모셨던 조선 왕과 왕비의 신주들을 본래의 자리로 다시 모시는 '종묘 정전 환안제 및 준공기념식'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2025.04.20.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20일 서울 종로구 창덕궁에서 궁에 모셔놓은 조선시대 왕과 왕비의 신주들이 가마를 타고 155년만에 제자리를 찾아가는 '종묘 정전 환안제' 가 재현되어 환안 행렬이 출발해 종묘로 이동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20일 5년간 대규모 수리를 마친 종묘 정전을 공개한다"며 "창덕궁에 임시로 모셨던 조선 왕과 왕비의 신주들을 본래의 자리로 다시 모시는 '종묘 정전 환안제 및 준공기념식'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2025.04.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수지 정예빈 수습 기자 = 조선 왕과 왕비의 신주(神主)가 5년 만에 종묘 정전으로 돌아왔다.

국가유산청은 20일 조선 왕과 왕비, 대한제국 황제와 황후의 신주 49위를 종묘 정전으로 다시 옮기는 '환안제'와 신주 환안으로 종묘정전 보수 관련 절차가 모두 완료됐음을 고하는 제사인 '고유제'를 봉행했다.

20일 오후 2시 창덕궁 금호문 앞에서 시작된 환안제에서 황금빛 의상을 입은 취타대가 태평소, 나각, 운라, 용고 등을 연주하며 월대를 지나 종묘로 향하는 환안 행렬을 알렸다.

환안 행렬은 '태조고황제'를 선두로 ▲태종대왕·세종대왕·세조대왕 ▲성종대왕·중종대왕 ▲선조대왕·인조대왕·효종대왕 ▲현종대왕·숙종대왕 ▲영조대왕·정조선황제 ▲숙조숙황제·문조익황제 ▲헌종성황제·철종장황제 ▲고종태황제·순종효황제의 신주를 모신 가마인 향용정, 신여, 신연이 창덕궁을 출발해 광화문 월대를 지나 도심 한복판을 가로질러 종묘로 향했다.

이번 환안제에는 '종묘영녕전증수도감의궤'를 바탕으로 재현됐다. 고증자료를 참고해 제사에 사용하는 향로와 향합을 운반하는 가마인 '향용정'과 왕의 신주를 운반하는 가마인 '신여'(궁 안에서 이동 시 사용), '신연'(궁 밖에서 이동 시 사용)이 특별히 제작됐다.

창덕궁 옛 선원전에 2021년부터 봉안됐던 조선시대 왕과 왕비의 신주들이 가마를 타고 창덕궁 금호문에서 광화문 세종대로를 거쳐 종묘를 향해 3.5km 이동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로 종묘정전 신주 환안 행렬이 이동하고 있다.  신주 귀환을 기념하는 '종묘 정전 환안제'에서는 창덕궁 금호문에서 광화문과 세종대로를 거쳐 종묘까지 3.5km 구간을 신주를 모신 가마가 이동하는 환안 행렬에 이어, 전통 절차에 따라 신주를 봉안하는 고유제를 봉행할 예정이다. 2025.04.20.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로 종묘정전 신주 환안 행렬이 이동하고 있다.

신주 귀환을 기념하는 '종묘 정전 환안제'에서는 창덕궁 금호문에서 광화문과 세종대로를 거쳐 종묘까지 3.5km 구간을 신주를 모신 가마가 이동하는 환안 행렬에 이어, 전통 절차에 따라 신주를 봉안하는 고유제를 봉행할 예정이다. 2025.04.20. [email protected]

155년 만에 이뤄지는 환안제에는 사전 모집한 시민 행렬단 200명 포함 1100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환안 행렬이 펼쳐졌다. 의궤의 반차도를 토대로 구성된 이날 환안 행렬에는 말 7필, 취타대 100명 등 인원 900명과 신여 10대, 향용정 9대, 신연 9대가 참여했다.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환안제 행렬에 참여한 학부모는 "의미있는 행사인 것 같아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어 오게 됐다"며 "이런 경험하기 쉽지 않은데 의미 깊은 행사에 시민으로 참여할 수 있어 뜻깊다"고 말했다.

아내가 일무(종묘나 문묘 제향 때에 여러 사람이 여러 줄로 벌여 서서 추는 춤) 전수자라고 밝힌 한 40대 부부는 "종묘 제례할 때마다 항상 오는데 시민 행렬 행사에는 뽑힌 적이 없었다"며 "시민행렬단으로 선발돼 매우 기뻤다"고 전했다.

호주에서 온 제임스 그리마씨는 "가장 흥미로운 것은 '옷'이다"라며 "이렇게 역사적인 행사에 참여할 수 있어서 매우 신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행렬이 진행되는 동안 광화문 월대 옆 잔디밭에서는 줄타기, 사물놀이, 사자춤 등 다양한 전통 연희 공인이 함께 열렸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20일 서울 종로구 종묘에서 신주 환안으로 종묘 정전 보수가 모두 완료 되었음을 고하는 제사 고유제가 진행되고 있다. 2025.04.20.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20일 서울 종로구 종묘에서 신주 환안으로 종묘 정전 보수가 모두 완료 되었음을 고하는 제사 고유제가 진행되고 있다. 2025.04.20. [email protected]

환안 행렬이 종묘에 도착하자 오후 6시30분부터 (사)전주이씨대동종약원 주관으로 고유제가 종묘 정전에서 거행됐다.

수리 후 5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되는종묘 정전에는 옆으로 길게 이어진 19개 방 앞에 제대가 놓여있었다. 제대 위에는 향, 초, 멱 등 제사 물품 올려져 있었다.

이날 고유제에서 제관의 구령에 맞춰 재위자들은 관세위(盥洗位, 제향 때 제관이 손을 씻는 곳)로 나아가 손을 씻은 뒤 동쪽 계단으로 올라가 각기 자기가 복무할 신실 준소(罇所, 제향 때 술상을 차려 놓는 곳)에 섰다.

이후 무릎을 꿇고 네 번 절했고 무릎을 꿇고 향을 세번에 나눠 향로에 피운 후 폐를 올렸다. 제사에 쓰는 술인 제주를 작에 따르고 왕과 왕비에 올리기도 했다.

이어 낭독된 축문에는 "(종묘 정전을) 고치고 수리해 정결하고 깨끗해 밤낮으로 몸을 굽혀 제사를 지낸다"며 "공경이 바뀌어 환안하는 일이 이뤄지길 고마웁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고유제가 끝나자 종묘 정전에서 '준공기념식'이 이어졌다. 기념식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응천 국가유산청장,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재원 의원과 김준혁 의원,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홍보대사 배우 김영민 등 주요인사 850여 명이 참석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20일 서울 종로구 종묘에서 신주 환안으로 종묘 정전 보수가 모두 완료 되었음을 고하는 제사 고유제가 진행되고 있다. 2025.04.20.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20일 서울 종로구 종묘에서 신주 환안으로 종묘 정전 보수가 모두 완료 되었음을 고하는 제사 고유제가 진행되고 있다. 2025.04.20. [email protected]

유 장관은 축사에서 "조선 왕실의 신주가 아주 정중히 모셔지고 그 위엄과 품격이 온전히 되살아났다"며 "단순한 복원의 의미를 넘어 우리 국가유산의 살아 있는 가치를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최 청장은 기념사에서 "이번 종묘 수리는 단순한 보수가 아니었다"며 "우리의 기술로 옛 장인의 손길을 되살리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환'(還·혼볼, 돌아오다), '안'(安·평안에 이르다), '제'(祭·기리고, 잇다) 총 세 가지 주제로 한 기념공연도 이어졌다. 종묘 정전 월대 위에서 외벽 영상(미디어 파사드)와 함께 무용수 약 60명이 참여하는 특별 공연이 펼쳐졌다.

종묘 정전은 지난 2014년 특별종합점검에서 목재의 충해, 첨차 파손, 보 처짐 등 구조적 문제가 확인돼 수리하기로 결정, 2020년 보수공사를 진행했다.

1985년 국보로 지정된 종묘 정전은 종묘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건물로 방 19칸에 왕, 황제, 왕비, 황후의 신주를 보관하는 곳이다. 그러나 정전 보수공사에 따라 신주를 모실 수 없게 돼 창덩궁 옛 선원전으로 옮겨와 임시 봉안됐다가 이날 다시 정전에 모셔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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