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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시장 누비는 해외 디지털뱅크[인뱅이 뛴다②]

등록 2025.05.25 10:00:00수정 2025.05.26 16: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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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 등에 업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해외 인뱅들

한국은 탑티어 기술력 갖췄지만 규제에 막혀 밸류업 한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전 세계 금융시장이 디지털 전환을 넘어 '디지털 온니(only)'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암호화폐와 스테이블코인 등 국경 없는 유동성이 생성되며 기술력과 혁신성을 갖춘 해외 디지털뱅크들이 급부상하는 상황이다.

해외 주요 디지털뱅크는 세제 혜택과 세일즈 등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반면 한국의 인터넷전문은행은 각종 규제에 막히면서 은행을 독자적인 산업이 아닌 내수경제 보조수단으로 보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국내·외 금융업계에 따르면 2013년 5월 브라질에서 설립된 누뱅크(Nubank)는 2019년 멕시코, 2023년 콜롬비아에 잇달아 진출했다. 현재는 1억2000만명의 고객을 확보한 남미 최대 은행으로 성장했다. 누뱅크는 2021년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며 당시 45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2025년 5월 현재 시가총액 614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누뱅크는 지난해 12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필리핀에 디지털뱅크를 보유한 타임그룹(Tyme Group)에 1억5000만 달러를 투자하며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 신흥 시장으로 확장 발판을 마련했다.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 누뱅크의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비드 벨리즈는 누뱅크의 지주사인 누 홀딩스의 영국 이동과, 미국 시장 확장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2015년 영국의 핀테크 기업으로 설립된 레볼루트(Revolut)는 2018년 리투아니아를 통해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은행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설립 초창기부터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2019년 호주와 싱가포르, 2020년 미국과 일본에 각각 진출해 외화통장, 환전, 외화송금, 직불카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2022년부터는 유럽 권역에서 영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며 벨기에, 덴마크, 핀란드, 독일,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스페인, 스웨덴 등 10개 유럽 국가에서 은행 서비스를 개시했다.

현재 영국, 유럽연합, 스위스, 호주, 뉴질랜드, 일본, 싱가포르, 미국, 브라질 등 약 48개국에서 서비스 중이다. 지난해 투자를 받을 당시 45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현재 5500만명의 고객을 확보한 레볼루트는 프랑스에 11억 유로를 투자하고 유럽 내 은행 입지를 더 탄탄히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멕시코, 브라질, 인도 등으로 진출하며 10개 이상의 라이선스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영국의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제도는 혁신 기업의 기술 개발비 일부를 세금 환급이나 공제로 지원한다. 핀테크 분야의 소프트웨어 개발도 대상에 포함된다. 레볼루트는 서비스 개발에 투입한 비용에 대해 법인세 환급을 받아 현금 흐름을 개선할 수 있었다. 이로써 적자 초기 단계에서도 기술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암호화폐 거래와 주식투자 등 새로운 기능을 빠르게 출시하며 성장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었던 배경이다.

영국 재무부와 국제무역부는 2016년 이후 한국, 싱가포르, 호주 등과 '핀테크 브리지(Fintech Bridge)'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자국 핀테크의 해외진출을 도왔다. 이 협약으로 영국 핀테크 기업은 상대 국가 규제당국의 간소화된 인허가 절차, 현지 네트워킹 행사와 사무공간 지원 등의 혜택을 받았다.

레볼루트는 이러한 국제 협력의 대표적인 수혜자 중 하나로 꼽힌다. 호주와 싱가포르 등 아시아태평양 시장 진출 시 브리지 프로그램으로 연결된 현지 기관의 안내를 받았다. 이를 통해 해외 라이선스 취득과 시장 조사 비용을 절감하고 신속히 글로벌 확장을 꾀할 수 있었다.

국내 인뱅들은 자체적으로 은행을 설립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력과, 세계 시장에서도 통할 만한 경쟁력 있는 사용자 친화성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방한해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만난 긴타레 스카이스테 리투아니아 재무장관은 "한국의 핀테크는 유럽에서 보지 못했을 정도로 혁신성과 잠재력이 높다"며 "정부가 적극 지원해 해외에 진출하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자본력 보다는 혁신성과 고객 경험의 우수성이 글로벌 경쟁력으로 부상하면서 우리나라 인뱅이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라며 "대기업 금융이 원천적으로 막혀 있어 자산 성장의 한계가 금방 올 것이고, 중저신용자 포용과 가계대출 억제 정책에 건전성을 위협받고 있어 과감한 규제 혁신과 지원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주가가 특정 밴드를 벗어나지 못하거나 상장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상황 등을 보면 투자자 입장에서도 밸류업의 한계가 명확해지고 있다"면서 "내수시장 축소로 리테일에 의존하는 인뱅의 시장 자체가 점차 작아지는데, 규제의 획기적인 변화와 국가적 지원 없이는 글로벌 진출은 고사하고 향후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토스뱅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토스뱅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카카오뱅크는 국내 인터넷은행 중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해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전략적 지분 투자를 단행한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슈퍼뱅크'는 300만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했다. 카카오뱅크는 태국 금융지주사 SCBX와 협력해 지난해 9월 태국 중앙은행에 태국판 인터넷전문은행인 '가상은행(Virtual Bank)' 인가 신청서 제출도 완료했다.

토스뱅크는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신흥시장과 선진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디지털금융 기술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대표는 "신흥시장과 선진시장 둘 다 보고 있다"면서 "신흥 시장은 성장 측면에서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고, 선진 시장은 사실 금융 시스템은 선진화돼 있지만 고객 경험은 그렇게 선진화돼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나 영국, 홍콩, 싱가포르를 봐도 고객 경험 측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다고 본다"며 "자본은 있는데 디지털화가 안 돼서 협업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지 연락이 오는 데도 많다"고 설명했다. 또 "해외 진출 모델이 지분투자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기술력을 갖고 서비스를 해주는 방법도 고려 중"이라며 "토스뱅크가 가진 경쟁력을 봤을 때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해외 여러 기관들에서도 관심을 많이 갖고 있어서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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