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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0.4% '롤 챌린저'…"'페이커'처럼 되고 싶어요"[당신 옆 장애인]

등록 2025.06.14 07:00:00수정 2025.06.14 08: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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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장애인 e스포츠 선수 김민준·김규민 형제

"취미인 게임, 활력소 돼…의미 찾고 도전하길"

[시흥=뉴시스] 구무서 기자 = 쿠팡 장애인 e스포츠 선수인 김민준(왼쪽), 김규민 선수 2025.06.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시흥=뉴시스] 구무서 기자 = 쿠팡 장애인 e스포츠 선수인 김민준(왼쪽), 김규민 선수 2025.06.1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근육이 줄어드는 '근이영양증'을 가진 김민준(23)·김규민(19) 형제는 쿠팡 장애인 e스포츠 선수다. 게임에 대한 열정과 실력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쳐지지 않는 두 선수는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11일 경기도 시흥 소재 자택에서 만난 두 선수는 휠체어에 앉아 기자를 반갑게 맞이했다.

난치성 질환 중 하나인 유전형 근이영양증을 가진 두 선수는 초등학교 때까지는 걸어 다닐 수 있었지만 근육이 점차 줄어들자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 무렵부터는 걸을 수 없게 됐다.

한창 친구 관계가 중요한 사춘기 시기에 걸을 수 없게 된 그들을 친구들과 이어준 건 게임이었다.

김민준 선수는 "남자애들은 주로 운동 아니면 게임인데 우린 운동은 못하니까 게임을 하면서 친구들과 같이 놀았다"고 말했다.

형제가 주로 하는 게임은 리그 오브 레전드(롤)다. 스타크래프트에 이어 제2의 국민 게임이라고 불릴 정도로 큰 인기를 갖고 있는 게임이다. 동생인 김규민 선수는 약 200만명의 유저 중 상위 0.4%, 약 300명 이내에 들어야 될 수 있는 '챌린저' 티어에 오른 적이 있을 정도로 실력자다.

이들이 e스포츠 선수로서 진로를 이어갈 수 있게 된 건 쿠팡의 장애인 e스포츠 선수 직무 신설 덕분이었다. 지난해 쿠팡이 10여명 규모로 시작한 장애인 e스포츠 선수 직무는 올해 30여명으로 확대됐고 그 덕에 두 선수도 올해 지원해 채용됐다.

정식 선수로 채용된 만큼 정해진 시간에 근무를 해야 한다. 하루에 4시간씩 게임을 하고 실적을 제출하면 된다.

직업 특성상 한 자리에 오래 앉아있어야 하는 게 두 선수에게는 쉬운 일은 아니다. 김민준 선수는 "오래 앉아있는 게 가장 힘들다"며 "또 손을 엄청 움직일 수 있는 건 아니라서 마우스 감도도 높게 잡는다"고 했다.

선수인 만큼 두 형제의 목표는 우승이다. 김민준 선수는 "대회에 나가서 1등을 하는 게 목표"라며 "(근육이 더 줄기 전에) 게임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규민 선수는 "페이커(이상혁)와 같이 성실하게 연습하면서 우승을 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다만 장애인 e스포츠 대회가 1대1 경쟁 방식으로만 이뤄진다는 건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통상 롤 게임은 5대5 팀전 방식으로 진행한다.

김민준 선수는 "아무래도 장애인 5명을 모으기가 힘들어서 그런 것 같다"면서도 "쿠팡에 다른 장애 선수들도 많으니 더 많이 소통해서 팀을 만들어 출전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른 장애인들에게도 삶의 의미를 찾아 도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준 선수는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누구나 다 힘든 건 있는데 중요한 건 작더라도 의미를 찾는 것"이라며 "우리도 처음에는 취미로 한 게임이 삶의 활력소가 됐고 지금은 대회에서 우리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쿠팡에서 선수로 활동하면서 그 의미는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분들도 살면서 작은 의미를 찾아간다면 힘이 될 것"이라며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도전해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기사는 한국장애인개발원과 공동 기획하였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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