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사랑은 셀 수 없는 것…'몇 번 산책하면 헤어지는지 아는 강아지'
![[서울=뉴시스] 몇 번 산책하면 헤어지는지 아는 강아지. (사진=나무옆의자 제공) 2025.07.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7/02/NISI20250702_0001882294_web.jpg?rnd=20250702101126)
[서울=뉴시스] 몇 번 산책하면 헤어지는지 아는 강아지. (사진=나무옆의자 제공) 2025.07.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산책 횟수를 안다고 한들,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다. 차라리 몰랐으면 하고 생각했던 적이 많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불안했기 때문에 확인할 게 필요했다. 확인한다고 불안이 사라지는 게 아니란 걸 알아도 항상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만남의 순간부터 이별을 알 수 있는 아이러니함을 담은 류연웅의 장편소설 '몇 번 산책하면 헤어지는지 아는 강아지'가 출간됐다.
"도기도기총총!"
소설 속 강아지들은 이 주문을 외우면 인간에게 숫자가 보인다. 세 자릿수, 네 자릿수 어떨 때는 한 자릿수가 노출되기도 한다. 숫자는 산책 횟수다. 강아지에게 보이는 숫자는 이 사람과 몇 번의 산책을 할 수 있는 지를 가늠해 준다.
소설 속 산책은 관계를 지속하는 수단이면서도 동시에 단절을 의미한다. 숫자가 하나씩 줄기 때문이다.
소설은 인간에게 사랑을 주고 배신당한 강아지 '베리'와 TV 연애 프로그램 출연 후 '0표'를 받고 악플에 시달린 '유나'가 서로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이야기다.
베리는 첫 번째 주인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숫자가 고갈돼 주인으로부터 버림받고 조건 없이 준 사랑을 배신 당한 쓴맛을 느꼈다. 그래서 인간에 대한 신뢰는 일찌감치 포기했다.
두 번째 주인 유나도 마찬가지였다. 유나의 숫자는 '2'였기 때문. 낮은 산책 횟수와 방송 출연 이후 세상과 단절해 삶의 의지가 없어 보이는 유나를 보며 사랑을 기대하지도, 갈구하지 않았다.
대신 자유를 찾아 떠났다. 베리는 자유로 포장한 방황에서 사랑에 얽매이지 않은 진돗개를 만나고 사랑의 정의를 재정립한다. 다시 주인의 품으로 돌아갔을 때 '0'이 완전한 이별이 아닌 '잠시 안녕'임을 깨달으며 재회를 꿈꾼다.
저자는 누구나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보편적인 면모를 드러내며 막상 사랑하는 법을 잊은 우리에게 깊은 질문을 던진다.
"숫자를 보고 깨달은 건, 숫자를 볼 필요가 없다는 거였으니까 지금 같이 있는 것 만으로 충분했다. 그렇게 유나의 품에 안겨 삼십 분 남짓 자동차에 있는 순간, 베리는 견생에서 제일 행복하다고 느꼈다." (1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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